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10.나무날. 맑음

조회 수 324 추천 수 0 2021.07.07 23:12:08


 

학교에서는 운동장에 예취기를 돌리기 전

손으로 해야 할 곳들 풀을 뽑고 있었다,

나무 둘레랄지, 길 가장자리랄지.

 

설악산 아래 오색에서 열흘째.

엊그제 점봉산 나물밭에서 벌레에 쏘여 

퉁퉁 분 이마와 눈 한 쪽과 귀 언저리가 가라앉질 않는다.

어째 더 붓는 듯한.

팔다리 여기저기도 말이 아니네, 드러난 곳도 아니었는데.

 

여러 날 깃들어 지내니 이곳도 또 물꼬 같았네.

옥샘이 계신 곳이 물꼬이지요, 라고들 하더니

물꼬 인연 하나 스며들어 하룻밤을 묵는다.

그릇만 다르고 물꼬 밥이네요.

밥상 앞에서 그가 말했다.

우리 집 부엌같이 쓰고 살았다.

다른 객이 없는 민박집.

주인집 할머니도 아침부터 집을 비워 더욱 주인 같았던.

어느 날은 마을 어른들이 모여 자정까지 화투를 치셨더라지.

잠도 못 자고 일을 했으면 돈을 벌어와야지요!”

하루는 땄다시기에 나도 용돈을 달랬더니 여러 장의 지폐를 꺼내셨네.

천 원 한 장을 가졌더랬다.

할머니의 용돈이라.

 

새벽같이 방을 치우고 벽지를 바를 준비를 하다.

민박집에 들어서던 날, 방 하나에 딸린 수도가 터져 물바다였더라지.

1인용 침대방을 주시기 그냥 벽이 젖은 그 방 나 달라하였네.

상을 들여 랩탑으로 작업도 해야 해서.

읍내 가서 벽지며 사와 혼자 도배를 한다시기

기다려보시라 함께하자 하였던.

오늘이 날이었다.

아니, 어떤 손님이 도배를 다 해주고 간대?”

이웃집에서들 건너와 한 마디씩.

그러게요. 주인이 얼마나 잘해주었으면 객이 도배를 다 해준다나요!”

그간 이를 뽑아 틀니를 준비하시느라 죽만 겨우 드시고 계셨던 주인 어른,

냉장고에 있는 반찬들을 다 먹으라 내게 챙겨주셨더랬다.

아침 일찍 나서면 치즈를 쥐어주기도 하시고.

때마다 밥 잘 지어먹고, 산오름 도시락도 싸고,

우리 집 부엌같이 썼다.

떠나오기 전 읍내서 그간 썼던 것들(장아찌도 그 댁 양념들로 썼던) 채워드렸네.

잊지 않고 냉동실에 데쳐 얼려둔 취나물 다섯 주머니와

데쳐 말린 취나물 한 보따리와

간장장아찌 담은 산나물 두 통을 잘 실어 나왔네,

9월에 다시 들리마 하고.

 

남은 하룻밤은, 민박집을 나와 양양 바닷가 편안한 객실에서 묵는다.

내일 외설악 쪽을 더 기웃거려 보려고.

편히 잘 씻기도 하였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674 2006.12.30.흙날. 얼어서 흐려 보이는 하늘 / 115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07-01-02 1340
5673 12월 14-5일, 2005학년도 신입생 3차 전형-면담 옥영경 2004-12-22 1340
5672 2012. 5.19.흙날. 맑음 옥영경 2012-06-02 1339
5671 2012. 2.18.흙날. 맑음 옥영경 2012-02-24 1339
5670 2011. 6.30.나무날. 서울 오는 길 위 빗방울 / 이동학교 마침표 옥영경 2011-07-11 1339
5669 2007.10.25.나무날. 비 추적이다 옥영경 2007-11-06 1339
5668 7월 30일, 첫 포도 옥영경 2004-08-05 1339
5667 2013학년도 겨울, 157 계자(2014.1/5~10) 갈무리글 옥영경 2014-01-16 1338
5666 138 계자 여는 날, 2010. 7.25.해날. 먼 하늘 먹구름 옥영경 2010-08-02 1338
5665 2008. 6.13.쇠날. 맑음 옥영경 2008-07-06 1338
5664 2007.10.21.해날. 맑음 / 겨울 날 채비 옥영경 2007-10-29 1338
5663 7월 6일, 감자밭 옥영경 2004-07-15 1338
5662 2009. 1.14.물날. 맑음 / 이장 취임식 옥영경 2009-01-28 1337
5661 2008.11.19.물날. 맑으나 매워지는 날씨 옥영경 2008-12-06 1337
5660 2006.12. 5.불날. 흐림 옥영경 2006-12-07 1337
5659 2008. 8. 2.흙날. 맑음 / 126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08-08-22 1336
5658 2008. 1.12.흙날. 눈비 / 124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08-02-18 1336
5657 119 계자 나흗날, 2007. 8. 1.물날. 맑음 옥영경 2007-08-07 1336
5656 2007. 2.19.달날. 맑음 옥영경 2007-02-22 1336
5655 7월 30일 흙날 맑음 옥영경 2005-08-01 1336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