2021. 4. 1.나무날. 맑음

조회 수 354 추천 수 0 2021.05.05 01:08:07


 

바람 센.

 

절정이다, 꽃들.

달골 햇발동 부엌 창 아래 개나리가 넘치는 함성이다.

달골 들머리 2007년에 심은 류옥하다 벚꽃도 환하다 못해 눈부시고,

오랫동안 꽃 부실하던 거친 땅 비탈의 종훈이 벚꽃도

늦게라도 살이 오르며 꽃 만발이다.

아침뜨락 수선화도 한껏 폈고,

바위 축대 위 자두꽃도 풍성하게 하얗다.

 

학교아저씨는 학교의 상상아지트 안을 청소 중.

찻방으로 짓기 시작했으나 아이들 작은 놀이터집이 되었던.

숨꼬방이 있었다. 일정이 진행될 때 그것을 하고 싶지 않은 이들이

눕거나 차를 마시거나 음악을 듣거나 하던 곳.

그곳이 목공실로 바뀌었고,

상상아지트를 숨꼬방으로 바꾸고 싶었으나, 시간만 흘렀다.

그러는 사이 며칠 전 상상아지트의 지붕이 무너져 내렸고,

어제까지는 지붕을 철거했더랬다.

오늘은 안을 정리하는 중

 

여러 소식들이 들어와 있다.

올해 고3 수험생이 된 친구는 막상 글을 쓰려면 부끄러운데’,

오늘은 부끄러움보다 인사드리고 싶은 맘이 크다며 글을 남겼다네.

물꼬에 오면 힐링 되면서 삶의 동기가 채워지는 느낌이라는 그이다.

물꼬를 생각하면 힘을 많이 받는다,

느리지만 조금씩 목표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전해왔다.

누구보다 반가운 그였네

몇 줄 전하다.

사람이나 공간을 소중히 여긴다는 건 고마운 일이지. 고마워!

좋은 관계를 맺고 오래 이어가는 것도 생의 큰 기쁨임.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게 중요함!

언제나 처음이 있었고, 그리고 마침내 그 끝에 이르게 됨.

잘 될 거야.

내일 아침(오늘 아침이네) 대배는 오직 그대를 제목으로 하겠음!’

 

읍내에서 한 선배 형님의 연락도 들어오다.

만다라를 장만하셨다네.

물꼬에도 하나 나눠주신다고.

4월에 할 이레 단식수행에 대한 문의들도 와 있다.

단식 일정 전 감식은 스스로들 해야 하니 미리 안내를 해야 할.

남은 원고를 정신없이 써야 할 열흘이나

하루는 날 잡아 챙겨서 메일 보내기로.

 

늘 야삼경에야 문자를 주고받고는 하는 벗과

오늘은 말간 대낮에 소식 주고받다.

여기 있으면 온 우주의 시간이 정지해있는 것 같은,

좀 비현실적인 느낌이 있음.’

시간이 정지된 곳에 사는 사람이야기... 일본 만화보는 듯 ㅋㅋ

달골에서 벗이 장만해 준 인덕션과 냄비를 써서 간단한 요리를 하다가

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보낸 문자였더랬네.

별거 아닌 걸로도 좋은 끼니가 되고

그것을 풍성하게 먹을 줄 아는 벗이라 더욱 그리웠던.

그가 오면 그리 같이 먹으리라 설렘이 일기도.

누군가에게 할 선물들도 그런 것으로 골라야지 하지만

벗이 마음을 쓰고 지혜를 내는 만큼에 이르지 못함.

누군가에게 그런 선물을 할 수 있다는 건,

그를 잘 관찰하고 그를 생각할 수 있을 때 가능함!

 

오가며 세면대에 덧칠했던 줄눈이제를 이제야 긁고는 함.

빨리가 문제, ‘너무가 문제.

지나치게 세게 문질러 또 파인 곳이 생기기도.

이러다 한 해 내내 덧시공을 하겠을세.

 

그간 차를 잘 쓰고 어제 폐차했노라 남도 집안 어르신께 전화 넣다.

엉덩방아 찧으셨다지.

다 저녁에 가만가만 곁에서 얘기 나누듯 한 오랜 통화였다.

절뚝거리는 와중에도 쑥을 캐고 쑥털털이를 찌시고 파김치를 담고...

밥노동의 삶을 가시는 날까지 지시겠고나.

고맙고 미안하고 안됐고 죄송하다.

그렇다고 여식 집에 와서 얹혀사실 양반은 아니라.

 

이번에 낼 책 원고는 이제 겨우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그마저도 완성도는 말할 게 못된다.

일단 쓰기로, 써나가기로. 원고 마감에 최대한 맞추기로.

교정을 볼 날들이 있으니 그걸 좀 믿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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