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수행을 들어온 이가 아침밥상을 차렸다.

수행의 시작이었다.

오늘 우리 앞에 놓인 일은

뒤란 우물 가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나뭇가지들을 정리하는 일,

더하여 잘라놓았던 본관 뒤란의 소나무가지도 정리하여

땔감으로 남길 것 남기고 태울 것 태우기.

오전 오후 일수행이 이어졌고

(일수행이라고 별 거 아니고 멧골의 자잘한 일상의 일들을 같이 하는),

저녁을 먹고 수행방에서 호흡명상을 했고,

같이들 책을 읽었다.

 

고개 너머 이웃이 달디 단 참외를 건네주고 갔다.

그런데 벌써 안이 농했다.

긁어내고 먹어도 되겠지만 이참에 참외장아찌를 담아도 좋겠구나.

맛난 것도 맛난 것대로 담그면 좋지만

잼을 만들 때 그러하듯 생과로 먹을 시간이 지난 것은

다른 음식으로 만드는 것도 좋지.

얼마 전 성주의 회연서원 갔다가 한 음식점에서 참외장아찌를 잘 먹었던 참이라.

참외를 소다를 푼 물에 담갔다가 깨끗이 씻고

물기를 닦아 가운데를 파내다.

다시 물기를 없애고 굵은 소금으로 숨을 좀 죽이고

식초와 설탕과 소금을 섞어 부었다.

색이 곱다. 맛나기를 기다리면 될 테다.

장아찌도 김치처럼 거의 실패할 일이 없는.

 

시골에서 바깥수돗가가 하는 역할이 적지 않다.

일하고 들어오다 손만 씻어도 고마운 일.

큰 대야들을 씻기도 좋다.

어디로 물이 튀어도 불편하지 않는.

벽돌을 가장자리에 놓고 사이에 몰타르로 미장을 했더랬다.

미장을 할 때 학교에서 철망을 가져다 깔았더니

갈라지지 않고 작업이 만족스러웠더랬다.

개울에서 넙대대한 돌을 가져다 빨래판처럼 놓아서도 잘 썼다.

그렇지만 마무리가 아직 필요했는데,

이왕에 하자니 또 더 잘하고픈 마음이 들어버린 거다.

마침 판돌이 생긴 것도 있고.

가장자리의 벽돌 대신 개울돌들로 바꾸고도 싶었다.

그래, 하자!

오후에 벽돌을 떼어냈다.

다음 일은 또 다른 짬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638 7학년 예술명상(9.22) 갈무리글 옥영경 2020-10-20 445
5637 2021. 9.30.나무날. 맑음 / 설악에 깃들다·1 옥영경 2021-11-24 445
5636 2022. 7.10.해날. 다저녁 소나기, 밤에도 두어 차례 옥영경 2022-07-30 445
5635 2022. 9.14.물날. 흐림 옥영경 2022-10-01 445
5634 2020. 1.23.나무날. 비, 축축하게 옥영경 2020-03-02 446
5633 2021. 1.12.불날. 해 난 아침, 펑펑 눈 내리는 밤 옥영경 2021-01-27 446
5632 4월 빈들모임(4.23~25) 갈무리글 옥영경 2021-05-14 446
5631 10월 빈들모임(10.22~24) 갈무리글 옥영경 2021-12-10 446
5630 청계 여는 날, 2021.12.25.흙날. 맑음 옥영경 2022-01-08 446
5629 2023. 2.15.물날. 맑음 / 회향 옥영경 2023-03-13 446
5628 2023.12.26.불날. 맑음 옥영경 2024-01-07 446
5627 2021. 1.24.해날. 맑음 옥영경 2021-02-11 447
5626 2022. 4. 2.흙날. 맑음 / 설악산 아래·2 옥영경 2022-05-03 447
5625 2024. 1. 2.불날. 흐림 옥영경 2024-01-08 447
5624 2021. 1. 9.흙날. 맑음 옥영경 2021-01-27 448
5623 2021. 8. 5.나무날. 갬 / 신간 손에 오다; <다시 학교를 읽다> 옥영경 2021-08-12 448
5622 2023.12.22.쇠날. 맑음 옥영경 2023-12-31 448
5621 2024. 1.21.해날. 비 옥영경 2024-02-07 448
5620 2024. 2. 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2-11 448
5619 2020. 2. 2.해날. 맑음 옥영경 2020-03-05 44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