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1.11.쇠날.비 내린 뒤 내내 흐림 / 2006학년도 입학과정 2차 발표

마을 어르신 한 분이 또 세상을 등지셨습니다.
물꼬가 처음 대해리로 들어왔던 1996년 가을께부터
요모조모 보살펴주시던 옛이장님의 어머니십니다.
지난 여름 막내 아들을 황망히 먼저 떠나보내고
시름시름 앓다 눈을 감으셨지요.
"뭐 그냥 세월을 지고 있으면 하나둘 떠나실 테고..."
예서 죽지 않고 살아만 내면 길이 있을 거다,
생태공동체마을을 꿈꾸며 잘도 하던 말이지만
한 사람 한 사람 보던 얼굴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일은
생을 깊이 돌아보게 합니다.
그분들이 살아내신 땅에서
그 숨결로 물꼬가 산다지요.
공동체 식구 하나가 상가집 일 도우러 갈 참입니다.
먼길, 편히 가소서.

어제는 아침 빗속에 배추를 뽑았지요.
마지막까지 좀 더 살찌울 수 있잖을까 하고
물을 열심히 챙기던 열택샘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불이랑' 시간, 불가마에 들어갈 토우 도안도 하고
가을이 가는 강가에서 석영 차돌을 찾아다녔더랍니다,
부싯돌에 대한 기대를 절대 저버릴 수 없노라며.
"Wow! Finally, I found..."
손말이랑 영어랑 연극놀이는
하나의 줄기로 오후의 공부 시간을 채웠더라지요.

2006학년도 입학절차가 이어지고 있지요.
1차에 19가정 스물 아이들이 지원했더랍니다.
예년보다 한달도 더 앞당겨진 일정 때문에
그제야 놀래서 늦은 서류를 내민 이들도 있었지만
아이가 지금 당장 피 철철 흘리고 있지 않은 바에야
그 뜻이 변함없다면 내년에 오면 될 테지요.
14가정 열다섯 아이들이 학교안내하는 날에 모였습니다.
그 날 받아간 원서를 13가정 열 넷 아이들이 썼고,
이 주 내내 원서를 받고 있었더라지요.
(이곳 아이들은 지난 물날에도 6시 우체국소인을 찍어보내야 하는 사업신청서를 위해
수업 시간표를 바꿔준다든지,
제 설거지가 아닌데도 닥친 일 마저 하라 설거지를 대신 맡는다든지 하며
이래저래 바쁜 이곳 어른들 일상을 나눠 주고 있다지요)
그리고 오늘, 그 가운데 7가정 일곱 아이들이 2차 과정을 지나왔답니다.
원서에 얼마나 충실했나,
물꼬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이 학교에 부모가 바라는 것이 물꼬와 어떻게 조화로울 수 있나,
귀농과 공동체에 대한 의견은 어떤가 들이
서류를 보는 기준이었지요.
지난해 같은 일정에 예순 아이들 가운데 네 가정만 면담했던 것에 견주면
적잖은 숫자입니다.
면담이 솔찬히 부담스럽기도 하나
눈과 눈이 만나는 일이 서로를 더 많이 볼 수 있게 하잖을까 싶었습니다.
2차 고개를 넘으신 분들,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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