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18.불날. 흐림 갬

조회 수 320 추천 수 0 2021.06.18 23:06:34


 

하하하하하, 심었다!

오랫동안 그 자리에 들이자 한 나무가 있었다.

아침뜨락 아가미길 끝, 돌아 나오는 부분에 낮고 둥근 향나무 혹은 회양목을 심었으면 했다.

작은 걸 그리 키우고 다듬자면 시간이 걸릴 것이고,

아예 둥글게 다듬어진 걸 심었으면 했던.

소문을 내다가 사들이기라도 해야겠다 했는데,

오늘 마침 고개 너머에서 파내는 나무들 있다는 전갈이 왔다.

캐서 온다길래, 얼른 구덩이를 팠다.

그러면서 더해지는 일이 또 있다. 곁에 보이는 일이 있기 마련.

가장자리 멋대로 툭툭 뒹구는 돌덩이들을 하나씩 굴러 자리를 잡아주었다.

다 저녁이었다.

잘 생겼다. 심어놓고 보고 또 보았더라.

 

바람이 많은 날이었다.

마른 나뭇가지들이 떨어졌다.

학교 아저씨는 모래장 둘레 풀을 매고 있었다.

제습이와 가습이 산책을 시켜주었다.

날마다 하자해도 건너뛰는 날이 적잖다.

고개 빼고 산책만 기다리는 습이들이 안쓰럽지만

산골살이에 그들의 시간까지 돌봐주는 일은 자주 밀리기 일쑤다.

내가 보이기만 하면 산책 언제 할 거냐 묻는 그들이다.

두 팔로 크게 가위표시를 하며

오늘은 못 놀아!”라고 하면 용케 짖다가 멎는 습이들.

 

, 짧은 글 하나 고치고 있었다.

총소리가 났다. 자정께.

멧돼지 잡나 보다.

저 쪽 골짝에서 도망치면 이 골짝으로 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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