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1.4.쇠날.맑음 / 호박등

조회 수 1414 추천 수 0 2005.11.07 23:13:00

2005.11.4.쇠날.맑음 / 호박등

김천을 다녀온 밤, 대문에서 환한 호박등불이 맞았습니다.
'불이랑' 시간에 아이들이 호박을 조각한 등이랍니다.
"저 호박 어디서 났노?"
저녁답에 농사부의 열택샘이 토끼눈으로 물었다지요.
"먹을 걸 가지고..."
그런 뜻을 담고 있었겠습니다.
"우리가 봄에 씨 뿌린 건데요..."
농사지으니 그나마 하지,
가난한 살림으로야 어디 엄두를 낼 수 있었을 라구요.

달골 공사현장 소장님으로 머물고 계신
이승삼님의 특강이 있었습니다.
인라인을 타는 예순 둘의 할아버지,
그 세월을 살아내며 얻은 진리를 아이들에게 나눠주셨지요.
스물한 살부터 건설현장에서 떠나본 적이 없다십니다.
"화장실이며 음식이며 잠자리, 내 살던 곳과 달랐지만..."
전혀 다른 삶터로 와서 적응한 시간부터 꺼내시더니
어데서고 살 수 있으라셨습니다.
"...빨리 잊어 먹으세요, 스트레스 받지 말고. 저는 베개 당겨 한 잠 댕기면..."
걱정을 안고 있으면 병만 깊어진다며 잊으라시데요.
그러면 해결도 빨리 된다시더군요.
"생이 별 거 있나..."
따뜻하게 착하게 살라셨습니다.
그래요, 무에 중뿔날 게 있겠는지요,
착하게 살겠습니다, 다사롭게 살겠습니다.

"I guess not. I can't move the wall."
'손말' 다음
새로운 영어 앞에 한 시간이 넘어 지나가는 것도 잊었습니다.
연극놀이에선 '맛과 냄새'라는 중심생각을 놓고 몸으로 놀았지요.

기다리던, 주문한 연탄난로가 들어왔고,
영동 현대의원에서 소파가 8개 살림으로 보태졌습니다.
어른들은 연일, 죙일 나무랑 힘겨루기하지요.

학교 안내하는 날 즈음 두 주를 머물고 떠났던 김점곤 아빠가
또 들어오셨습니다.
올 해 종훈이가 입학을 못하더라도
예서 농사짓고 살아낼 거라며 기어이 집을 알아보고 가신다합니다.
홍정희님도 승찬이랑 원서도 내고 일도 돕고 간다 들어오셨네요.
네 살 때 본 승찬이가 자라서 초등 5년입니다.
물꼬 서울 학교가 가회동 있을 땐
인천에서 게까지 이사도 오셨더랬지요.
이제 준비됐다고, 다 준비됐다고
공동체로 삶터를 옮긴다며 올해 원서를 쓰셨습니다.
초등 1년부터 계절학교를 다녔던 형 승환이는 고교 입시생이 됐지요.
논두렁으로, 이웃으로, 오랜 세월 식구처럼 정을 나눠왔더랍니다.
모다 물꼬 울타리 안에서 모여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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