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27.불날. 맑음

조회 수 427 추천 수 0 2021.05.27 01:57:05


 

아침의 아침뜨락은 눈부시다.

허리띠처럼 둘러친 산 동쪽에서 해가 밀고 나오면

어느새 다른 세상이 또 펼쳐진다.

거기 나도 풍경이 된다.

들머리 계단 아래 풀을 맨다.

하염없는 일인데,

감당할 만한 일이고 한편 그렇지 않기도 하다.

되는 대로 한다.

표도 별 안 난다. 하지만 호미질을 한 나는 아는. 그럼 되었다.

 

올 봄 아침뜨락에 심은 것들 물을 주다.

열거하자면 제법 되고, 거리로도 만만찮다.

물 호스는 닿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그래도 밥못 있고 달못 있으니 물조리개 일이 수월하다.

 

물상추와 부레옥잠을 들였다.

학교의 작은 연못 둘에 나눠 넣고, 나머지는 밥못에다.

지난겨울도 월동에 실패했다. 집안 추위도 만만찮은 이곳 형편이라.

아침뜨락 대나무 수로를 건너며 아고라 들어가기 전 왼편으로

널찍하게 구덩이 파서 창포도 한 무더기 심었다.

잎만 보아서는 타래붓꽃 같이도 보이는데,

준 사람은 이름을 모른다 하니 꽃 피기를 기다려야지.

흙 묻은 김에 아고라 아래쪽, 그러니까 뽕나무 아래 수로 가 쪽의

잔돌과 풀더미들을 긁는다.

나는 필요치 않아 매지만,

그들의 힘은 경이롭다. 장하다.

그는 그대로 살려했고, 나는 나대로 살려했다.

 

누운향나무 다섯과 백정화 화분 하나가 들어왔다.

바위 축대 사이들에 심으려.

백정화 같은 남도 식물은 남부지방에서 산울타리로 심는 꽃.

좁은 긴 타원형의 작은 잎이 마주난다.

잎겨드랑에 깔대기 모양의 흰색 꽃부리 끝이 5개로 갈라진다.

개화기가 5~6월이던데 화분에서는 벌써 폈다.

이곳에서 겨울나기는 쉽잖겠는데,

계속 화분에 두고 실내도 들이고 낼 수도 있지 싶기도.

내일은 주목이 한 그루 들어온다.

아침 일찍 구덩이를 파놓기로.

햇발동 앞 죽은 것 패 내고 그 자리에 심을.

 

출판사와 올해 낼 책 초고를 놓고 방향을 좀 조율하다.

각 장이 두 꼭지씩인데, 앞 꼭지는 아이들과 보낸 풍경,

그리고 뒷장은 편지형식의 칼럼이었는데,

편지형식을 빼고 칼럼으로 통일하면 어떻겠냐 의견을 모았다.

고쳐가면서 또 상의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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