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22.흙날. 맑음

조회 수 276 추천 수 0 2021.06.22 23:46:13


 

학교에서는 예취기로 학교 둘레길 풀을 정리하고 있었다.

품앗이 한 샘이 들어오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 단 한 번도 빈손으로 온 일이 없는 그니이다.

들여오는 것들이 많아 택시를 타고 실어왔다.

물꼬의 넉넉지 않은 살림을 그리 살핀.

달마다 논두렁으로 그가 보내오는 후원이 적잖은데도.

최근 3년을 한 일에 매진해 기진맥진해 있었던 그였다.

도저히 한 발도 다음을 뗄 수 없는 지경에서 물꼬를 생각했다는.

쉬어갈 때가 된 거다.

물꼬가 하는 중요한 기능 하나가 바로 쉼과 수행을 통해 사람들을 돕는 것.

보름 동안 수행일정이다. 어쩌면 더 길어질지도.

달래 별 걸 하는 건 아니다.

삼시 세끼 밥해 먹고, 일하고, 명상하고, 책 읽고, 그리고 잘 잘 거다.

사람이 사는 일이 결국 먹고 일하고 자고 하는 것이 기본.

그것만 잘 해도!

수행도 결국 잘 살려고 하는 일이고,

결국 살리는 일의 기본은 잘 먹고 애써 일하고 잘 자는 것.

그걸 정성껏 할 수 있으면 삶의 힘이 길러지는.

수행을 하자고 찾아온 것도 결국 기가 빠진 자신의 삶을 세우려는 일.

그렇게 힘을 길러 세상으로 나가겠다는 의지.

그건 포기하지 않고 생을 살겠다는 뜻.

물꼬가 그것을 도울 수 있어 매우 기쁘다.

 

가게 하나가 리모델링을 알리고 있었다.

리폼, 리메이크, ... 넘치는 리(re)을 흔하게 본다.

일어가 그랬듯 이제는 영어가 우리말을 넘치게 덮치고 있다.

너무 쉽게 영혼을 내준 느낌이다.

고치다, 손질하다, 돌보다, 다듬다, 가다듬다, 새로 하다, 새로 짓다,

다시하다, 다시 짓다, 되짓다, 바꾸다, 달라지다, 거듭나다, ...

분명 바꿔쓸 수 있는 낱말이 우리에게 넘친다.

외려 우리말로 알리면 더 도드라져 빛나 보인다 싶은.

 

양양에서 강릉, 그리고 서울로,

시인 이생진 선생님 댁에서 낮밥을 챙겨먹고 나왔다.

6월이면 물꼬에 모이는 이생진 선생님 일당들과 며칠 문학의 길을 걸으며

우정을 나눈 시간이었다.

황간역으로 다시 내려와 차를 끌고 대해리 들어오다.

한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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