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22.불날. 소나기

조회 수 390 추천 수 0 2021.07.12 02:40:33


 

두어 차례 소나기 지났다.

 

벗이 왔으면 좀 잘 쉬다 갔으면 하고 지난주는 더욱 걸음을 쟀지만

결코 일이 줄지 않는 멧골살이다.

올 때마다 너무 고생하는 그라.

그래도 아침은 느지막히 시작했다. 같이, 그러나 따로 수행하고.

아침밥상 역시 늦었다.

아침뜨락을 걷자고 들어가서 역시나 일을 하고 나왔다.

가는 걸음마다 풀이니까.

그저 걷자고 들어가서 장갑도 없었는데, 맨손으로들 뽑았다.

소나기로 젖은 땅이라 일하기는 좋았네.

달못에 이르기까지 눈에 걸리는 키 큰 풀들, 미궁 아래 또한 키가 큰 것들,

꽃그늘길도 그냥 지나지 못했네.

앞에서 내가 거칠 게 큰 풀들을 뽑으면 뒤에서 점주샘이 잔풀을 마저 뽑으며 마무리를 했다.

쇠막대 아래쪽을 죄 뽑아 양쪽이 한 줄로 훤해졌더라.

거기 쇠막대 있었지, 하고 반갑게 된.

학교아저씨도 올라와 어제 이어 기숙사 뒤란 축대의 풀을 뽑았다.

 

낮밥을 먹고 쉬었다.

여름날엔 정오께 낮밥을 먹고 그 참으로 낮 3시까지는 일을 멈춘다.

몸을 널기도 하고 책을 보기도 하고, 더러 안에서 해야 할 일들도 하지만.

햇발동 꽃밭과 블루베리 아래 풀들을 뽑았다.

화분 안에도 난 풀을 젓가락을 써서 뽑았다.

물꼬에서 일하면서 생각한 것보다 많이 하는 이를 거의 보지 못했다.

그런데 점주샘은 꼭 그렇게 한다.

야물기는 또 얼마나 야문지.

일도 같이 하고 일이 많이 되니 더욱 좋은.

그야말로 일할 맛이 나게 한다.

어디서 저런 이가 왔는가!

이럴 때 무식한 울 어머니는 말씀하시지, “다 내 복이다!”

그렇다, 내 복이라.

 

저녁상을 물리고 안주거리를 챙겨 이웃마을로 건너갔다.

남석샘한테 일을 두 가지 맡겼다.

버려진 야외등을 하나 주워다 놓았는데,

거기 그림 하나 그려 넣겠다던 게 그 짬이 안 났기 그에게 부탁했다.

숨꼬방 앞 새벽의 동그라미’(요새는 나무 의자들을 치워버렸지만) 위의 차양을 받치는

큰 기둥 둘이 녹슨 지 오래,

그게 또 이번 참에 눈에 띄는 거다.

그걸 칠할 짬도 내기 힘들테지.

딱 남석샘이 적임자. 연어의 날까지 해주십사.

당신은 소설을 하나 탈고하느라 정신없는 때인데.

되는 대로 해주신다셨네.

그런데 오늘, 그간은 집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드물었는데

당신의 작가로서의 성실과 자존감에 자극 좀 받았다.

게으른 저자였던 나이므로.

 

화목샘이 먼 목포 안좌도에서부터 올 걸음이라

하루 일찍 밤에 들어오기로.

진주샘은 연어의 날 전에 5월 갈무리 글을 보내왔네.

, 오늘 달골 CCTV 설치 건으로 현장방문을 하고 갔다.

하기로 결정한 건 아닌데...”

어차피 가까이 가니 들러보겠습니다.”

한참 고민하던 문제였는데, 달 것이나 아니 할 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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