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샘이 첫차로 나가고 희중샘이 배웅을 했다.

나는 밤을 새며 원고를 교정하고 아침 절에 눈을 붙이겠다 했더랬다.

여느 방문객이라면 무리해서라도 가는 걸음을 보았을.

이래도 되는 관계들이 좋았다, 고마웠다.

 

희중샘의 이불빨래가 계속되었다.

이맘 때 하는 이불빨래를 마침 그가 이번 보름수행에 일로 맡았다.

그래도 예전처럼 바깥수돗가에서 큰 통에 밟아서 빠는 구조는 아니다.

세탁기를 돌린다.

세 장을 넣자면 벅차고 두 장이면 느슨하게 빨 수 있다.

달골 이불을 빼고도 학교만으로도 퍽 많다.

하루이틀 돌릴 양이 당연히 아니다.

운동장 가장자리 곳곳에 떨어진 나뭇가지들도 모았다.

오후에는 부추를 다 캐 와서 같이 다듬고 부추김치를 담갔다.

당장 먹을 샐러드도.

이 철에 넉넉한 마늘쫑도 볶았다.

 

희중샘이 머위볶음에 손이 잘 가지 않고 있었다.

시도해 봐!”

처음에 두어 개 담아가더니 오늘 보니 담뿍 접시에 담고 있었다.

심지어 매우 맛있다 했다.

집에서 먹어본 적이 없다지.

어머니가 별로 안 좋아하시는 거구나...”

그러면서 주로 집에서 나오는 반찬을 물으니 대개 고기라 했다.

엄마들은 아무래도 자신 중심으로 음식을 하기 쉽다.

예컨대 생선 좋아하지 않으면 좀체 밥상에 올리기가 쉽잖은.

다른 식구들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어째도 또 올리는 게 엄마 손이지만.

재훈샘도 야채를 통 먹지 않았더랬는데,

여기 와서 몇 차례 시도한 뒤 이제 제법 손을 댄다.

아무래도 먹던 대로 먹기 쉬운데,

한 번 입에 대 보기로!

그건 새로운 한 세상을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늦은 밤, 비가 세차졌다.

천둥과 번개가 새벽까지 이어지고 있다.

달날 아침 9시까지 마감한다던 원고 2차 교정을 보는 중.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1034 2021. 5.19.물날. 맑음 / 우정 옥영경 2021-06-18 321
1033 2021. 5.20.나무날. 비 옥영경 2021-06-22 286
1032 2021. 5.21.쇠날. 비 살짝 옥영경 2021-06-22 335
1031 2021. 5.22.흙날. 맑음 옥영경 2021-06-22 291
1030 2021. 5.23.해날. 한 번씩 지나가는 먹구름 / 참외장아찌 옥영경 2021-06-22 395
1029 2021. 5.24.달날. 아주 가끔 구름 옥영경 2021-06-22 337
1028 2021. 5.25.불날. 장대비 내린 뒤 긋다 옥영경 2021-06-22 338
1027 2021. 5.26.물날. 보름달, 구름에 설핏 가린 옥영경 2021-06-22 335
1026 2021. 5.27.나무날. 비 많다더니 흐리기만 옥영경 2021-06-30 286
1025 5월 빈들 여는 날, 2021. 5.28.쇠날. 소나기 지나는 오후 옥영경 2021-06-30 304
1024 5월 빈들 이튿날, 2021. 5.29.흙날. 흐리지 않은 / 감잎차 뽕잎차 옥영경 2021-06-30 322
» 5월 빈들 닫는 날, 2021. 5.30.해날. 맑음 옥영경 2021-06-30 302
1022 5월 빈들모임(5.28~30) 갈무리글 옥영경 2021-06-30 354
1021 2021. 5.31.달날. 갬 옥영경 2021-06-30 314
1020 2021. 6. 1.불날. 맑음 옥영경 2021-07-01 314
1019 2021. 6. 2.물날. 맑음 / 점봉산 1,424m 옥영경 2021-07-01 416
1018 2021. 6. 3.나무날. 흐리다 비 옥영경 2021-07-01 321
1017 2021. 6. 4.쇠날. 맑음 / 바람 많은 대청봉 1,708m 옥영경 2021-07-03 395
1016 2021. 6. 5.흙날. 맑음 옥영경 2021-07-06 339
1015 2021. 6. 6.해날. 맑음 / 한계령-끝청-중청-봉정암-오세암-영시암-백담계곡, 20km 옥영경 2021-07-06 59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