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1.9.물날.맑음 / 쉬운 건 아니지만

조회 수 1394 추천 수 0 2005.11.10 22:56:00

2005.11.9.물날.맑음 / 쉬운 건 아니지만

물날마다 스스로들 연구해나가는 작업이
되긴 되나 모르겠습니다.
부지런히 뭘 하긴 합디다.
개가 주제인 도형이는 글쎄, 까미 털을 깎고 있던 걸요.

물꼬가 적지 않은 시간 해 온
몸다루기와 명상이 꼴새가 그리 나쁘진 않나 봅니다.
"여러 책을 많이 보셨겠지만..."
국선도 샘들이 책 하나를 선물로 마련해오셨더이다.
"어, 되게 비싸 보이는데요..."
정진하는데 쓰랍디다.
고맙습니다.

어른들은
주말에 김장할(벌써? 여기 좀 춥잖아요.) 장도 보고 해온 나무도 정리하고
아이들은 댓골 가서 부엽토를 긁었습니다.
댓골저수지 고사리 뜯던 곳에서 열네 자루를 만들어왔습니다.
"우리가 거기 있는 거 한 십분의 이는 가져왔어요."
"십분의 이?"
"예에, 오분의 일."
지난 학기의 셈놀이는 말끝마다 퍼센트와 분수를 뱉게 하지요.
"1996년(에 쓴) 묘지도 있었어요."
"침대처럼 푹신거리는 데도 있지?"
숲에 갔다면 탐험이 빠질 리 없지요.
골짝 끝까지 써대다니기도 했더랍니다.
비료포대로 풀미끄럼도 탔다데요.

령이가 속이 많이 상했습니다.
그가 아끼는 삼국지 만화들이 해졌거든요.
지난 밥알모임때 김정희엄마가 들고왔더랬습니다.
"그래, 정말 속상했겠다."
저 역시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지요.
먹는 것도 아끼며 책을 사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읽었던 책들을 모두가 돌려보고 있으니 낡아졌을 밖에요.
그런데, 령이의 이 마음은 두 가지를 생각케 했습니다.
나 하나 볼 때보다 여럿이 보면 그 만큼 쪽을 더 넘기게 되지요.
허니 너덜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나만 알던 기쁨은 더 넓혀지지 않았을 지요.
"네 책을 읽으며 신이 났을 다른 식구들을 생각해 보자."
그래요, '내 것'으로 풍요로워진 겁니다, 우리의 세계가.
또 하나는, '내 것'이므로 속상했다는 사실입니다, 네 것이거나 우리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같이 쓰는 공동체의 물건, 혹은 다른 이가 쓰는 물건도 그리 대해 보자."
그러면 우리가 잘 챙기지 못해 끊임없이 젊은 할아버지로부터 듣는 지청구를
안들을 수 있잖을지요.
농사에 쓰이는 연장이라든가가 널려있어 꼭 한 소리씩 듣거든요.
'우리 것' 혹은 '남의 것'을 쓰면서
내 물건이 상해서 속상했던 그 마음을 유지해 보자 합니다.
공동체는 끊임없이 우리 마음 안에 있는 작은 이기를 보게 하고
사람을 가꾸고 또 가꾸는 곳이랍니다요.
"령아, 그런데 분명 쉬운 건 아냐."
아무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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