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초롱초롱하다.

먼 우주 어딘가 새로운 행성에 서 있는 듯했다.

이레 단식수행을 마쳤다.

 

언젠가의 수행에는 올라오는 감정들로 힘이 들더니

나이를 먹어서인가 마치 먼 세계에 있는 듯 무심했다.

그저 있었다’.

 

해건지기.

명상만 하고 아침뜨락을 걸었다.

볕도 좋고 바람도 좋아 방마다 이부자리며를 털었고,

들어온 묘목이 있어 바위들 옆에 소나무 열을 심고,

이웃이 주었던 비트 모종을 아침뜨락에 심었다.

 

단식을 하는 동안

오랜 세월 만나온 사람들이라서도 같이 잘 보낸 시간이었다.

그간의 삶의 고단과 피로를 가시는 날들이었고,

한편 여독처럼 일정을 하나 지난 피곤은 있었다.

다른 때의 단식수행보다는 힘에 부친 면도 있었다.

나이가 들었을 게다.

말을 많이 쏟은 시간이 있어서도,

첫날 먼 길을 운전해서도,

또 수행 돌입 전 무리한 일정도,

여러 까닭이야 있었겠지만

우리는 큰 사달 없이 갈무리했다.

 

회향을 한 끼 당기기로 했다.

그냥 그러기로 했다.

못 견딜 만큼 힘든 상황은 아니었으나

다음 일정이 자꾸 마음을 서둘게 하는 측면이 있었다.

(이만큼만도) 충분하다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저녁에 쌀을 고았다. 조청이 될 지경이었다.

밥물만 따라 엄청난 만찬을 먹는 시간 만큼이나 오래들 먹었다.

상이 허전하여 간장은 놓았다.

집에서 달여 여러 해가 흐른 간장은 아주 까맸고 당연히 짰지만 달았다.

 

수행에 동행한 이는 회복식을 이틀 여기서 하고 떠나기로 했다.

잘 잡은 일정이다.

왜냐하면, 굶는 게 문제가 아니라

곡기가 들어간 순간 걷잡을 수 없이 덮치는 식욕이야말로 큰 벽이니까.

 

원 없이 마음을 썼다, 다시 이런 날이 오지 않을 듯이.

덕분에라는 말을 생각했다.

그가 한 말이나 나 역시 그러했다.

수행이란 게 그렇다. 혼자 해내는 게 더한 것들을 줄 수도 있을 것이나

범부인 우리들은 역시 같이 해야 수월하다.

동지가 있어야, 연대해야, 뭐 그런 말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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