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정원 아침뜨락의 달못 아래 수국 하나,

올해도 풍성한 꽃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삶을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진 목숨들처럼

제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목이 부러졌다.

새총 같은 나뭇가지를 꺾어다 받쳐주어야지 한다.

 

간밤 자정 넘어 가까이서 고라니 소리를 들었다.

책상 앞에 있다 얼른 나가보았다.

달아나는 기척을 느꼈다.

멀리 갔겠지 하고 돌아왔는데,

이런! 날 밝아서야 알았다, 아침뜨락의 지느러미 길 들머리의 물 화분에 다녀갔다는 걸.

얼마 전 다 먹어 치워버린 수련이 다시 뿌리를 꼭 붙들고 새 잎들을 밀어 올렸는데,

어제는 멀쩡히 있던 잎이 오늘은 사라졌다.

풀이 아무리 많아도 저 좋아하는 게 있겠지,

부드러웠거나 맛있었거나 접근도가 좋거나.

물 화분을 아예 덮어둘 수도 없고, 어쩌나...

뿌리마저 먹었을까 우려 있었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잎과 줄기만 해친.

 

이른 아침 들에 간다.

아침뜨락이 시작이다.

하다보면 더하고 싶은 일,

그러다 정작 행사보다 행사 준비로 널부러지기도 한다.

이번 주도 평소처럼 낮 6시부터 3시간 일은 하되

계자 전 일은 물날 정도까지만 하기로.

달못 안쪽 경사지 풀을 뽑는다.

비탈은 다리에 힘을 더 많이 주어야 하니 강도가 높다.

이런 데는 예취기나 잔디 깎는 기계가 닿지 못하니

사람이 해내야 만 할.

아고라 위편의 일부 측백과 측백 사이를 맨다.

측백 아래쪽이 처음부터 풀섶이었는 양 풀로 무성하게 감싸고 있었던.

아가미길로도 간다.

그 길 끝에서 울타리 안쪽으로 넘어오는 커다란 풀들을 뽑거나 치고,

키 낮은 광나무 사이 부드럽게 뽑히는 풀들 또한 맨다.

이 역시 다 말고 지나치게 눈에 걸리는 부분만.

09시 들어와 바로 대배를 비롯한 해건지기를 하고서야 씻는다.

 

계자 준비가 될 한 주,

그러자면 걸리는 사무 일을 정리해두는 것부터.

지난해 93일 큰비에 대문 앞 주차장 쪽이 수해를 입었고,

지난 1년 마을 이장님을 비롯 면사무소와 군청 복구를 요청했으나

도저히 예산이 없다는 속에 1년을 기다리다

좀 더 강력한(?) 혹은 절박한 방법으로 다시 요청.

한 개인의 밭으로 가는, 그 너머 단 하나의 땅을 위해 다리도 다시 놓는 행정인데,

날마다의 삶을 영위하는,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길이 위험을 안고 있는데

그걸 외면해서야...

서류를 만들고, 그때 찍은 사진과 영상을 더하고.

내내 쓰기가 부담스러운 글월이었는데, 오늘 그예 한 것.

관계자들이 바로 실행 여부를 검토하고 있었다.

면사무소로 가 농업경영체 등록에 관련된 서류도 냈네.

 

계자 준비기 하루를 촘촘하게 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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