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19.달날. 맑음

조회 수 541 추천 수 0 2021.08.09 03:36:42


 

장마가 끝났다고? 벌써? 그렇단다.

장마전선이 한반도 북쪽으로 북상하거나

전선 세력이 약화하며 강수가 소멸되는 시점이 장마 끝.’

이번 장마는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 동쪽에서 서쪽으로 세력을 점차 키우면서 전선이 사라진.

여름장마가 17일 만에 끝난, 기상 관측 이래 역대 세 번째로 짧은 장마였단다.

평년 장마 기간이 중부에선 31.5.

다음은 38도가 넘는 폭염이 일주일 이어질 거라고 예보하고 있었다.

여러 날 오던 소나기는? 당분간 더는 소식 없다 한다.

 

늦은 밤 대해리로 들어오기 전까지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책상에 앉는 순간, , 오늘이 달날,

사흘 동안대해리를 나갈 일이 있는데,

틈틈이 보고 달날 출근하셔서 볼 수 있게 보내놓겠다고 했다.

3차교정지가 PDF 파일로 와 있었고 저자 수정 중.

들어오는 날을 해날로 착각한.

그러고는 내 흐름대로 움직이다 달날인 오늘 들어왔단 말이지.

그나마 다행한 건 흙날에 문자를 보낼 때 그날부터 사흘이라고 했으니

주의 깊게 보셨다면 헤아리고 있겠지 했다.

그런데 또 편집자는 오늘 안 왔으면 내일 올 거다 믿고

재촉이나 확인이나 걱정도 없이 연락 한 줄 없었던.

고맙고, 한편 안 고맙기도.

나란 사람이 알아서 잘 하는 사람만은 아닌.

때로 독촉도 필요한.

이제 자주 잊는, 나이 든 사람이 되어서도.

 

이웃에 절집이 있다.

갈수록 제사를 그곳에 의탁하는 이들이 날로 많다고.

기제사야 집집이 다르지만 차례를 보자면,

온 가족이 모여 함께 보내는 날의 의미는 좋지만

온 나라가 한날한시에 움직이는 것에 대해선 이게 좋은 것이긴 한가 싶고는 했다.

명절이 끝나면 이혼이 급증한다던가.

2019년이던가 한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따르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500명 대상

전체의 35.7%가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고 응답했다지.

우리 집안에도 변화가 생겼다.

얼마 전 형님댁네가 아프면서 20여 년 제사를 놓고

작년부터 절집에 위패를 모셨다.

양가 막내인 데다 나는 이 잘난(당연히 웃자고 하는 말이다) 물꼬 일 한다고

늘 집안 행사에 열외의 자리에 있었다.

헌데 오늘 절에 가서 제사를 지내는데,

일면식도 연도 없는 보살이 종일 불 앞에서 이 삼복더위에 음식을 하고,

스님이 직업적으로 읽는 경을 듣고(아무렴 그 경이 혼령들을 위로도 하겠지만)

지금 뭐하는 건가 싶은 마음이 들었더라.

안 할 거라면 모를까 한다면 이 방식은 아니다 싶은.

갈수록 안 지낸다는 제사를 외려 지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할 거라면!

안할 거라면 모를까.

형님이 그간 고생하셨으니 이제 막내인 우리가 또 하면 될.

그렇게 하자고 남편에게 물었다.

오늘은 그렇고 다른 날은 다른 마음일지도 모르지.

제사를 지내게 된다면,

힘들 때 짜증이라도 난다면 그럴 걸 왜 하자 그랬냐고 할 게 아니라

지혜롭게 서로 잘 넘어가자고 미리 마음도 맞췄더랬네.

지금 순정한 마음은 맞지만 사는 일은 또 우리에게 다른 고단함을 안기니.

남편이 살아있을 적까지는 한다는 마음이었네.

착해서 하는 일이 아니고 마음이 그렇다는.

마음이 많은 사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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