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맥문동들을 헤집어놓고 간 멧돼지의 흔적,

학교아저씨한테 그것부터 새로 심어주십사 부탁했네.

오전에 심고 내려왔다고.

오후에는 드디어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하고 돌아왔단다.

 

설악산 아래 오색에 깃들어 아흐레째.

하루 산에 들고 하루 산 아래서 보내는 일정.

마을 사람 말고 밖에서 들어온 사람은 보이질 않는다.

코로나19의 영향일 테지.

그래도 주말이라면 손님들이 있을.

이제 성수기가 되었다고들.

오늘도 민박촌인 이곳에 든 사람이라고는 여전히 혼자였다.

작은 계곡을 끼고 경사로를 따라 집들이 늘어섰고,

길은 지금 한창 주차장을 넓히는 공사 중.

여기까지 차(tea)를 끌고 와 마루에서 계곡 건너 산을 마주하고 달이곤 했더랬다.

 

어제 숲에서 벌레들의 공격을 받았던 얼굴 몇 곳이며 팔다리 여기저기가 퉁퉁 분 채

새벽에 산나물을 데쳐 널고, 장아찌를 담고.

지난번엔 당귀 곰취 명이 참취가 섞였으나 오늘은 전부 참취로.

가져온 김치통 둘을 꽉꽉 채운.

간장을 끓여 바로 붓고 또 부어 숨을 죽이고 또 붓고 죽이고,

다시 끓여 붓고 또 같은 과정을 반복하고.

 

공룡능선과 천불동계곡은 훗날 책에서 담기로 한다.

공룡능선은 내설악과 외설악을 가르는 중심 능선,

날씨가 가파르게 변하기로 유명하다.

내설악의 가야동계곡, 용아장성이 한눈에 보이고,

외설악의 천불동계곡부터 동해까지 훤하게 펼쳐진다.

천불동 계곡은

지리산 칠선계곡과 한라산 탐라계곡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계곡이라 일컬어지는 곳.

20대에 선배들을 따라 동행한 이후 첫걸음.

백두대간을 종주하던 시절을 빼고는 거의 30년 만이다.

지리산이며 남도와 중부가 가까웠던 대신 멀고 먼 설악산이었으니.

 

그럼,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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