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 2.쇠날. 맑음

조회 수 350 추천 수 0 2021.07.30 23:49:24


 

먹구름이 한 덩이씩 하늘을 덮긴 하였으나 대체로 맑은 날이었다.

눈을 뜨자마자 짧은 해건지기를 하고,

아침뜨락의 달못과 지느러미길에 어제 심은 잔디로 갔다.

호스가 닿지 않았던 곳에 물을 길어다 뿌렸다.

어제 물을 준 곳은 꼭꼭꼭 밟았다.

공기를 빼주고 잔디를 땅에 밀착시키는 작업.

물을 준 뒤 바로 하면 신발에 다 들러붙으니까.

 

이른 낮밥을 먹고 책을 들고들 앉았다가

작업 시간 직전 진주샘과 면소재지를 다녀왔다.

순전히 차에 기름을 넣으러.

거의 이 골짝 안에만 있자니 차가 배고픈 줄도 모르고 있었던.

가는 걸음에 개사료도 들이고, 진주샘이 또 먹을거리를 실어주고.

 

오후에 또 아침뜨락에 들었다, 삼태기며 낫이며 호미며들을 챙겨.

더운 날은 낮 3시는 돼야 오후 일을 시작한다.

오늘은 4시부터.

아침에 물을 준 잔디를 밟아주고,

달못 안쪽 경사지 풀을 뽑고, 돌을 골라냈다.

아가미길 광나무 사이 풀도 매고, 죽은 가지들을 몇 뽑아도 주었다.

마을로 들어오는 저녁 버스가 돌아나가고도 한참을 더 일하다 일어섰다.

다 못했는데요...”

여기 일이 어디 끝이 있나, 오늘 끝난 데서 내일 시작하면 될.

나오기 전 다시 어제 심은 잔디들에 물을 흠뻑 주었다.

호스로 뿌리고, 닿지 않는 곳은 물조리개로.

저기서 신호를 주면 물을 틀고, 다시 잠그고 해주셔.”

누가 그리만 도와도 얼마나 수월한 농사일인가.

더도 말고 세 시간을 일하고 나왔네.

조금 늦은 저녁밥을 지으러 학교로 내려가니

기락샘이 들어와 습이들 산책을 시켜주고 있었다.

 

이런 밥, 밖에서 먹으면 기본, 아니 최소 만 오천 원이야.”

오늘 낮에 먹은 바깥밥에 견준 우리들의 밥상이었다.

거참, 맛난 밥 혹은 건강한 밥이라고 하기보다

돈으로 딱 말해야 더 쉬 알아듣는 요새 문화라.

잡곡밥과 전골에 올해 첫 수확한 가지를 쪄서 무쳤고,

늘 만만한 김치부침개가 올랐고,

무생채와 산나물장아찌와 콩나물무침과 닭고기장조림과 오이무침과 풋고추 더하기 쌈장,

그리고 뭐가 있었더라.

후식으로 물꼬표 플레인 요걸트와 얹어먹을 블루베리, 수박도 같이 놓였다.

 

저녁밥상을 물리고 재봉틀을 꺼내다.

바지 세 개를 고쳤다.

작업복 하나는 엉덩이 쪽이 터져 벌어졌고, 다른 하나는 허리 고무줄이 늘어났다.

엉덩이 쪽이야 드르륵 박으면 되고,

고무줄은 갈아 끼우는 대신 앞쪽에 양쪽으로 구멍을 내 감침질을 한 뒤

운동화 끈을 넣어 맬 수 있게,

나머지 바지 하나는 밑위 쪽이 터져 있었는데,

앞뒤 구분이 잘 안 되던 옷을

꼬리처럼 천을 하나 대서 뒤쪽이 구분되도록 하며 박다.

보는 것만도 힐링이 돼요!”

진주샘이 웃고 있었다.

 

저녁 9시 모두 달골 오르다. 양호한 시간이다.

이 시간에 달골을 나가 마을로 내려가 그제야 밥을 해먹던 숱한 여름날,

올해는 그러지 말자고 다짐에 다짐을 했더라지.

계자나 큰 일정 전날에야 어쩌지 못하더라도.

 

새벽 1시 아침뜨락을 걷고 나왔다.

명상정원을 지키는 난나와 티쭈부터 불렀다.

고라니와 멧돼지들을 향한 부탁의 밤,

얘들아, 울타리 바깥에서들 놀으렴!” 하는.

 

진주샘이 낼 첫차를 타고 나가기로 했네.

연차를 써서 거들러 왔다. 연어의 날에 나가면서 뒷정리를 남겨두라고 했던.

하루 볕이 무서운 여름날에 그건 이미 옛일이라.

대신 달못 둔덕 잔디를 심어주고 가네.

아침 먹을거리를 챙겨두고 오늘은 덩달아 일찍 쉬어볼까 하는 밤.

, 출판사에서 이번에 낼 책의 교정지를 보냈다는 연락이 들어와 있었더라.

삽화사진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부모님들께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당부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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