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근육통이다. ? 물 주느라?

그랬다.

어제, 새로 심은 소나무며 여기저기 물조리개를 들고 다녔더랬다.

호스가 닿는 곳은 당연히 호스로.

 

엊저녁엔 아침뜨락 옴자를 중심으로,

이른 아침에는 꺾꽂이로 심은 개나리 쪽에 물을 담뿍 주었고,

며칠의 햇발동 이불빨래 마지막 장을 빨다.

이레 단식수행을 끝낸, 그리고 주말 빈들모임을 위한.

달골의 바위 축대 위쪽 검불들 긁어낸 자리에서

잔돌들을 주워냈다. 짬짬이 여러 날 해왔던 일이다.

아침뜨락 미궁 아래쪽 언덕의 마른풀들도 긁어냈다.

숙제 같던 일이다. 이곳의 많은 일은 바로 그 숙제 같은일들.

숙제 하나씩을 해나가는 멧골살이.

대나무 수로며 이어진 물길도 치다.

마른 잎들 긁어내고, 녹조 낀 물들 걷고,

수풀들이 정신없이 엉켜도 있는 걸,

지난해 마른 것들은 낫으로 베고

새로 나는 잎들이 자리를 잘 잡도록 정리하다.

수로 치는 일만도 시간 반이 지났다.

물길 봄맞이청소를 이제야 한 셈이라.

 

이레 단식 뒤 회복식 기간.

낮밥으로 양배추를 쪄서 소금 쳐 먹다.

저녁밥으로는 있는 채소들로(무 감자 양파 양배추 파드득나물 부추)로 묽은 죽을 끓였다.

단식수행을 함께한 도반과 서로의 상태를 살피는 문자들을 주고받다.

혼자는 늘 비틀거리기 쉬운 복식기라.

굶을 땐 전혀 생각조차 나지 않기도 하는 음식인 걸,

곡기가 들어가고부터는 마구 먹고 싶어지는.

도반들이 서로 경계하는 것이 필요한.

 

뿌연 상현달이 중천에 떴다.

달빛 아래 못을 치다. 밥못도 달못도.

내일은 청소며 건물들 사이를 다닐 것이라 아침뜨락 오르기 쉽잖을 듯하여.

단식 회복기도 채 채우지 않은 때라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때이므로 더욱.

긴 낫으로 마른 물풀을 자르고 거름망채로 걷어냈다.

힘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었다.

아무래도 내일 아침 두어 시간도 걷어내는 일을 더 해얄세.

햇발동 욕실이며 부엌의 휴지통도 비우고 태우다.

사흘의 빈들모임 준비들이었다.

 

늦게 찾아든 손님 한 분 계셔 가마솥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나물들이며 부침개며 서둘러 멧골밥상을 냈더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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