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등뻐꾸기 울어댄다.

4월이 간다.

 

비가 다녀갔지만 겉도 채 적시지 못했다.

후두둑 기세 좋게 빗소리 들린 새벽이었지만.

아침뜨락에 들어 어제 심은 나리 모종을 손보다.

하나하나 바로 세우고 가볍게 눌러주었다.

그렇지 않으면 비바람에 쉬 몸을 세우기 어려울 것이므로.

학교에서는 고추모종이며 몇 가지 모종을 밭에 심었다.

 

마을 건너편 산기슭에 외따로 지내는 윤씨 엄마는

가끔 학교로 건너와 아쉽고 안타까운 소식을 털어놓고 간다.

마을 밖으로 날품을 다니시는데, 그것도 다리가 아파 요새는 집에만 계신다지.

마을 삼거리 홀로 사는 이씨 아저씨는 암과 투병 중.

두 분에게 지난 달 밥 한 끼 냈더랬다.

달에 한 차례 저녁 한 끼를 못 낼까.

어디 밥이 없겠는가, 홀로 먹는 밥이 외롭기도 하실 게라.

멧골 밥상이 별것도 없지만 서로 보는 얼굴이 반찬이라.

부추를 잘라와 부침개를 하고 자반고등어를 구웠다.

이 봄 마지막이지 싶은 두릅을 데쳐 무치고.

학교는 때로 마을의 섬이기도.

그네로부터 마을 소식을 듣는다.

그 사이 어느 분은 또 암이 전이되어 수술을 받고 내려왔다지.

전화 넣었네. 이웃의 관심 한 마디가 힘이 될 때도 있잖던가.

 

이씨 아저씨가 마을 이장을 이태 보고 손을 놓은 뒤

마을 일로부터 선을 긋게 된 사연을 듣게 되다.

강퍅한 성품 때문이기라도 한가 싶었더니

몇 십 년 마을을 휘어잡는 나이든 주요 3인방에 맞서 큰소리를 내보았지만

같은 연배 사람들이 으싸으싸 시작만 하고 정작 판이 만들어졌을 때 외면했던.

외로우셨겠다 싶었네.

새로 아내를 맞고 그 아내마저 지난해 세상을 버리고,

딸의 혼사와 부모님 장례와 자신의 병을 쉴 새 없이 맞았다.

전화위복이지, 그런 일이 없었다면 죽으라 또 농사만 지었을 테지.

좀 놓게 되었다고, 비로소 여유도 맛보신다고.

같이 먹는 밥상이 귀하다.

사는 게 뭐라고...

따숩게 같이 밥 먹고 말을 섞는 일, 그런 게 같이 사는 일일.

 

기락샘 들어와 같이 습이들 산책을 시키다.

그 사이 또 커버린 제습이와 가습이고,

특히 움직임이 많은 가습이는 또 쇠줄이 끊어졌다.

아쉬운 대로 산책할 때 쓰던 리드줄로 대체했는데,

엊그제 준한샘이 이웃 절집에 일을 하러 들어오는 길에 쇠줄을 사다주었네.

제습이는 그날, 오늘은 가습이의 줄을 바꿔주다.

 

주말에 종일 비 내린다는 소식.

물을 주지 않아도 되니 반가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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