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11.해날. 맑음

조회 수 360 추천 수 0 2021.05.07 01:52:24


 

풀은 덮치듯 오르고,

운동장 건너 자전거집 위로 야광나무 꽃이 환했다.

 

밤을 지새우고 아침 9시에 올해 내는 책의 초고를 마무리하고,

물론 다시 이 밤에 퇴고를 해야겠지만,

아침절 잠시 눈을 붙이고 학교로 들어갔다.

3시 찻자리가 있었다. 맞이청소를 했다.

오늘 맞이 꽃은 야광나무 꽃으로 수놓았다.

모이는 구성원들이 달라지면서 다례시연은 접었고 차만 달였다.

다화로는 한창 핀 금낭화를 꽂았다.

정치에 뜻이 있는 이에서부터 화가와 작가와 농부, 또래 혹은 선후배들이 모였다.

지역에서 오래 인연이 있었던 이들이어도

정작 물꼬가 하는 일에 대해 찬찬히 말할 기회는 거의 없다.

요새는 그저 밥이나 먹거나 차만 마시는 일 말고

틈이 나면 이렇게 물꼬 소개를 하려 한다.

물꼬 한바퀴에 달골 아침뜨락까지 걸었다.

아고라의 말씀의 자리에서 저마다 물꼬에 들려주고픈 이야기들을 내놓았다.

뜻밖에 한 단체의 장을 맡고 있는 이가

나서서 다른 이들에게 물꼬를 안내하는 말들을 했다.

우리 아이들이 인성교육이 잘 되어있더란다.

먹을 걸 줘도 꼭 선생님부터 챙기더라고.

인사를 얼마나 잘하는 아이들이었는가 하고.

으레 하는 말인 줄 알았다.

물꼬에 입학하고 졸업하는 제도가 있던 시기인

2004년과 2005년의 아이들을 그가 기억하고 있었다.

지역체육관에서 춤을 추고 돌아오던 때였다.

고마웠고, 제법 몇 차례 보았는데 이편에서 기억해주지 못해 미안했다.

이른 저녁밥까지 먹기로 한 일정이었다.

머위, 풋마늘, 두릅, 파드득나물, 부추, 쪽파들이 여러 가지 찬이 되어 밥상에 올랐고,

밤을 넣은 밥에 물꼬에서 만나기 흔치 않은 닭가슴살 샐러드도 올랐다.

식구 하나가 들어와 고래방 앞 소나무 전지를 하고 밥상에 같이 앉았다.

 

이른 밤, 다시 잠깐 눈붙였다.

자정부터 내리 책상 앞에 앉는다.

퇴고를 하는 밤이다.

새는 날 아침 9시에 마감키로 했다.

아무래도 절반도 채 못 읽고 보낼 것 같은...

수정의 날들이 있으니...

 

그리고 바로 이레의 단식수행이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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