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26.달날. 맑음, 달 둥실

조회 수 405 추천 수 0 2021.05.26 02:22:31


 

깜짝 놀랐다.

저녁답에 물을 주고 있는데, 건넛산이 환했다. 달을 밀어 올리고 있었다.

절로 절을 하게 되더라. 달맞이었네, 달을 모셨네.

 

아차, 밥못 가 심은 개나리도 물을 좀 주어야지.

줄 생각을 못하고 있었던.

뿌리를 내린 묘목으로 옮긴 것이야 제 힘으라 어찌 산다지만

꺾꽂이를 한 것들은 챙겨야 할 게다.

맨 위 둘러친 도랑 바로 아래 언덕이라 머금은 물도 적으리.

달빛을 이고 물을 주었네.

 

나 모르게 일어나는 일들이 많기도 하지.

아침뜨락 옴()()만 해도 아침마다 걷고

무엇이 나고 자라는지 모르기가 어려운데,

풀 아니면 그곳의 것들 내가 다 심고 키우는 걸...

옴자 눈썹 부분에 튤립과 원추리들 사이 풀이라기엔 뭐인 것 같은

풀무더기가 있었다.

거기 러시안세이지며 피고자란 게 여럿이었던 곳이라

패랭이 종류가 아닐까 정도로 짐작하며 두고 보고 있었다.

풀로 판명나면 그때 뽑아도 될 것이고.

저게 뭐예요?”

, ‘예요.”

, 오늘 거기 꽃 하나 피었다. 수레국화!

맞다, 거기 작년에 근무했던 제도학교에서 얻어온 몇 뿌리를 심었고, 꽃도 보았는데,

혹 씨앗을 받을 수 있을까 하여 두어 뿌리 뽑아서 창고에 두고 말리기도 하였는데,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제법 거창하게 오르고 있는 수레국화다.

 

김장김치 정리하는 날.

바깥의 김치오가리에 묻힌 독에서 묵은 김치를 꺼내다.

물기를 빼고 부엌으로 들이고

다시 꼭 짜서 몇 쪽씩 비닐에 넣다.

가마솥방, 부엌곳간, 달골 햇발동에 있는 냉장고의 냉동실에 쟁이다.

다음 김장까지 좋은 묵은지 요리가 될 것이다.

 

독일에서 소식이 들어왔다.

세인샘이 시험을 치러 가 있다.

출국 전날까지 시험 1DVD를 찍고 부랴부랴 간.

2월 어른의 학교에서 먹은 나물비빔밥을 잊지 못해 전날 그걸 챙겨먹고 갔더라는.

시차적응에 집 적응을 하는 일주일이었다고.

'나름 생기있게, 재미있게' 지낸다니 그러면 되었다. 다 잘 될 게다.

77일로 시험을 다 끝내고 한국으로 온다지.

멀리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에 있겠나. 그저 기도라.

그러게, 든든하게 밥 멕여 보내고팠는데.

뭐 금세 또 오게 될 거임.

세월 그거 그야말로 금방이거든.

탑승 전 한단한테 전화를 했더라 들었네. 갔구나 했지.

오면 또 왔구나 할 거임.

여기 잘 있겠네. 언제든 와서 깃들 수 있도록.

'내 대배 백배와 함께 거기서도 아침마다 대배 세배(삼배)는 하시기'

하루 시작하기 전 마음모으기로 절 세 차례 하라 해야겠네.

 

이레의 단식수행, 그리고 이레의 회복식기를 어제로 지났다.

단식의 긍정 하나는 모든 음식에 대한 친밀감이랄까.

그리고 양이 자연스레 잘 조절되는 것.

위가 줄어 있어 많이 먹을 수가 없는.

오늘은 종일 먹었다. 양은 적게.

김치도 씻어서 먹었다.

,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음, 하하.

굶어봐야 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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