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좀 봐! 신비롭기까지 한, 물꼬의 절묘한 날씨!

오늘은 물꼬 운동회(낮에 하는 대동놀이)가 있는 날이라.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이 좋은 청년들과 일하는 즐거움이 크다.

재밌고, 고맙고, 놀랍고.

대동놀이에선 아이들보다 더 재미를 내서 아이들의 흥을 돕고.

다들 피곤한데 어떻게든 힘을 낸다.

물꼬라는 장이 기적이다!

 

해건지기’.

첫째마당과 둘째마당을 건너뛰고 셋째마당을 길게 하는 아침.

샘들이 먼저 하는 아침 수행 시간에 아이들도 같이 일어나

가마솥방에 모여 달골 명상정원 아침뜨지도를 보고,

마스크를 하고 굳게 닫혔던 교문을 열고 달골을 향해 걸었다.

둘러친 산에 운무가 막 걷히고 있었고,

하늘은 하얀 구름이 아이가 그려놓은 기분 좋은 낙서처럼 칠해져 있었다.

동쪽하늘에선 해가 힘차게 차오르고.

칡향이 넘쳤다. 칡꽃이 떨어진 꽃길을 건넜네.

아침뜨락에서 누군가 꿈을 꾸고 그것을 함께 나누는 일에 대해 말하다.

꿈을 꾸면, 그리고 잊지 않으면 그것의 실현을 보게 될.

아이들이 그 작은 공간을 예쁘다고 했고, 아침빛을 아름답다고, 이 시간이 좋다고 했다.

여느 때처럼 아고라에서도 밥못에서도 바위에 걸터앉아 명상은 하지 않았지만.

이번 계자에만 3번째 아침뜨락이다. 세 번 다 시간과 날씨(온도)가 달라서 너무 좋았다.

아이들과 손잡고 아침 안개도 보고 열심히 걸어 올랐다.

가기 전에 옥샘이 가마솥방에서 아침뜨락 그림을 보여주면서 설명하셨는데

그걸 집중해서 들었던 거지 물고기눈을 보자마자 나 저거 알아요, 눈이죠?”하면서 좋아했다’(윤지샘의 날적이에서)

아침뜨락 가장 윗부분에서 대해리 마을 전체를 내려다봤을 때 "우와~ 속이 뻥 뚫려요!"라고 말했던 정인이의 목소리가 생생하다.’(태희샘) 

아이들과 걸어가는 아침뜨락은 고요하기보다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세미가 본인의 가족 이야기, 강아지 이야기, 학교 이야기를 해주어서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는 관계에서 한 단계 더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다음 겨울 계자 때 다시 오겠다며 선생님도 또 오라고 하여서 감동이 있었다.(근영샘)

내려오는 길 태양이가 힘겨워할 때 곁에서 형원이가 응원을 해주며 함께 걸었다. 따뜻한 형원이.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 노랫 구절처럼 우리는 얼마나 많은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

밥바라지 2호기 정환샘과 3호기 이선정샘이

오늘은 특별히 빵을 준비해주었네.

 

손풀기’.

아이들이 시작도 하기 전 벌써 눈을 반짝인다.

이 단순한 시간이 저토록 애정을 불러일으키다니.

아이들은 그렇다.

어른들은 판만 깔면 된다. 저들 안에서 저 배움과 연습의 힘들이 나온다.

사흘 밖에 하지 않았는데도 그림의 성과에 서로 놀란다.

하는 법이라고는 별거 없었다. 크게, 눈에 보이는 대로, 말없이.

수범이처럼 사물을 아주 작게 그리던 아이들도 그것을 키우며 마음도 키워갔다.

어른들은 그림을 통해 아이들 읽기, 아이들은 스스로 마음 치유하기, 그런 시간.

'잘 그려지지 않고 대상이 어려우면 대충 그리고 싶은 마음이 클 텐데 약 25분 가량의 시간 동안 미동도 하지 않고 대상에 집중한 채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예뻐보였고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물꼬에서 몇 없는 이 고요한 시간이 참 소중했고 완성작도 대단했다. 말 많고 말썽쟁이였던 애들의 색다른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태희샘)

연필을 부러졌다길래 칼로 깎아 제욱샘 편에 보내는데,

제욱샘이 연필조각들을 치우면서 달랑 보이는 것만 치우는 게 아니라

떨어진 것도 곁에 있는 것도 담고 있었다.

아이들이 보았다. 배울 것이다.

정인 지율 현준이 상을 치우고 지우개가루를 쓸고 뒷정리를 했다.

현준이에게 이번 계자에서 마음 내기 훈련 과제를 주었다.

쓰레기통 주변까지 치우는 게 안 되지만 다음 발을 놓으면서 알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시간으로 넘어가기 전 아이들은 또 한바탕 노는 중.

저런 아이들인 걸, 코로나19는 얼마나 잔인한지.

동우와 수범이는 배드민턴을 치고 있고,

여자방에서는 팔씨름이 유행이다.

책방은 독서 삼매경.

 

물꼬 운동회(낮에 하는 대동놀이)’.

역시 하면 너무 진심이 되어서 다 같이 땀을 뻘뻘 흘리며 했다.’(윤지샘)

듣는 사람은 지겨울지도 모르지만 저 날씨를 보고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모든 계자가 저마다 그렇겠지만 168계자가 참 특별합니다.

오늘 저 하늘 좀 보셔요. 여러분들 운동회 있는 줄 알고 저 말짱해진 하늘 보셔요.

어제는 또 어땠습니까? 우리가 종일 안에서 활동하는 줄 알고

비가 얼마나 쏟아졌던가요!

그제는? ,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으나 한 방울도 떨어지지 않아

동쪽개울 수영장에서 잘 놀았지요.

요새 바쁘지 않은 사람들이 없는데,

여러분을 돕기 위해 기꺼이 와준 어른들이 있고,

여러분들 그만큼 귀한 사람들 맞습니다.

동쪽개울 작은 물도 바다에 뛰어드는 사람들 마냥 만족해하고 즐거워하지 않으셨던가요!”

종목선정을 하고, 모든 걸 할 수 없으니 논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줄다리기, 이어달리기, 배드민턴, 축구, 물놀이 가운데.

장소는? 고래방이냐 운동장이냐로.

이어달리기와 줄다리기라면 고래방에서,

배드민턴과 축구는 운동장에서 하기로.

물놀이야 동쪽개울에서 할 테고.

땀 흘리고 마지막에 수영으로 마무리하기로 했으니

나머지 네 종목 가운데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것 고르기.

짧게 다 하자에서부터 두 가지로 압축하자까지

저마다 서로를 설득하고 그러다 지지부진해지기도 하고,

'처음에는 정리되지 않은 분위기에서 아이들이 이것저것 하고싶은 것들만 얘기해서 답답하기도 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자 해결방안이 나오고 서로 양보하고 타협점을 보여 종목을 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에게도, 샘들에게도 이런 시간이 필요하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은 걸리더라도 이 시간이 참 좋았다.'(태희샘)

 

그럴 땐 어른의 개입이 필요하기도 하다.

어떤 일은 하면서 생각하고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일단 고래방에서 이어달리기를 하면서 다음 이야기를 하지요.”

고래방에서 북채를 양편에 들고 아이들을 모으는데

휘령샘이 그 장단에 박수를 같이 쳤다.

이런 행동 하나가 전체 분위기를 몰아주지.

휘령샘은 그런 걸 참 잘하는.

물꼬 샘들은 모두가 모이는 모임마다 자신이 먼저 안내자에 집중한다.

그러면 아이들도 따라하지.

이어달리기.

뜨거운 날을 뜨겁게 뛰어 더 뜨거웠지만 재미는 그 모든 것을 뛰어넘었다.

한라산과 백두산 패는 그야말로 그 산들 꼭대기에 한달음에 달려간 듯한 기세.

응원전이 더 들을 만, 볼 만했네.

승패에 따라 우리의 오후 참인 찰옥수수가 걸려있었더란 말이지.

채성이와 세미의 대결은 체급 차에도 나름 팽팽했다.

샘들이 온 몸을 던져 달려(달려주어) 분위기를 더욱 끌어올리고.

태희샘은 짝이 맞지 않는 편을 위해 한 번 더 달리는 기염을 토하다.

지윤이가 손 바톤을 잇지 않아 가던 길을 되돌아와 앞선 수범의 손을 치고 가고,

같이 달리던 지율이가 그걸 또 보고 기다렸다 달리고,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지율이가 원래 정인이랑 짝이었는데, 짝이 맞지 않아 바꿔야 하는 상황에서

정인이는 짝이 안 맞으면 자기가 한 판 쉬겠노라 했다.

진행까지 도우는 아이들이었네.

 

배드민턴 시합.

응원석이야 첫날부터 있었지, 운동장 가 소나무 곁으로 차양막이 이미 처져 있었고,

거기 의자들도 나와 있었다.

휘령샘 지율 VS 태양 수범/도윤 윤수 VS 형원 동우/ 제욱샘 세준 VS 지윤 윤지샘.

규칙을 아는 이와 모르는 이가 만나 경기를 하기도.

그러면서도 배워갈 테다.

함성, 함성이 경기를 능가했더라.

배드민턴 경기 내내 전체 진행을 맡았던 정인,

경기를 이끌고 심판하고 중재자로 나서기도.

현준 세준 도윤이 상대편을 과하게 놀릴 때 제지하고,

응원이 과열될 때마다 이러면 경기가 진행이 안 된다 관객을 가라앉히고

지면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잘하고 있어, 격려하고

자기편이 아닌데도 이기면 같이 기뻐해주고.

불복하고 삿대질하고 채를 팽개치는 선수가 나오기도 한다.

형원이만 해도 이 계자의 배드민턴 열기가 바로 자신으로 시작되었고,

자기가 더 잘하고 실제 전력이 앞서 당연히 이길 줄 알았지만 그만 지고 말았다.

억울하고 분할 만. 그러나 깨끗하게 승복하는 그였나니.

그간 형원이는 동우 수범 윤수를 키운 코치이기도 하였네.

이어달리기는 백두산패가 배드민턴은 한라산패가 이기다.

비긴 관계로 우리는 모두 옥수수를 먹을 수 있게 되었더라.

서로 짰어?”

 

마지막 종목은 진즉에 결정되었더랬다; 수영.

흠뻑 땀에 절어 동쪽개울로.

동쪽개울은 엊그제 확장 공사로 더 넓고 깊었다.

마침 어제 억수비 장대비 창대비도 다녀간.

제욱샘이 물가에 튀어나온 돌 하나를 치우는데,

도윤이가 하던 물놀이를 멈추고 다가와 온 힘을 쥐어짜 치웠다지.

세영이가 큰 형님답게 다른 이를 불편케 하는 아이들을 정리하기도.

짧은 물꼬에서의 시간 안에서도 아이들이 바뀌어가는 과정이 보이고 나서

물꼬가 얼마나 아름다운 공간이어 왔는가가 와 닿았다.’(제욱샘)

현준이가 중앙 웅덩이를 벗어나 길이 보이는 곳까지 내려가고 싶어했다.

아이들도 우르르 따라 나섰다.

이끼도 끼고 물도 많지 않은 곳. 새로운 길은 아이들 모두를 재밌게 했다.

아이들이 현준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호기심이 많아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어했고,

그에 따른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 줄 알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 보았다.‘(휘령샘)

그 재미 때문에 다른 누군가가 마음을 다치거나, 왕따를 당하거나

그런 부분은 저도 크면서, 혹은 어른들을 통해 조금씩 달라지리.

모두 이제 그만 하자 하고 나올 때

세준이가 물에 다시 가려고 튀어나오는 순간 세영이가 옷자락을 붙잡았다.

세준 말 잘들을 듯 말했으나 놓지 않으며 세영이 왈,

얘는 제가 잘 알아요.”

체념하는 세준이, “들켰네...”

그들은 한 집안에서 사는 오누이. 세영이는 엄마 같은 누나.

 

또 특별한 168계자라.

여느 여름날이면 낮에 하는 대동놀이로 너에게 나를 보낸다를 했다.

마당에 커다란 물통에 물 채워놓고 바가지 띄우고 수도 호스까지 당겨다

달리고 물 잔치를 벌이는.

이제는 수영장 동쪽개울이 바로 곁에 있는 걸.

대신 운동회를 벌여보았던.

 

연극놀이’.

두 패로 나눴다. 열린교실처럼 수강신청을 하고.

주어진 시간은 50,

그 사이 작품 선정, 배역 선정, 대사 만들기, 연기 연습, 분장과 소품을 다 준비하는.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형원 호랑이, 지윤 돌멩이, 이불 정인, 기름 동우, 멧돌 지율, 지게 채성,

태양이는 할머니역을 위해 회색 모자를 찾아 옷방 삼만리.

결국 찾아내고, 모직 모자를 이 한여름에 쓰고 다녔다,

60년 후의 자신의 모습을 봤다며.

이마에 주름 한 줄 더 그려주세요!”

윤수가 쪽대본도 없이 해설을 했다. 그야말로 변사였던.

무성영화처럼 배우들은 연기만.

연습 때는 신나서 자신 있게 했는데, 막상 무대에서 처음엔 얼마나 떨던지.

그걸 넘고 멋지게 무대에 서서 예정에 없던 상황이 몰아쳐도 유연하게 해설을 하다.

제 역이 끝나고도 무대를 나가지 않고 온 데를 파닥거리는 동우,

소금 뿌린 미꾸라지라고 누가 표현했더라.

얼마나 신났으면.

저 아이도 때로 모두를 위해, 혹은 무대를 위해

자신의 행동을 멈춰야 하는 것을 아는 날이 아리.

가르치고 기다리면 될. 그러다 그리 되는 날이 올.

그걸 기다릴 줄 아는 물꼬가 좋다.

아이들만 해도 누구도 날뛴다고 할 만한 동우를 비난하지 않았다.

무대에서 그런 건 아니지만 형원이의 비슷한 행동에는 원성이 자자했는데,

그 차이가 뭘까...

아마도 앞은 제 신명에 겨워 그러고 있으니 아이들도 그러려니 한.

내 즐거움을 넘어 타인의 상황을 생각하게 되는 건 다음 걸음에서 그 아이가 익힐.

형원은 악의는 없으되(하기야 아이들의 행위에 무슨 악의가 있겠는가) 타인이 싫다는 데 그것을 개의치 않음이 담겨있다

그러니 아이들이 싫었던 게 아닌지.

형원 역시 나날이 달라지고 있었다.

첫날엔 곤충을 잡고 아이들 앞에 내밀더니 한데모임에서 그러지 말아달라는 아이들의 부탁을 받고

그 다음엔 아이들을 피해 곤충을 잡은 손을 멀찍이 보냈다.

말을 건네면 그 말이 그에게 닿는 데 다만 시간이 걸렸던 것.

잠 잘 때도 샘들의 인사가 잘 들리지 않던 형원,

오늘은 샘들 인사를 듣고 저도 인사를 하고.

우리 모두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아기 돼지 삼형제>

현대로 각색한 작품을 무대에 올렸네.

극 선정과 배역 선정에 30분이 흐르다.

연습을 시작하고도 현준이와 세준이의 장난끼에 세욱샘이 한 소리를 던지기도.

이야기 선정에서 배역을 정하는 과정까지 정말 정신이 없었다지.

세영이 해설을 맡아 메모까지 하며 대사를 정리하고 연습하고.

앞서 다른 편의 연극에서 윤수는 전 과정을 설명,

세영은 장면과 장면을 이어주는 해설을 했다.

배역을 정하는 과정에서 서윤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부리는 심통을 드러내고 말았지만

경찰(토끼) 역을 맡아 신나게 배역을 소화했다.

또 다른 경찰(여우) 세준은 언제나처럼 미소가 절반의 연기.

첫째 돼지 도윤; 리허설과 무대에서의 대사가 달랐지만, 온 정성으로,

동료 배우 세미의 대사까지 신경써주고. 최고의 배우였다.

둘째 돼지 세미; 언니 오빠 샘들과 대사를 정하고 큰 목소리로 연습하고,

정작 무대에서는 객석 중앙을 바라보는 게 어려웠지만,

그 작은 몸으로 새 같은 돼지 역을 소화.

셋째 돼지 수범; 가위바위보로 하고 싶었던 배역을 따내고 멋진 배우로 등극하시다.

작년만 해도 무대와 객석을 구분 못하던 아이가 이제 그걸 하고 있는.

무대를 휘젓는(방해하고 분위기 모르는?) 역은 이제 동우에게 그 역할을 물려주었다 할까.

아이들은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

늑대 현준: 역을 만드는 데 생각을 더하고, 좋은 의견을 잘 받아들이고.

샘들도 한몫을 놓치지 않았네.

제육샘은 점점 쌓아올리는 벽돌집을 몸으로 표현해주었다.

 

뭐 볼만 할까 모르겠지만...”

관객 이백 명을 초대했다. 일당 백.

밥바라지 2호기 3호기가 객석에.

하면서 보면서 서로 어떠했나 나눔을 할 때

객석 평가단도 한 마디씩.

그 짧은 시간에 연극 한 편을 만들어 올린 완성도에 놀라고 연기에 놀랐다는.

아이들 어깨가 더욱 올라갔네.

 

저녁 밥상엔 여느 때건지기와 다르게 가라앉은 분위기.

, 샘들이 힘들었구나...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우리들의 전이시간을 채우는 넘치는 에너지들이 역시 어디 가지 않는다.

팔씨름에 퐁당퐁당 손놀이에, 허벅지 씨름까지.

아이들이 샘들 안마를 해주기도 하고,

정인이와 지율이 계속 춰오던 춤을 보여주기도 하고.

 

다시 평상이며 긴 의자며 둥글게 놓고 앉은,

저녁이 내리는 마당에서의 한데모임’.

저녁 때건지기 후 설거지, 너무 피곤해 커피를 사발로 바시고 10분 정도 쓰러졌다가 한데모임에 갔는데

그 순간 하늘과 풍경이 너무 예뻤다. 나무에 걸린 손톰 잘을 간직하고 싶었다.’(윤지샘)

해우소를 다녀오다 모여앉은 광경이 너무 고와서

샘들을 하나씩 그 원 안에서 불러내 보라 하였더라.

한데모임에서 부르는 노래를 어쩌다 운동장을 지나다 들으면

정토와 천국과 극락이 다른 데 있지 않다 싶은데,

지금도 딱 그러하였네.

들어가서 찐 옥수수와 미숫가루를 밤참으로 먹다.

계자를 하면 안에서 움직이는 이들 말고도 멀리 부모님들 말고도

여러 어른들이 이러저러 마음을 보탠다.

아이 하나 키우는 데 마을이 필요하다 그 말 마냥.

이웃마을에서 보내준 찰옥수수였다.

이웃 형님은 깻잎을 나눠주어 계자를 위해 그걸 졸이고 김치로도 담갔다.

어제는 신혜샘이 보낸 수박이 두 통 들어왔고,

수진샘이 보낸 얼려먹는 아이스크림 48개도 오늘 들어왔다.

아이를 보내고 물꼬 논두렁이 되고 계자 전엔 샘들 준비를 위해 챙겨 보낸 것들도 있었더니

계자 가운데는 아이들을 위해 그리 보내왔다.

어디 경제력의 문제이겠는가, 또한 누군들 바쁘지 않은가,

그리 마음씀을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계셨다.

멀리 남도 끝자락 섬에서 고등학생을 가르치는 화목샘은

연어의 날에도 자가용으로 다섯 시간이 넘는 그 먼 길을 물꼬까지 오고가고,

이번에는 방학 중 학교 일이 많이 꼼짝 못하는 대신

이번 계자를 응원하는 마음이라며 아이들 등록비에 가까운 매우 큰 금액을 후원했다.

바빠서만이 아니라 무어라 인사를 해얄지 몰라서도 아직 답문자를 보내지도 못한.

자신의 생업을 접고 계자를 위해 모인 샘들에다 이런 어른들이 아이들을 둘러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그런 사랑으로 이곳에서의 시간을 보내나니!

 

밤마실 또 가자는 아이들.

멧골 밤의 맛을 알아버린 거다.

내일 산오름 앞두었으니 몸을 아끼자고 주저앉혔네.

모둠 하루재기를 하고 씻고 들어온 아이들 머리 맡에서 책을 읽어줄 차례였다.

교무실에서 열심히 계자 기록을 하고 있으니

나를 찾으러 왔던 태희샘이 제가 할까요 한다.

다른 계자라면 내게까지 차례가 오지 않아도 될 것이지만

이번 계자는 샘들 수가 좀 적은.

다들 피곤한데, 남자방 책은 오늘 그렇게 태희샘이 읽었다.

저이는 어떻게 그렇게 또 마음을 낼 수 있을까.

이 한 순간만이 아니라 곳곳에서 곧잘.

샘들이 모든 순간을 아이들과 있다.

자기 전 세미가 손톱을 깎아 달라고 했다. 아이의 손톱을 잘라주는 게 처음이었는데,

이 아이의 부모처럼 혹여나 아프지 않을까 조심스레.

고맙다는 말도 없었는데,

그저 아이의 만족한 표정이 그 자체로 기쁨이더라’(휘령샘)

 

정인이와 지율이가 옥샘께 꼭 인사를 하고 자겠다 한다고 태희샘이랑 교무실로 왔다.

"옥쌤, 애쓰셨습니다 사랑합니다!"

나가면서 정인이가 혼잣말로 '앗싸, 드디어 옥쌤께 인사드렸다!'고 했다지.

알 것 같다, 그 마음. 애정을 전하고픈 그런 마음.

그쯤의 마음으로 나도 일없이 아이들을 보러 가곤 하는.


윤지샘이 내일 면접이 있어 하루를 두고 먼저 나갔다. 아이들이 울었다. 준비 없이 떠나보내서.

또 보면 되지.

애들이고 어른들이고 요새는 물꼬 일정이 철마다 하는 계모임 같은.

도착한 윤지샘으로부터 문자가 들어와 있다.

계원이 될려면 곗돈(논두렁)을 보내야 하잖아요.

오늘부터 적은 금액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좋겠어요.

조만간 또 계하면 좋겠어요ㅎㅎㅎ

계자 아이였고, 새끼일꾼을 거쳐 품앗이가 되고 이제 살림을 보태가 된.

물꼬가 그렇게 꾸려진다.

 

아침절에 계자 여는 날 기록을 하고 있었다.

밥바라지 2호기 3호기가 들어와 아침 밥상부터 맡으면서

1호기를 내려놓으니 짬이 제법 난.

신나게 자판을 두들겼다. 손으로 순간순간 메모한 걸 바탕으로.

그러다 뭔가 다른 작업을 할 게 있어 넘어갔다 왔더니

이런 화면에서 뭘 물었다.

, 하고 대답했네. ? ... 1시간 작업물이 날아가 버린.

아니오를 눌러야 했던. 거참...

뭐 돌릴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일어나 다음 일정으로 움직였더랬네.

하여 결국 계자 여는 날을 누리집에 올리지 못하고 말았더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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