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1.10.나무날.구름 더러 보이나 / 각성은 날카로울 것

나뭇잎냄비를 만들러 나간 '불이랑'이었습니다.
호박잎, 오동잎, 뽕잎, 칡잎 같은 잎사귀 넓은 것들을 떼 와
뒤란 우물곁으로 갔습니다.
짚이며로 저마다 엮고 꿰매었지요.
솔잎으로 바느질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느새 물이 새어버립니다.
갖가지 방법이 동원되지요.
"어, 안 새요!"
채은이와 령이가 닭장에서 갓 낳은 달걀도 꺼내왔습니다.
그 냄비에 수란을 만들어먹고 싶었지요.
낙엽이며 잔가지들을 모아 불을 지폈습니다.
종이상자에 물을 담아 난로에 올려본 적도 있으니 타지 않을 건 짐작합니다.
그렇지만 물이 끓기는 할까요?
유달리 됫바람이 심해 불이 영 시원찮습니다.
저마다 손가락을 담아 보지요.
"어, 미지근해요."
정말입니다, 물은 따뜻해져갑니다.
그런데, 이런, 마쳐야할 시간입니다.
오늘은 수영도 가니 시간을 더 쓸 수도 없는 날입니다.
결국 들어와 가스불에 삶아 먹고 말았지만
산으로 들어가 살아남을 수 있겠다 힘을 얻었더라지요.

"이렇게 살면 머잖아 세상 망하고 말지."
미국에 살 때 쓰레기통에 내놓은 그 많은 일회용품이며에
날마다 가슴을 쳤더이다.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제 3세계로 가구말구요.
"너희들이 파괴한 환경이니까 너희들이 다 회복시켜 놔."
마음이야 그렇지만 느낀 사람이, 아픈 사람이,
먼저 움직일 밖에요.
물꼬가 높이고 싶은 생태지수도 그런 것이지요.
누가 버렸건 우리는 그래선 안되는 걸 아니까, 아프니까, 움직입니다.
아이들과 수영 갈 적마다 저수지 둘레를 치우는 까닭이랍니다.

남자 식구들은 날마다 우두령을 베고 살지요.
오늘은 면장님도 산업계장님도 군의원님도 출동하셨답니다.
도로 난간을 넘나들기 힘든 걸 보시고는 당장 뽑아주신다지요,
다시 박으면 된다고.
"나무하기 더 좋은 곳을 소개해 줄게요."
군의원님댁 산판 한다는 소식을 이미 면장님 통해 들었는데
그 나무도 물꼬에 보태주실 량인가 봅디다.
"저희도 힘이 될 날이 있겠지요."

달골 공사랑 된장집 공사는 미장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 다섯이 며칠을 묵어야 한다네요.
숨꼬방(문관부 지원 강당 공사 때 같이 지은 공간)과 조릿대집을 내놓습니다.
이리 또 귀히 쓰이다니,
때마다 갖춰지는 것들이 그저 고맙지요.

무슨 독립운동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니
물꼬를 당연히, 누구나, 도와야하는 건 아니다마다요.
그런데 80년대를 뜨겁게 살았던 선배들은
그때의 가치관을 물꼬가 어떤 식으로든 견지하고 있다는 생각에
늘 나름의 빚짐을 지고 있다십니다.
물꼬를 도우는 까닭이겠지요.
오늘은 반쪽이 최정현샘이 쓰고 그린 책을 아홉 권 보내오셨습니다.
다 꽂아두고 계셨던 것 아니겠으니
부러 챙기셨을 터입니다.
고맙습니다.

주말의 김장준비로 한편 바쁘지요.
어제는 알타리무를 뽑았습니다.
심고 가꾸었던, 오래 이곳에 머물렀던 은순샘을 이어
열택샘이 공을 많이 들였더라지요.
아, 물론 아이들 보탠 기운이야 말해 무엇 하려구요.
은순샘한테도 맛뵌다 쬐끔 올려 보냈답니다.

식구들 한데모임 있는 날입니다.
지난 학기까지만 해도 애들 툴툴거리는 것 해결하느라 진을 빼던 모임이
정말 학교며 공동체가 돌아가는 소식을 전하고
또 할 일을 챙기는데 귀히 쓰이고 있습니다.
아이들 몇 안되니 어른들이 한 명 한 명 좋은 말을 보탤 수도 있지요.
"채규는 국선도 시간에 내내 말을 해서..."
멀리서 두 분이나 이 골짝까지 와서 바쳐주는 시간인데
태도불량이라고 김현덕 엄마가 한 소리 해주십니다.
"국선도도 말로 해요? 추구로 족하지."
그렇게 또 한바탕 웃었더라지요.

지난 9월 떠난 아이들이 마음 고생은 안하나 보고파 울고
(에미 애비가 없는 것들도 아닌데),
어깨가 며칠 사납게 굴더니 기어이 잠을 못잘 만큼 아파 울고,
그리고 글 하나 때문에 눈물바람이 되었더이다.
지난 달 못낸 전화요금을 낼 내야지 하고 있는데
건축기금마련 편지를 받았답니다.
요즘 짓던 아이들집을 마저 올리기 위하여
"49일 물구나무서기-특별건축기금마련"을 하고 있거든요.
전화요금을 미루고 여기 먼저 보낸다는,
계속 가게문을 늦게 열었는데 이제 일찍 열어야겠다,
그러면 그만큼 더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하셨습니다.
과부사정 홀애비가 안다고,
마음을 더 많이 내는 분은 늘 외려 가난한 살림일 때가 많지요.
물꼬가 서울 학교를 가져있을 때 오류애육원을 다니며 맺은 관계니
족히 십여 년은 되지 싶은 연입니다.
아, 선뜻 그리 마음내실 만큼 우리는 절실했는가,
그런 후원금을 받을 만큼 똑바로 살고 있는가,
날카롭게 날카롭게 자신을 마주하고 섰더랍니다.
고맙습니다, 모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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