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자의 절정은 산오름이라 할 만하다. 떠나기 전날 이루어지는.

여느 계자처럼 물한계곡을 들어가는 버스를 타고 민주지산으로 갈 건 아니었다.

작년 여름도 코로나에 발이 묶였고, 아직 코로나는 끝나지 않고 있었다.

우린 이 골짝 안에서 산오름 일정을 진행할 것이다.

버스 시간에 맞추지 않아도 되니 천천히, 천천히. 날도 더운데.

 

아이들이 해건지를 하는 동안 샘들은 물꼬 김밥을 싸고 있었다.

제욱샘, “김밥에 이것 밖에 안 들어가요?”

그 말에는 아이들이 이걸 잘 먹을까 하는 미심쩍음도 들어있을.

그렇다고 영양이 그리 부실한 건 아니다.

김치와 야채와 멸치를 볶은 속. 일종의 물꼬 계자의 전통 하나.

계자 아이들은 가끔 이 김밥을 집에서도 싸달라고 한다지.

하지만 그 맛이 안 난다고. ? 물꼬가 아니니까, 산이 아니니까.

동선이 크고 긴 이곳에서, 또 모두가 같이 먹어

시장이 반찬이란 말처럼 더 맛나게 먹을 수도 있었을 것이니.

 

아침부터 잡채가 오른 밥상이었다.

미역국도 나온 지율이의 생일상.

떡을 쪄서 꽃을 얹고 초도 켰다.

물꼬에서 부르는 생일 노래를 아이들이 불러주고.

가족들과 하지 못하는 생일잔치지만

곳곳에서 모인 친구들이 해주는 축하로 그 아쉬움쯤이야.

천사 태양이가 격하게 생일을 축하해주었네.

우리는 저녁에도 밤에도 축하 노래를 또 불러주었댔지.

오늘 산오름은 지율이 생일맞이 등반대회라고 할 거나.

 

어디를 갈까?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되지.

계곡 탐방? 그건 이미 수영장 동쪽개울로 족하다고들 했네.

그럼 우리 지금 먹고 있는 물의 뿌리 머정골로 가는 건?

지난여름에 갔던 곳이다.

겨울에 갔던 푸르나가 사는 마을 찾아 떠났던 모험의 길을 가는 건 어떨까?

네팔 말고 여기 있는 안나푸르나.

결국 푸르나의 전설을 따라 길을 더듬어 오르기로 한다.

하여 다시 달골 쪽으로 방향을 잡기로.

어기영자!’, 이번 산오름의 제목이라,

힘을 많이 내야 할 길일 것 같은 예감.

 

샘들은 간밤부터 가방을 여며놓았다.

우리에게 무엇이 있는지 아이들과 공유도 하다;

물 사탕 김밥 초코파이 오이, 약품과 화장지와 옷가지 몇 가지와 양말, ...

이곳은 특전사도 봄 산행에 눈을 만나 죽음을 건너기도 한 민주지산 자락.

접싯물에 빠져 죽기도 하고 에베레스트에서 살아 돌아오기도 하는 게 사람의 일이라.

준비를 단단히!

아이들의 입성은? 반바지보다는 조금 더 긴 바지를, 긴 팔 옷도,

신발들은 괜찮나? 동우와 태양이의 신발을 샘들이 숨꼬방에서 찾아 챙겨 신겼다.

 

날씨 좀 보라지! 학교를 나서는데, 바람 솔솔에 해가 구름에 살짝 가렸다.

이 무더위에 늦은 아침 나서는 걸음,

달골까지 포장된 길이라 그 열기가 얼마일까, 무사히 잘 걸으라네.

동우랑 다퉈 불퉁함이 가라앉지 않은 서윤이와,

발목이 불편한 속에 계자를 왔던 세영과 다리가 살짝 아픈 지율이가 남기로.

이들과 밥바라지 3호기 이선정샘과 젊은할아버지가 학교를 지킬 것이다.

그래도 세영과 지율이와 이선정샘이 달골까지 올라 우리를 배웅하기로.

달골 주차장 막바지 얼마쯤 땡삐 사는 곳이 있어

우리는 조용히 바람처럼 지났다.

이 역시 오늘 산오름을 예감케 하는 한 순간이었을지도.

 

... 산판을 했던 길은 벌써 무성하게 풀 자랐다.

저걸 헤쳐 가며 간단 말이지.

앞에서 등산스틱으로 쳐내가며 나아가다.

맨 앞은 내가, 맨 뒤는 밥바라지 2호기 정환샘이,

그러니까 그 사이에서 아이들이 움직이게 될 것이다.

첫 번째 숨을 돌릴 지점,

청미래덩굴과 산딸 열매와 달개비와 고라니 발자국과 멧돼지 흔적들이 있었다.

앞뒤 헤아리지 않고 돌진하는 저돌(豬突: 돼지 저, 갑자기 돌)’이란 낱말도

기억하지 않을 수가 없었네.

흙이 왜 돌을 감싸며 몰려있는가 아이들이 물었다.

갑자기 쏟아진 창대비의 흔적이라.

이 걸음에서 우리는 그렇게 산을 읽어 갈 것이다.

 

편편한 흐름을 지나 길은 가팔라졌다. 사실 길이 아니었다.

등산로를 따라 가는 걸음이 아니다.

우리는 그 옛적 푸르나라는 아이가 살았던 화전민 터를 찾아 모험을 떠난 길 위에 있다.

깎아지른 벽이 나타났다. 신발을 고쳐 매고 기어오르다.

신발끈의 나비매듭을 지을 때 두 번 돌려주면 결코 풀리는 법이 없지.

악명 높은 물꼬의 산을 처음 가봐서 긴장도 되고 걱정 되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근영샘의 날적이 가운데서)

근영샘이 처음 왔던 계자에서는 학교에서 산을 내려오는 우리를 기다리는 쪽이었다.

유연한 아이들이야 걱정이 없다. 샘들이 걱정이지.

올라갈수록 경사는 가팔라지고, 흙도 푸석해서 자꾸 빠지고 미끄러지고.

근영샘 앞에서 아이들이 미끄러지면 근영샘이 잡아주고 그러면서 근영샘이 미끄러지면 아래서 내가 받쳐줬다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정신없이 올라갔다.’(태희샘)

 

여덟 살 가장 어린 세미는 긁히고 넘어져서 울면서도

소독하고 잠깐 쉬면 또 금방 일어나서 앞서가는 아이들을 따라왔다.

어떻게든 끝까지 함께 간다, 결의가 느껴지지까지 하는 걸음이었다.

발아래 멀리 마을이 보였고,

고개를 드니 둘러친 산들이 겹겹이었다.

우리가 얼마나 높이 높이 있는지 확인해주는 풍경이었다.

이제 숲 속으로 들어간다.

아니나 다를까 음지에 강한 것들이 우리를 불러 세웠다.

우산은 우산나물에서 나온 말이다. 그 우산나물을 만나고,

더덕도 캤네, 향도 맡고.

습한 곳이니 버섯도 많지.

이 마을에서 잘 먹는 꾀꼬리버섯도 보고 자연산 표고도 보고

먼지버섯이며 굽더더기며 갖가지 버섯들도 보았다.

보물찾기처럼 선물을 내미는 산.

 

옛적 사람이 다녔을 법한 길이나 짐승들이 다니는 길을 타고 걷는다.

지난겨울 혹독하게 산오름을 지났던 태양이,

울면서 오르내리던 지난 산오름에서 또 한뼘 자랐네.

언제나 그랬듯 싱글벙글 신이나

나타나는 식물들을 열심히 들여다도 보고 동생들이 아파하면 걱정도 하면서,

힘은 들어도 걸음은 부지런했다.

지난 7년간 물꼬 산오름을 해왔던 채성이에 대한 샘들의 감탄이 이어지다.

항상 후발대에서 덩치 있는 남자샘이 함께해야만 겨우 정상에 설 수 있었던 아이.

지금은 중간에서 샘들 걸음에 맞춰 가기도 하고,

뒤에 있더라도 누가 밀어주거나 끌어주지 않아도 되었다.

혼자 힘으로 오르고 있었다. 정상에 오르려고 한다. 또한, 그걸 정말 해낸다.

이렇게 성장하는 채성이의 모습을 보면서 '물꼬가 정말 아이 하나를 키우구나.' 라는 생각과 동시에 가슴이 찡해지면서 정말 멋졌다.’(태희샘)

 

신갈나무 아래서 도시락을 꺼내다.

도윤이가 누구보다 맛있게 먹었다.

현준이는 김치가 여전히 불편하다. 그래도 놓칠 수 없는 김밥이지. 나름 가려면서 먹고.

마침 우리 앉은 자리에 졸참도 있고 상수리도 있고.

하여 나무 중 진짜라는, 쓰임 많은 참나무를 읊지.

떡을 쌌다는 떡갈, 신발창에 깔았다는 신갈, 늦은 가을까지 낙엽이 가는 갈참,

임금님 상에 바쳤다는 상수리, 코르크 마개를 만드는 껍질 굵은 굴참, 가장 졸병인 졸참.

 

고개 드니 하늘이 꾸무룩하다.

이러다 소나기를 만나는 건 아닌가.

조금 바빠진 마음.

그렇지만 조금 더 올라가 보자.

아아아아아아! 마침 이야기에 등장하는, 매우 더디게 자란다는,

푸르나가 사는 마을을 굽어보던 산벚나무가 우리를 맞았나니.

그 산에서 만난 산벚은 그 하나였다.

이제 돌아가도 좋으리.

정인이가 푸르나의 다음 이야기를 무척 궁금해했다.

걸음이 바쁘니 내려가서 할까.

 

가끔 서로가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조용히 그러나 길고 크게 다른 이들을 불렀다.

어이!”

어이!”

산에 사는 자들의 집에 든 객들답게 다른 존재들이 불편치 않게.

산을 걷는 동안에도 그러하였나니,

사탕껍질 하나도 다 챙겼다.

이건 도시락을 먹는 티켓입니다.”

그건 초코파이를 먹는 표도 되었고,

초코파이 껍질은 산을 내려가 먹을 팥빙수의 표가 되었고.

 

아이들은 아주 미끄럼을 타고 내리막을 내려왔다.

세미야, 그냥 앉아서 미끄럼틀 타는 것처럼 내려와. 샘이 아래서 받아줄게!”

태희샘이 외쳤다.

나무를 의지하며 잡거나 발을 지탱하거나.

이거 가시야, 만지지마.”

먼저 지난 아이가 다음에 지날 이들을 위해 외쳤다.

서로 서로를 그리 살펴주고 받쳐주고.

먼저 도착한 이들은 뒤를 향해 외쳤다.

힘내! 어서 와! 다 왔어!”

 

물이 모자랐다.

마지막 물을 털고, 이제 정말 바지런히 내려가 보자 했다.

달골 기숙사 냉장고에선 우리들을 기다리는 시원한 물 두 통이 준비되어 있었다.

가시덤불을 앞서 헤쳐 가며 길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오롯이 따라오고 있었다.

그래도 천지 모르는 현준과 그 일당, 저들 수다에 정신없고.

좀 더 그 위험과 극복의 순간을 나눠도 좋았으련.

무슨 일이 있더라도, 뼈가 으스러지더라도 그대들을 위험에서 구해오고 말 것이라는

각오도 더 많이 전해 줄 걸, 하하.

그렇지 않아도 이 아이들이 우리를, 물꼬를 신뢰하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 많았다만.

 

마침내 우리는 달골 작은 계곡의 그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마지막 덤불 지대를 정환샘은 세미를 어깨에 무동을 태우고 나왔더라.

샘 없었으면 더 힘들었을 시간이었을세.”

마지막에만 정환샘이 세미를 안고 내려왔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세미를 보면서 '내가 과연 세미의 나이 때 이런 험한 산을 올랐다면 포기하지 않고 등산을 마무리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세미에게 대단함과, 알 수 없는 뭉클한 감정이 몰려왔다.’(태희샘)

굉장한 산이었고, 그보다 더 크고 훌륭한 원정대였다.

내려오면서 다시는 물꼬 오지 않겠다고 했던, 매우 겁먹고 힘들었던 지윤,

이거 다 함께 다 모아 등산이네요!”

산을 내려온 자만이 가지는 뿌듯함이 밴 말이었다.

휘령샘,

채성아, 너 진짜 이 산행만 보더라도 물꼬에서의 시간이 아깝지 않다. 참 감동이다.”

채성이의 대꾸는 그저 하하하하하하.

저 선한 심성의 아이는 지내는 동안 아이들에게 그 마음을 물결로 퍼뜨렸다.

 

물을 마시고, 다리를 쉬면서도, 그 험한 산을 헤쳐 나오면서도

아이들은 잊지 않고 있었다.

우리는 다시 땡삐의 땅을 지나야 한다는 걸.

다시 바람처럼 그 길을 지나 마을로 내려왔다.

역시 잊지 않았다.

우리는 계곡에서부터 다시 마스크를 쓰고 마을길에 들어섰다.

 

학교에는 팥빙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중앙현관 앞 자갈밭에 털퍼덕 앉아 신발을 벗고 판소리 한 판,

윤지샘과 태희샘을 관객으로.

부엌 안에서 팥빙수를 먹으며 아이들이 내다봤다.

밥상머리공연 대신 간식머리공연이었을세.

판소리는, 노래들이 흔히 그렇기도 하지만

우리 상황과 마음을 대변하는 현장성이 큰 노래.

심청가 가운데 심봉사가 오월 염천 더위에 물에 들어가는 대목이었나니.

물이 맷돌을 휘어 내려오는 곁에서 불렀네.

터덜터덜 물꼬에 들어와 팥빙수를 먹기 전, 물꼬 마당(?)에 옥샘과 널부러져 앉아있는데 옥샘께서 부른 판소리는 정말 예술이었다

반쯤 영혼이 나간 상태였는데 넋놓고 옥샘의 판소리를 들으면서 힘듦이 싹 가시고 '그래, 내가 이 맛에 물꼬를 오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샘들과 모여 커피빙수도 만들어먹고 팥빙수도 먹었는데 여기가 천국인가.. 싶었다.’ (태희샘)

 

학교에 남아있던 지율이와 세영이는 밥바라지 3호기샘과 함께

이불을 개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고 낮잠도 잤다는.

부어있던 지윤이는 계속 퉁퉁거렸더라나.

영웅담과 후일담이 넘쳤다. 누가 들으면 달에라도 원정을 다녀왔을 줄.

서윤이는 부러웠네.

그러면서 저도 배운 게 있을 거라.

삐쳐있던 그 순간 맘을 꺾고 같이 갈 줄도 알게 되었을 거라.

자꾸만 산의 일을 묻던 서윤이었다.

호랑이 비스무레한 것도 봤던 우리들이었으니.

 

밥바라지를 내가 내내 하는 계자라면

산에서 돌아와 부엌으로 바로 투입되는 상황이 가장 힘든.

오늘은 밥바라지 2호기와 3호기가 든든하게 있음.

(정환샘은 파스를 바르고 부엌으로 갔다.)

정환샘도 정환샘이지만 이선정샘의 솜씨도 보통이 아니다.

오늘 저녁 밥상에는 김말이가 다 있었더란다.

 

으악! 저것들이 미쳤지.

운동장이 떠나가라 아이들이 뛰고 있다.

뭐 당연히 애들이 그렇지 하는데,

, 거기 제욱샘 목소리까지 들린다.

미쳤다, 미쳤어. 그래, 그대는 아직 젊고나.”

중학생 때 축구선수였다는 샘을 아이들은 거의 국가대표로 여기고 추앙 중.

거기 부응하느라 또 뛰고 있는 제욱샘.

아마도 마지막 날이라고 제욱샘은 온 힘을 내고 있을 게다.

수범과 동우가 또 갈등의 소용돌이.

규칙을 자꾸는 어기는 수범이.

그것을 막기 위해 벌금을 걸기로 했고 다시 수범이가 어기고 말자

화가 난 동우가 돈 내 놓으라며 울분을 터뜨렸다지.

첫날 세준이와 수범이 갈등 역시 같은 양상이었는데,

그때 정작 아무것도 할 수 있었던 제욱샘이 이번에는 힘을 발휘했다는 후문.

지난 닷새 아이들도 어른들도 변화시키는 물꼬의 장이었다, 시간이었다.

 

한데모임’. 

마지막 한데모임이다.

내일 나갈 때까지 뭔가 사건이 생기고 반짝한데모임이 있지 않는 한.

물꼬에서 배운 노래도 넘쳤지만 오늘의 정점은 윤수의 옹헤야’.

너무나 진심으로 불러 우리 모두 함께 부르지 않을 수가 없었네.

1년 동안 연습했다던가.

저번 계자에서도 느꼈던 것인데, 노래가 주는 힘이 정말 크다는 생각을 하였다.’(근영샘)

 

아이들이 안다, 우리가 왜 산으로 갔는지.

물었지, 우리는 많은 걸 할 수 있는 하루를 두고 굳이 왜 산으로 갔는가 하고

수행하라고 자연을 알라고 힘을 내라고 협동하라고 몸을 튼튼히 하라고...

그래, 어려운 일이라도 만나거들랑 오늘처럼 설컹 넘어서시라.

 

오늘의 대동놀이는 강강술래.

그간 한데모임에서 불러오기도 했던 노래.

아이들이 강강술래의 뜻도 물었네.

아하, 이런 날을 기다렸지. 옛다, 그런 그런 뜻이란다.

물꼬에서만이 아니라 다른 데 강연까지 가서 하는 강강술래,

그렇게 숱하게 한 강강술래인데도 오늘 더욱 재미가 있더라.

이것이 우리가 보낸 지난 닷새의 질감이었나니.

제욱샘이 고사리따기에서 잠시 어쩔 줄 몰라 하며 마주잡은 손을 넘어갈 거를 아래로 갔네.

그런데 그게 청어엮기처럼 되어버린 거라.

청어엮기라면 아이들이 어려워도 해서

중앙에서 샘들이 하는 걸 보여주거나, 전체 흐름에서 빼거나 하기도 하는.

제욱샘의 움직임이 고사리따기와 청어엮기를 한 번에 어우러지게 했다

다음엔 이 방식으로 해야겠다.

다 같이 손을 잡고 신명나게 노는 이 시간은 정말 '즐겁다!', '행복하다!' 라는 말로 다 할 수 있다

이 순간만큼은 다른 생각하지 않고 오롯이 웃으면서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인 것 같다.’(태희샘)

우리 모두 한 마음, 염화미소였더라

 

장작놀이’.

비가 와도 하겠다 의지를 보였는데, 그 소리 들으셨던가 하늘은.

자그마한 불. 학교아저씨가 여태 붙인 불 가운데 가장 예쁘고 잘 탄. 규모도 좋은.

불싸라기가 타고 오를 때마다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래서 불을 돌아가며 막대기로 불더미를 쳐주었네.

우리는 오늘이 가기 전 지율에게 생일 노래를 한 번 더 불러주었더라.

불가에서 우리들의 닷새를 돌아보다.

즐거웠다, 재밌었다, 집에 가고 싶지 않다, 또 오고 싶다는 말들.

애썼다. 밥바리지샘들, 샘들, 그리고 아이들,

아름다운 기억이 우리 삶을 밀고 가지. 힘겨운 어느 날이라도 있다면 이 기억이 힘이 되길.

그 끝에 불에서 꺼낸 감자로 우리들의 인디언놀이가 이어졌다.

아이들은 귀신 같이 적을 잘 고른다.

처음 온 젊은 제욱샘이 표적이라. 모두 달겨들다.

지율은 포실포실한 찐감자를 생일 선물도 받았네.

덕분에 아이들이 잘 먹은.

 

오늘의 모둠 하루재기1,2모둠이 함께했다.

오늘의 마음 10글자로 말하기.

또 오고 싶다는 말이 대세였다.

다 같이 자유학교 물꼬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왠지 찡했다.’(근영샘)

아이들은 샘들 연락처를 물으며 글집에 적고 있었다.

 

마지막 밤이 깊어간다.

아직 우리들의 계자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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