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28.물날. 뿌연하늘

조회 수 366 추천 수 0 2021.05.27 02:16:41


 

미세먼지 탓도 있겠지만 송홧가루 천지가 안개 속이다.

벚꽃 피면, 목련 피면, 찔레꽃 피면 꼭 부르는 노래처럼

이 맘 때면 박목월의 윤사월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송화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문설주에 귀 대이고꾀꼬리 울음을 엿듣는 산지기 외딴 집/ 눈 먼 처녀’...

 

이른 아침 주목이 한 그루 배달되었다.

인근 절집에 심었던 주목들 가운데 죽은 것 있어 다시 심는 결에.

언제부터 이 골짝으로 오는 나무 있으면

달골에도 한 그루 실어다 주십사 부탁해두었던.

앞서 창고동 모퉁이에 한 그루, 두 그루는 햇발동 앞으로 심었더랬는데,

창고동 앞 주목만 튼실했다.

가운데 것은 까부룩까부룩하나 그래도 아직 목숨 붙었고,

가 쪽 것은 그만 죽어버렸던.

물이 많아도 문제라.

지난 장마를 건너며 배수가 원활치 않았다 짐작했다.

하여 이번에는 조금 높게 심었다.

굳게 살렴!

 

깔판석이 좀 들어왔다.

가까운 곳에서 공사하고 남은 것을 얻었다. 우리 살림에서 참 자주 하는 말이네.

사이집 현관으로 이어지는, 잔디 위로 한 줄 길로 놓아 보았다.

보기 좋았다.

놓았던 자리가 좀 눌리면

판석을 들어내고 그 형태대로 땅을 파내 자리 잡아줄 것이다.

그 깔돌로 바깥수돗가도 다시 만들려한다.

임시라고 하고 영영 쓰기도 하고,

한다고 했던 일을 뒤집어 다시 하기도 하며 이 살림을 산다.

 

사이집 서쪽 면 울타리로 심은 개나리 둘레에

만들어 본 제초용 약을 뿌리다.

효과가 있어얄 텐데.

저녁에는 사이집 마당에 물을 주었다.

울타리 편백도 심은 지 벌써 3년차다.

그 너머 철쭉이며 측백도 흠뻑 적셔주다.

두어 시간이 훌쩍이다.

 

낮에 손톱 밑으로 가시가 박혔다.

가시가 손톱에서 제 존재를 선명히 내보인다.

달골에서 일하고 새참을 냈다가 그릇을 치우며 생긴 일.

햇발동 데크 위 소풍탁자에서 들고 일어난 나무가시였다.

마침 바나나가 있어 껍질을 붙여두다.

밀어 올리거나 적어도 통증을 좀 가라앉힐.

입안도 헐고 머리도 지끈하네.

나무가시가 성가셔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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