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맥문동이 한 가마니 왔다.
공원을 뒤집고 새로 가꾸는 곳에서였다.
진잎이 많이 붙었고, 뿌리 또한 어수선했다.
중심 뿌리만 있으면 사는 그네였다.
새로 난 잎만 남기고 묵은 줄기를 가위로 잘라내고,
잔뿌리들도 역시 잘랐다.
엊저녁답에 하던 일이었다.
이어 다듬고, 아침뜨락 옴(ॐ)자(字) 일부에 심었다.
땅은 어제 팼더랬다.
낮 한두 시 두어 시간 소나기가 다녀갔다.
고맙기도 하지.
맥문동을 심었더란 말이지.
물꼬의 절묘한 그 날씨였다.
대처 식구들이 들어왔다.
모두 잘 쉬어가는 한나절이었다.
어라! 맥문동이 또 왔다.
준한샘네였다.
어디서 나온 맥문동이 한 가마니 생겨
엊저녁부터 다듬고 심었다 했더니 당신네 현장에서도 왔다.
이 맘 때가 그들의 철이었던 거다.
오늘은 원고를 좀 수정하자던 날이었는데.
손을 대자면 또 여러 시간일 거라.
햇발동 뒤란의 볕이 들지 않는 곳으로 자루째 끌어다 놓았다.
가위질을 했던 손이 벌개져서도 더는 못하겠더라.
그러다 물집이 생기고 말지.
그나저나 내일은 먼 길을 좀 다녀와야는데.
며칠 그렇게 두어도 괜찮겠다고 준한샘이 일러주고 갔네.
그러면 다녀와 하지,
이 저녁에 또 무리하게 할 일은 아니라고 미루었다.
근데 양을 보아하니 옴 자에 다 심고도 여유가 있겠다.
기숙사 뒤란 축대 틈에 좀 심어도 되겠다고 혼자 히히거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