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1.불날. 맑음

조회 수 298 추천 수 0 2021.07.01 23:40:52


 

늦은 아침이었다. 몇 날 날밤을 새며 원고를 수정한 여파라.

학교에서는 희중샘을 중심으로 아침수행을 하며 보름 수행을 이어가고 있었다.

식구들이 아침뜨락에 들어 옴()()3자 부분 안쪽 풀을 뽑았다.

오후에는 희중샘의 빨래 임무가 이어지고,

학교아저씨는 밭을 맸다.

여간해서 곁을 내주지 않는 제습이와 가습이,

오늘은 희중샘이 목줄을 가져가자 목을 내밀더라지.

산책을 했다 한다.

 

오색에서의 밤이다.

정오 대해리발 한계령행.

무려 여덟 시간이 걸렸다.

운전이라면 질색인데, 그 긴 길을 몇 곳의 졸음쉼터와 휴게소들을 훑듯 들렀다.

일흔아홉 할머니가 꾸리는 민박집에 들었다.

여기는 충북 영동인데요...”

영동 어디?”

, 강원도 영동 아니구요!”

그러니까, 영동 어디?”

세상에! 당신 어머니가 대해리 고개 너머 궁촌에서 십수 년을 사시고,

그래서 영동에서 학교를 다니셨다지.

고향까지 아니어도 어떤 지역의 공유는 이 된다.

두어 집 전화를 걸다 더는 알아볼 것도 없이 낮은 값으로 묵기로 하였네.

저녁도 얻어먹고, 장볼 것 없다며 김치며 된장이며 냉장고를 통째 내주셨다.

작업상부터 방에다 들이고,

내일 새벽 4시 나설 도시락도 싸둔다.

 

5월에도 눈이 내린 대청봉,

그래서 올해는 610일께까지 나물을 뜯을 수 있겠다 했다.

하여 바삐 잡은 일정이었다.

지난번 시인 이생진 선생님과 가객 승엽샘들과 문학모임에 동행하며

한계령에서 맺은 인연도 생긴 참이라.

오색에 깃들어 열하루를 보내며 설악산을 걸을 것이다.

국립공원에서 나물 채취는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그것을 생업으로 하는 지역주민에게는

암묵적 동의 혹은 배려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

이번 일정은 지역주민으로 나물을 뜯고 파는 일을 생업으로 하는

한 시인과 동행하게 될 게다.

네팔 안나푸르나 군락 하나인 마르디 히말을 걷고 내려와 쓴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 저마다의 안나푸르나가 있다>(공명, 2020) 출간 이후

국내의 산 이야기를 한 번 담아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간 가보지 않은 것은 아니나 새로 설악산에서 사철을 보내고 그리할 수 있다면!

그나저나 참말 비싼 길이다.

고속도로에서 차의 앞 유리창에 마사토라도 튀었나 보다.

조수석 쪽이 금이 가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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