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16.해날. 비

조회 수 324 추천 수 0 2021.06.18 22:52:52


 

새벽에 많은 비가 다녀갔다.

아침에도 내렸다.

종일 내렸다.

학교에서는 건물 안을 청소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문장도 오래 남지만 생각을 더하게 되는 문장도 오래 간다.

일에는 실무와 잡무가 필요하다, 라는 말을 곱씹었다.

한국의 회사나 조직들이 직무에도 없는 일을 지나치게 시키고

인력들이 일회용으로 소모되기 일쑤라는 건 알려진 일이다.

직무에 없고, 불필요한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혹사시키는 일도 흔하다.

저항해야지.

다행히 젊은 친구들이

이것은 내 일이 아니므로 하지 않겠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장하다.

그러나 한 편, 일에는 실무도 있지만 잡무도 있다.

실무에 더해 필요한 잡무가 있다.

누군가는 할 일이고 내 실무에 이어진 것이면 내가 할 수도 있으리.

물꼬는... 잡무가 실무에 가깝다.

실무를 둘러싼 잡무의 가치를 아는 곳이라 말할 수도 있겠다.

대표적으로 청소가 그렇고 밥노동이 그렇다.

어쩌면 그게 더 중요한 일인 이곳이다.

해도 표도 안 나고, 스펙도 안 되고, 당연히 무슨 학위를 남기는 것도 아닌 일.

바로 그걸 물꼬에서는 공부하고 일한다.

물꼬에서의 교사는 가르치는 일을 넘어 바로 그것을 하는 사람.

일에는 실무과 잡무가 필요하다!

 

올해 내는 책의 원고 교정 1교 중.

게으름이 들다가 닥치니 앉고 또 앉고.

마침 대처 식구가 초고를 프린트 해와 주어 일이 수월하다.

컴퓨터의 화면만으로는 피로감으로나 집중으로나 아무래도 쉽지 않으니까.

콩주머니의자에 앉아 종이 원고를 보고 책상 앞으로 앉기를 반복하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498 122 계자 여는 날, 2007.12.30.해날. 눈 옥영경 2008-01-02 2032
6497 2009. 7.13.달날. 지난 밤 큰비 다녀가고, 두어 차례 더 옥영경 2009-07-30 2030
6496 2007.11.10.흙날. 썩 맑지는 않지만 / 지서한훤(只敍寒暄) 옥영경 2007-11-19 2029
6495 6월 28일, 그럼 쉬고 옥영경 2004-07-04 2027
6494 39 계자 엿새째 1월 31일 옥영경 2004-02-01 2027
6493 12월 21일 불날 맑음 옥영경 2004-12-22 2021
6492 아흔 다섯 번째 계자, 6월 25-27일 옥영경 2004-07-04 2020
6491 6월 15일, 야생 사슴과 우렁각시 옥영경 2004-06-20 2019
6490 불쑥 찾아온 두 가정 2월 19일 옥영경 2004-02-20 2014
6489 2005.12.19.달날.맑음 / 우아한 곰 세 마리? 옥영경 2005-12-20 2011
6488 10월 13일 물날 맑음, 먼저 가 있을 게 옥영경 2004-10-14 2011
6487 대해리 미용실 옥영경 2003-12-26 2010
6486 2011. 1.22-23.흙-해날. 맑음, 그 끝 눈 / ‘발해 1300호’ 13주기 추모제 옥영경 2011-02-02 2009
6485 2008. 5.4-5. 해-달날. 비 간 뒤 맑음 / 서초 FC MB 봄나들이 옥영경 2008-05-16 2009
6484 2014. 7. 6.해날. 낮은 하늘 / 이니스프리로 옥영경 2014-07-16 2005
6483 <대해리의 봄날> 여는 날, 2008. 5.11.해날. 맑으나 기온 낮고 바람 심함 옥영경 2008-05-23 2005
6482 125 계자 이튿날, 2008. 7.28.달날. 빗방울 아주 잠깐 지나다 옥영경 2008-08-03 1997
6481 2005. 10.23.해날.맑음 / 퓨전음악 옥영경 2005-10-24 1996
6480 6월 7일, 성학이의 늦은 생일잔치 옥영경 2004-06-11 1996
6479 5월 25일 불날, 복분자 옥영경 2004-05-26 199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