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20.해날. 맑음

조회 수 354 추천 수 0 2021.07.12 02:29:26



바람 좋은 하루, 볕은 따가우나.

3시 잠깐 흐려진 하늘.

 

백일홍 포기들이 우르르 났다. 풀인 양 했더니.

어느새 성큼 자라 올라 제 목소리를 낸다.

 

사이집에 남은 마지막 이불빨래부터 하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사이집 북쪽마당 풀을 맸다.

물을 좀 뿌렸다 했더니 훨 힘이 덜 들었다.

아침뜨락으로 갔다.

달못 가 바위 둘레며 못 안쪽의 풀을 맸다.

미궁 아래 언덕의 마른풀을 긁고 칡넝쿨이며 덩굴들을 뽑거나 잘랐다.

지느러미길 측백 앞의 풀도 뽑았다.

풀을 뽑는 일이 하염없는 일이다 싶다가

그게 또 사는 일이다 싶다.

풀을 매며 들어왔다 나가는 생각들을 본다.

주로 과거이다.

저 아래 고였던 마음들이 올라온다.

쓸쓸한 것들이 쓸려갔다.

 

학교에서는 학교대로 예취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이 봄에 두 차례하고 있는.

저녁답에는 예취기가 닿지 못했던 둘레를 호미로.

고래방에는 사고가 기다리고 있었다.

피아노와 송풍기며들이 있는 맨 안쪽 마루가 내려앉았다.

...

이건 또 어찌 수습하나.

일단 송풍기며 두어 가지는 당장 성한 쪽으로 당겼다.

피아노는? 몇 모였을 때로 기회를 보기로.

바닥은 어쩌지? 연어의 날 중심 행사는 이곳에서 할 생각이었는데.

고민해 보자.

이제는 이런 거, 적어도 걱정은 안 한다.

낡고 오래된 건물에 살면서 너무 많은 무너짐을 봐 왔고,

그 때마다 어떻게든 고치거나 해결했다.

자주 하는 말대로, 해결할 문제라면 걱정이 없으니까. 해결할 건데, .

해결 못할 거라면 또한 걱정이 없지. 어차피 못할 걸, .

 

저녁답에 준한샘이 들어와 사이집의 바꾸고 있던 바깥수돗가를 마저 손봤다.

일이 끝났는가 싶은데, 준한샘 속이 탈이 났다.

마른 점심을 먹고 계속 불편했더란다.

그러다 와서 시멘트를 섞고 힘을 쓰고 했으니...

햇발동 거실에 누워 탈을 좀 달랬다.

괜찮아졌다고 다시 손을 보태 밤 930분에 끝을 내다.

혼자였다면 어설프고 시간도 많이 걸렸을 걸

전문가가 더해지니 꼴새로도 시간으로도 매끈하게 갈무리.

 

오늘도 블루베리를 한 바가지 땄다.

하루걸러 그리 따내고 있다.

거름 한 줌 주지도 못했는데, 그저 나무 둘레 풀만 겨우 뽑았는데.

두어 차례 그랬더니 그것도 힘이 되었던가 보다.

준한샘 가는 편에 수확한 것을 좀 보냈다.

대처 나가는 식구도 한 통을 보냈다.

 

밤마다 자정께 아침뜨락에 든다.

멧돼지와 고라니를 좀 피해볼까 하고.

산 밑이라 때로 어느 순간 무섬증이 들 때도 있다.

그럴 땐 또 얼른 나오지.

아예 들어가지 못할 마음일 때도 있다. 그럴 땐 또 안 가지.

밤마다 내는 발자국 소리가 좀 도움이 되는 듯도.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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