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8. 3.불날. 갬

조회 수 340 추천 수 0 2021.08.12 03:08:03


 

오늘은 조금 더딘 아침. 07시가 다 돼 들에 나가다.

어제 뽑아놓고 치우지 못했던 풀부터 치우자고 가는 길,

도라지밭 곁의 들꽃군락의 키 큰 풀들이 발목을 잡았다.

저리 키가 크자면 뿌리도 힘이 좋을 거라.

그제 오후부터 여러 차례 창대비 내렸으니 물을 잘 머금고 있겠네.

이럴 때 뽑으면 힘이 덜 덜지.

그래도 덩치가 있어서 아주 수월치는 않을 테지만.

흙을 꽉 보듬고 있을 것이니.

삼태기며 들고 가던 것들을 내려놓고 눈에 걸리는 큰 것만 뽑자 하는데,

이런! 아주 큰 것들을 뽑으니 풀들 전체 키는 분명 낮아졌을 터인데,

이게 또 그것들을 제외한 다른 키가 또 제일 큰 놈들이 되는 거라.

그래서 또 그 키들의 풀을 뽑는데,

그러자니 이왕 하는 거 내리 한 줄이라도 죄 뽑자 싶더라.

마침 젖은 땅으로 풀이 쑥쑥 뽑힌단 말이지.

해서 풀의자를 꺼내 아예 앉아서 뽑아나갔네.

오늘은 여기가 오전 일이겠고나.

사이집 들어오는 길을 따라, 대문에서 밭가 솔라등까지,

한 발 넓이만큼만 뽑아내다.

밭 전체로는 키 큰 풀의 높이는 결국 낮추지 못하고,

왜냐하면 당장 앞쪽만 손이 갔으니,

키 따라 걸음을 다 옮기질 못했으니.

풀이 젖은 데다 키도 크니 무게도 만만찮아

삼태기에 담아 멀리 언덕 아래 버리는 데도 꽤 힘이 들었네.

오늘 아침은 여기까지.

 

풀을 뽑을 때 뿌리가 깊고 넓은 쑥이나 큰강아지풀은

양손을 잡고 뽑아도 끄덕 않는다.

그럴 땐 한 번에 힘을 쓰지 않고 줄기를 쪼개지. 한 뿌리씩.

그러면 뿌리를 못 뽑을까 걱정이 일지만

각개격파 그런 거다.

그렇게 떼어내고 뿌리만 따로 호미질을 하기도.

 

윤호샘이 보낸 모기기피제가 왔다.

찡했다.

보낸다 했지만 받고 보니 더욱.

깜짝 놀랬음.

진짜네. 그냥 잊기도 하고 그러는 걸. 너무 부담이 안 되었으면.

그대가 사줘서 괜히 뭔가 대우 받는 거 같고 그럼 :)’

갈무리글에 글씨가 삐뚤빼뚤해서 해석하는 값으로 생각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너무 값싸니 그대는 또 빚이 남었네, 그랴. 부디 건강하자!’

ㅋㅋㅋㅋㅋㅋㅋ 그럼 남은 빚은 차차 갚아 가겠습니다.)’

저녁에는 그것을 뿌리고 일했다.

지독하게 모기에 물려도 대체로 향이 강해서 모기 기피제를 늘 선뜻 내키지 않아 하기도 했는데,

독하지 않아 좋았다.

기표쌔빠지게번돈그렇게 들어오는 기표샘의 후원처럼

며칠 전 논두렁회비를 보내온 것도 오늘 알았네.

손수보내는윤호라는 이름으로.

아버지 회사의 중고물품들을 파는 일을 하며 돈 쌓이는 재미로

아침이면 아버지랑 같이 출근을 한다지,

그동안 늦도록 잠자리에서 뒹굴던 날을 청산하고.

그렇게 번다고 논두렁이 되었다.

아홉 살 아이가 자라 중고생 새끼일꾼이 되고

마침내 품앗이일꾼이 되더니 논두렁까지 된.

그렇게들 물꼬를 밀고 가나니.

혼자 하는 일이 아니어 가능한.

진한 연대가 내 삶도 끌어주는.

애써 살겠다.

 

 

* 詩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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