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 5.달날. 시작된 장맛비

조회 수 317 추천 수 0 2021.08.03 22:57:58


 

새벽 3시 아침뜨락에서 소리를 질렀다.

고라니, 멧돼지들을 향한.

얘들아, 울타리 너머에서 놀아줘!”

 

장마가 시작되었다.

그렇다고 일상이 멈추는 게 아니다.

비 내릴 땐 처마가 있는 곳에서 움직인다.

빨래방 안의 풀을 뽑는다든지 집안일을 한다든지.

농사꾼은 비 내릴 때 마실 나갈 짬이 생기기도.

이웃마을 장순샘이 건너오다.

첫 수확한 자두를 실어왔다.

지난해부터 손발 보태는 일 없이 철마다 과일을 얻는다.

아내가 생기고서는 아무래도 안정적인 손발이 있으니

물꼬에 sos칠 일도 잘 없는.

그만큼 또 물꼬에 들어오는 걸음도 드물었다.

같이 사는 일은 식성의 조율이 필요하기도.

장순샘은 고기도 먹지만 남새밭에서 거둔 것들을 좋아하는데

아내는 요리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데다 고기를 자주 먹는 편이라고.

내가 밥을 더 많이 해요.”

김치도 담는 장순샘이니까.

밥을 하는 이는 아무래도 저 좋아하는 것 중심으로 차리기가 쉽지.

그렇게 한 세월 보내면 먹는 이의 식성이 변하기도 하고,

아니면 하는 이의 밥상이 달라지기도 하고.

맛이란 좋은 재료나 만드는 이의 솜씨 덕도 있겠지만

먹는 자의 자세와 태도라.

고마움으로 맛나게 먹기!

자두에 대한 답례로 설악산에서 담가왔던 산나물장아찌를 나누었네.

, 대파도 내려주고 가시었다.

 

연못이 연()이 자라는 못이라는 걸 아는 데 50년이 걸렸다,

어르신 한 분이 그랬다,

물이 적게 고인 곳은 둠벙(* 둠벙은 웅덩이의 방언)이고 많이 고인 곳은 연못인 줄 알았다고.

타인과 사회가 지정하고 지칭하여 통용하는 것을 아는 데 시간이 걸린다.

말에는 씨가 있다.

언중유골이라, 말에는 뼈도 있다. (중략)

말에는 또 귀가 있어 말귀를 잘 알아들어야 한다.’

못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넓고 깊게 팬 땅에 늘 물이 괴어 있는 곳이다.

연못은 연꽃을 심은 못이기도 하지만 과 같이 쓰이기도 하더라.

늘 쓰고 사는 말이 어느 날 낯설게 들어올 때가 있다.

그리고 그것이 지닌 뜻에 새삼 놀라기도 하는.

말은 존재의 집이라.

말을 가리는 건 존재를 가지런히 하는 일이기도.

또한 생각을 한다는 말이기도.

생각을 나열하는 것이 말하기라.

생각이 고르면 말도 고를 것이라.

 

이번에 내는 책의 교정지가 물날 들어올 거라고.

그 전에 출판사에서 PDF파일로도 보내왔다, 교정지 도착할 때까지 먼저 살펴보라고.

출간에 보다 가까워지고 있다.

 

오늘에야 연어의 날 재정정리.

태희샘과 희중샘은 또 등록비를 넘치게 보냈다.

희중샘은 달마다 논두렁으로 적지 않은 돈을 보태는데도.

물꼬를 아끼는 마음과 살림을 헤아리는 마음을 그리 보이다.

누군들 넉넉할까. 넉넉하다고 또 그러기 쉬울까.

휘령샘과 진주샘도 자주 그리한다.

늘 그렇게 해야 한다고 너무 애쓰지 마라 했고,

편안히 할 수 있을 때 그리들 보태는.

연어의 날을 다녀가며 당신도 논두렁이 되어야겠다던 수진샘,

논두렁이 되시었더라

열심히 살겠다는 말 말고 무슨 인사를 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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