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동안 편히 쉬다 돌아 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6월 연어의 날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희중샘이 보름 수행 일정을 끝내고 나섰다.

연어의 날과 여름계자를 위한 이불빨래를 다하고 떠났네.

오늘 마지막으로 베갯잇까지도.

 

여기는 설악산 아래서 나흘째.

새벽 4시 일어나 남설악탐방지원센터로 들어섰다.

오색에 깃들어 열하루를 보내며 하루 산을 타고 하루 산 아래서 지내기로 한 일정.

독주골 다리 건너 돌계단이 이어졌다.

편편한 오솔길이 이어진 곳, , 저기 야생 표고버섯이다!

한아름을 땄네.

들꽃을 들여다보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 식물학 석사 과정 중인 현수님과 예림님을 만났다.

노랑만병초가 있다는 연락을 받고 확인하러 대청봉을 향하고 있었다.

(말발도리와 비슷한 식물 이름이 다들 생각나지 않았는데

물참대임을 그들이 나중에 문자로 알려왔다.

정상에서 운 좋게도 꽃이 피어있는 하나의 노랑 만병초를 보았습니다.

귀한 식물이라 선생님께도 꼭 보여드리고 싶어 문자로 드립니다!’)

큰 소나무 네 그루가 줄지어 선 마당받이까지 같이 걸었고,

이 길에서 가장 크다는 개두릅나무를 같이 보았다.

처음엔 이끼인 줄 알았던 좀바위솔도 함께 보았네, 바위채송화도.

OK목장 갈림길에서 설악폭포 쪽을 걸었고,

정상 200m 전 길을 살짝 벗어나

뿌리가 바위를 끌어안은 소나무들이 장관을 이룬 곳에서 다리쉼을 했다.

매봉의 분비나무와 주목이 닿을 듯 건너다보이는 곳이었다.

등산로 가로는 어저귀와 개별꽃 쐐기풀 모시대가 넘쳤다.

눈부신 젊은이들을 또 만났다; 태준님과 병준님과 수현님.

대학 ROCT 동기들이었다고.

처음 산을 안내했던 친구보다 다른 친구가 더 산을 좋아하게 되어

이번 산오름도 프랑스에서 공부하다 들어온 수현을 앞세우고

병준이 제안을 했던 길이라던가.

산을 좋아하고 오른다 하면 괜시리 더 사람 좋아 보인다.

태준의 아버지도 야생화협회 소속이라며

우리들의 들꽃 이야기에 말을 보태기도 하였더라지.

 

대청봉을 바로 눈 위에 둔, 옛 대청대피소 자리로 스며들어가 나물을 뜯었다.

바람에 고개 숙인 나무들이 사람 키보다 낮은 지대였다.

낮은 구상목들도 줄지어 있었다.

지리산 쪽 남도에서는 나물로 대접도 못 받는 구리대가

이곳에서는 가장 값나가는 나물이란다.

나물을 뜯고 파는 일이 생업인 시인은

대청봉 아래 화채봉대피소 앞 나물밭에서 주로 구리대를 뜯었는데,

나는 아무리 봐도 찾을 수 없는 나물이었다.

겨우 익숙한 곰취와 참취와 자주 헛갈리기도 하는 전어귀와 참나물만 뜯었다.

명이 역시 내 눈에는 통 보이지 않았다.

, 그리고 알았다!

물꼬 뒤란 그 많은 파드득나물을 왜 참나물과 사람들이 구별하기 어려워했던가를.

시장에 나가면 파드득나물을 참나물로 판다지.

그게 퍽이나 닮았더란 말이지.

 

다시 등산로로 나와 도시락을 먹고 대청봉에 올랐다.

사람이 적잖았다.

가만히 서서 사진을 찍을 수 없을 만큼 바람이 세찼다.

눈보라를 맞기라도 한 양 중청대피소로 내려섰다.

중청대피소 쪽에서 소청 쪽으로 가다 갈래길에서 빠져 다시 나물밭에 섰다.

참취가 넘치고 넘쳤다.

묵직해진 배낭을 짊어지고 등산로에 올라 끝청에서 매봉으로 가 앉았다가

OK목장에서부터 올랐던 길을 되짚어 내려왔다.

저녁 8, 호텔 앞 오색 종점발 버스가 막 떠나려 하고 있었다.

양양 읍내에 사는 시인이 급히 올랐다.

호텔주차장에 두었던 차의 요금을 지불하려니 카드만이 되어서

호텔 로비까지 옮겨가고 하느라 나오는 길이 길었네.

현금비상금만 있었던.

 

스틱을 잃어 하나로 움직이는 게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

어제 주문을 했는데, 이런! 불량이다.

빨리 받으려고 반품은 반품대로, 다시 주문도 넣어두고.

이번 길에 동행해준 시인에게 셔츠와 바지를 선물하려했는데

그 역시 사이즈 오류가 있었다.

내 삶에 흔치 않은 상품주문들이었으니. 역시 수월하지 않았네. 반품과 재주문.

먼저 온 셔츠부터 드렸네.

강사료, 이걸로 퉁 칩니다!”

아무렴 인사의 다 일까.

사람을 맞고 동행하는 애씀에 견주면 발치도 못 될.

모레는 한계령으로 길을 잡으려 한다.

 

* 국립공원에서 나물 채취는 금지되어 있으나

그것을 생업으로 하는 지역주민에게는 암묵적 동의 혹은 배려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설악산 아래에서 보낼 열하루의 날들 가운데 산에 드는 날은 지역주민과 동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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