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1.2.물날.맑음 / 밥상

조회 수 1248 추천 수 0 2005.11.04 08:56:00

2005.11.2.물날.맑음 / 밥상

밥상은 참 귀한 자리입니다.
같이 밥을 먹는대서 '식구'라고 하지요.
집으로 따지자면 꽤나 널찍한 이곳이니 식구들이 제 맡은 일자리에 있다보면
겨우 밥상에서나 마주합니다.
아, 물론 정해놓은 모임이 있긴 하지요.
공동체일수록 밥상에 둘러앉은 일은 중요하겠습니다.
얼굴을 봐야 얘기도 하고 그래서 갈등도 풀어낼 수 있는 것 아닐 지요.
음악과 문학과 사소한 이야기들, 무엇보다 귀한 아이들 재잘거림까지
이곳 가마솥방은 사람 백은 들앉은 것 같은 유쾌한 공간입니다.
"옥샘, D.H.로렌스가 뭘 썼죠?"
<집시와 여인><채털리부인의 사랑>의 로렌스가 오늘은 또 반찬이네요.
영화 에서도 로렌스의 시 하나 교관이 들려주는 구절이 있지요,
새는 얼어 죽어 떨어지는 그 순간에조차 자기연민을 갖지 않는다는 얘기였던가요.
그의 '바다와 사르디니아'야말로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일어서'게 하잖았나 싶습니다.
"삶 자체는 언제나 비상 속에 있으리라... 더 이상 육지에 연연하지 말지어다..."
왜 정박을 해야 하는가, 그럴 아무런 까닭이 없다던.
<해리포터>이야기로 옮아가니 아이들도 한 소리 보태기도 합니다.
해리포터를 주문해서 읽고 있는 이도 있고
그걸 굳이 돈 줘가면서 사서 봐야 되냐 이죽거리는 이도 있지요.
그 다양함이 좋은 이곳입니다.

저녁 밥상은 어느 끼니보다 걸지요, 시간도 여유롭고.
"...소용이 없었다요. 그 왕은 성을 쌓고 일년 만에 죽었어요."
"백성들이 분노했겠네. 성을 쌓느라 얼마나들 고달팠겠어? 덕을 못쌓았네."
채규가 하는 말에 저도 한 마디 대꾸하는데
곁에 있던 열택샘이 거기 또 거듭니다.
"어, 누구 같네."
채규가 다시 받았지요.
"누구? 나?"
걸핏하면 시비에 대책 없는 심술로
원성이 자자했던 지난날(별표에 밑줄 쫘악)의 우리 채규선수,
만장일치로 집에 며칠 보내는 정학처분이 있어야 한다던 얼마 전에
열택샘이 그를 놀려먹었던 일의 연장입니다.
"거봐라, 그러니 평소에 덕을 쌓았어야지, 니가 어려운 때 아무도 안도와주잖아."
진지하게 집에 한동안 보낼까 검토하고들 있을 녘이었지요.
채규 얘기를 듣고 희정샘도 멀리서 한 소리 던집니다.
"니네 요새 역사공부하지.
우리가(인간이) 역사를 왜 공부해야 하는지
역사책 첫 페이지에 나오는 게 바로 그 얘기라니까."
그러게요, '어제의 일로 교훈삼아'가 바로 역사를 공부하는 까닭 아니던가 말입니다,
요놈 채규야.

국선도 시간, 샘 한 분 늘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다니던 두 샘을 실어주실 수까지 있는.
같이 수련한다 오셨지요.
아이들과 샘이 2:1입니다요.
그런데, 류옥하다 선수는 안보입니다.
"너무 졸립다고 자러 갔어요."
이제 초등 1년, 벌써부터 수업참가여부가 이러하니 내 참...
어떤 문제가 있다면
담임샘, 그리고 그 수업담당샘과 얘기를 하는, 그런 절차를 밟으라 해야겠지요?

이번학기 속틀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흙날의 '호숫가나무'와 '우리악기'가 물날 오후로 건너왔습니다.
"어!"
쇠소리를 익혀 이제 다른 가락으로 넘어갈 제 바로 장구가락도 이어집니다.
놀라움으로 칭찬을 대신했지요.
"이제 스스로 연습하기도 하자."
그러고 고래방을 나서는데 저들끼리 한참을 덩쿵댑디다.

면장님과 산업계장님이 전갈을 준 땔감은
두어 대 차 분량이라더니(책상머리라고 슬쩍 놀렸지요. 주고도 욕먹고...)
웬걸요, 두어 달은 오가야할 만치 쌓였답니다.
어른들 모두 다 가서 잘라내 두 차례나 트럭에 실어 날랐네요.
겨울나기가 덜 겁나다마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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