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고다.

사람이 해를 입거나 한 건 아니고.

창고동 남쪽문을 열었는데,

한바탕 큰 싸움이라도 일어났는 양 뒤엉켜 뒤죽박죽이었다.

싱크대 상부장 하나가 떨어져 그 안에 있던 유리그릇들과 함께 파편이 되어

부엌 바닥에 난장판을 만들었다.

그럴 만했다. 학교에서는 너무 잦은 일이고,

달골 기숙사도 지은 지 20년을 향해 가고 있으니.

창고동은 유달리 습이 많은 곳.

부엌 구석 천장재가 습으로 불고 있었던.

오늘 봐서 얼마나 다행한가.

내일이라면 주말 연어의 날 준비를 위해 시간대별로 움직이는 일에 걸려

종종거리느라 퍽 부담이었을.

내가 저 유리그릇들 맘에 안 들었어!”

옥샘은 성격이 좋은 건지, 모자라시는 건지...”

별 수가 없으니까.

그런 일들로 처질 게 무엇이겠는지. 일이 늘었다고 툴툴거릴 게 뭐람.

이미 벌어진 일이다. 치우면 될 일이다.

 

오늘은 모두 달골로 모여 움직이기로.

아침뜨()에서 손으로 해야 할 구석들에 손 모으기로.

준한샘이 낮밥으로 먹자고 김밥을 사서 들어왔다.

내려가서 밥 먹고 하면 두 시간이 훌쩍...”

여기서 일을 좀 해보셨더란 말이지.

이틀씩 걸러하는 블루베리부터 따고,

아고라에선 돌의자 사이 쇠뜨기를 뽑아내고,

떨어진 오디로 지저분해진 말씀의 자리를 쓸고 닦고,

뽕나무 아래 아침뜨락을 지키는 두 친구 난나와 티쭈 목욕도 시켜주고,

고라니와 멧돼지가 뒤집어 놓은 대나무 수로와 작은 댐을 정비하고,

()() 맥문동 사이 풀을 뽑고,

회양목 안 장미원(이라기에 퍽 부실하지만)의 토끼풀에 잡아먹힌 장미들을 살려내고,

오메가 자리로 햇발동 현관 앞 민트들을 좀 옮겨 심고

지느러미 언덕 아래 무성한 풀들을 뽑고, ...

모기와의 사투였다.

오늘 뭐 했지?”

밤에 기록장을 열고 곁에 있는 점주샘한테 물었네.

많은 일을 했는데 글자는 몇 글자가 안 되네...”

그걸 다 글자로 쓸 수도 없고...”

 

준한샘은 들여온 물꼬 30주년 측백 기념비를 놓았다.

아침뜨락 133그루 측백을 심어준 이들의 이름자다.

바위 축대 사이로 자리를 잡아주고,

수평을 잡고 몇 차례씩 뒤로 넘겼다 앞으로 당겼다 하며 면을 맞추고,

시멘트로 단단히 붙이고.

마침 그 아래 기념비를 예정했던 양 메리골드 한 줄로 화사하게 얼굴을 내밀고 있다.

잘 잡았다.

기념비의 굽은 면이 물결처럼 일렁인 듯하여 더욱 멋졌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들을 읽었다.

고맙다, 동지들이여!

 

그래도 잔치인데, 떡이 있어야지!

주문했다.

모이는 이들이 먹을거리를 거의 나눠 장만하기로 하여

정작 물꼬 안에서 할 준비는 밥상만 차리면 되었다.

그래도 떡 만큼은 여기서 내야지.

하여 떡은 아무에게도 엥기지 않았던.희중샘이 들어오며 읍내를 들러 찾아오기로 하다.

 

저녁, 걸음이 휘청거릴 정도였다.

하지만 밥상에서 물먹은 상추처럼 되살아났더라니.

좋은 일을 마음을 다해서 흡족하게 하고 일어났을 때 오는 느꺼움이 찼다.

탕 하나로 소박한, 그러나 우주 같은 풍성함이 밥상에 있었다.

스시집으로 갔다가 엄마 밥집에서 호텔 스카이라운지를 찍고 민속주점 들리는,

해물탕에 라면사리, 누룽지탕에 두부김치찌개, 분식집과 도넛가게,

마지막으로 칠레까지 갔네, 포도로.

정점은 달빛 아래 야외카페.

벗이자 동지이며 동료와 생이 즐거웠다!

 

, 오늘 달골에 CCTV를 설치했다.

주차장 들머리와 사이집 쪽.

버섯을 따러 들어오는 이들이며 무시로 마구 들어오는 이들,

이제 그대들 다 죽었어!”, 그런 마음으로다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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