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고샅길을 걷기도 하고 풀을 매기도 하고 잠자리에서 쉬기도 하고,

저마다 멧골에서의 아침을 열다.

느티나무 동그라미에서 모두 만나 해건지기.

아침에 드는 아침뜨락은 참말 좋지.

잘 어울리는 시간대다.

지느러미길 메타세콰이어가 1창으로 보이던 잎이 갈래갈래 갈래지고 있다.

봄이 거기 세를 넓히고 있었다.

새로 심은 것들, 최근에 있었던 명상정원의 작업을 전하다.

튤립이 날로 입을 크게 벙글다.

진주샘은 지난 2월 어른의 학교에서 같이 심기도 하여 더욱 각별해하다.

휘령샘은 얼마 전 단식수행 걸음 한 연규샘을 통해 소식 들었더라고.

백리향도 보랏빛 꽃과 향이 한창.

새로 친 맑은 대나무 수로를 지나 아고라에 앉다.

마침 아침뜨락 들머리에 얼마 전 심은 산딸나무도 있어 층층나무과에 대해 말하다.

달못 자작나무는 잎이 넓어지고 있었다.

지느러미 돌더미의자에 앉아 마을을 내려다보다.

거기 참 잘도 앉은 돌의자라.

미궁 대나무 기도처에서 혼자 보는 하늘과 만나고,

맨발로 미궁을 걷다.

중심 느티나무는 벌써 잎이 넘쳤다.

밥못 가 꽃잔디는 빼곡하게 분홍물결이다.

봄의 생기를 누가 이기겠는가.

못가 바위에 걸터앉아 연못에 담긴 하늘과 떠다니는 꽃잎을 보다.

꽃그늘길 아래 봄맞이꽃 무더기 앞에서 말을 잃었다가 뜨락을 빠져나왔네.

봄맞이꽃은 어쩜 그리도 봄을 맞이하는 꽃다운가.

물꼬의 날씨는 언제나 절묘한.

우리가 아침뜨락을 나오자 구름이 해를 가리다.

 

아침수행은 학교 수행방에서.

국선도 기본동작으로 몸 풀고, 대배 백배, 그리고 호흡명상.

아침 밥상도 평소 가볍게 혼자 장만해서 먹을 수 있는 것들 선보이기.

감자를 굵게 썰어 물에 튀기고 올리브 끼얹어 살짝 굽고,

양배추는 찌고,

데친 브로콜리에 사과 한쪽에 식혜.

곁에 소금 그라인더를 내놓았다.

예뻤고, 쉽고 가볍되 풍성했고, 기분 좋은 밥상이었다.

 

오전에는 학교 아래 밭에 들어 쑥을 캤다.

벌써 훌쩍 자랐으나, 그래서 이맘때는 주로 떡을 찌는데 쓰지만

다른 음식으로 쓰지 못할 것도 아니었다.

봄처녀들이 거기 있었네.

학교의 서쪽 울타리 쪽에서 취나물도 뜯었다.

취나물은 데쳐 무치고,

쑥은 콩가루 묻혀 된장 푼 국물에 국을 끓여냈다.

 

오후에는 아침뜨락에 들어 달못 가 잔돌을 줍고 치웠다.

그 돌들로 아가미길 끝에 나지막한 돌탑을 쌓기도.

돌일은 고되다.

다들 피곤이 서렸다.

학교로 내려와서는 쑥버무리를 쪄서 참으로 먹고,

저녁에는 쑥을 데쳐 고기와 버무려 완자를 만들어 완자탕.

부추가 좋아 부침개도 부치고 부추김치도 장만.

숙주와 시금치를 넣은 닭가슴살샐러드도 하기 쉽고 맛도 좋고.

 

저녁에야 재훈샘이 들어왔다.

그 먼 길을 하룻밤 자자고, 그래도 얼굴 보자고 다 저녁에 왔다.

지난 2월 어른의 학교에도 다녀갔는데.

늦은 걸음에도 먼저 와 있던 이들이 한 부탁을 저버리지 않고

굳이 가게를 여러 곳 들리며 장바구니를 채워왔더라니.

'교회옵빠' 같은 '물꼬옵빠' 재훈샘이었다.

상을 다시 차렸다

버섯구이와 오징어 피데기를 안주로 곡주도 들었네.

각자가 보내는 이즈음의 생활들을 전하다.

마음결 순순해지고 화사해지는 고마운 벗들이었다.

이 좋은 이들을 내가 사랑하는구나, 이 좋은 이들이 나를 사랑하는구나,

행복해서 눈시울이 다 붉어지더라.

사는 일이 무에 별 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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