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8.20.쇠날. 맑음

조회 수 373 추천 수 0 2021.08.29 08:02:34


 

아침뜨락에 들어 두어 시간 풀을 뽑았다.

걷기수행을 하는 길을 따라 걸으며 손에 닿는, 걸리는 것들을 뽑는.

오른 손만을 썼다.

그제 물날 코로나 백신 1차 접종을 하고 어제 종일 왼팔을 들지 못했다.

몸에 붙어 떨어지질 않았다, 손이야 움직일 수 있었지만.

땡땡 붓고, 두통도 살짝, 콧물도 좀, 전체적으로 근육통과 감기 기운이 있었던.

 

오후 제도학교에 근무하는 이들 세 분이 등장했다.

주말의 멧골 책방일정을 염두에 물날로 코로나 백신 1차 접종날을 잡았더랬다.

혹여 쉼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

하여 어제오늘 한숨 돌리며 쉬엄쉬엄 주말을 준비할 것인데,

조금 무리하게 잡은 일정.

그간 몇 차례나 방문을 하고 싶다 말을 넣어왔으나 번번이 물꼬 일정과 겹쳤더랬다.

하지만 다들 개학을 앞두고 있어 오늘이 아니면 또 긴 날을 지나 방문할 수 있겠기

오후에 들리십사 하였네.

아니나 다를까 어제 종일 접종한 왼팔을 들지 못하고 있었고,

오전까지도 그러했다.

오후 방문이어 다행이었지.

하기야 늘 그러하듯 더 심하게 앓았더라도 몸은 일정에 맞춰 움직이게 되었을 거라.

샘이니까 오늘 오라고 한겨!”

작년 1학기 제도학교에 근무할 때 도움이 컸던 동료였다.

2학기 그 학교로 특강을 갔을 때 강의료에 포함되어 있던,

챙겨오지 못한 명상 관련 책들도 있었는데,

오는 편에 가져오십사 한 게 벌써 한 해가 다 되어가는.

동료였던 이는 같이 지내던 이의 여러 가지를 잊지 않고

다식으로 준비한 것이며 잘 먹던 과자며 과일이며를 두루 들고 왔다.

눈시울 살짝 붉어지려 했네.

사람을 생각는 게 저런 거구나 그런 생각.

무심한 나는 참 안 되는 일.

 

함께 온 이들은 이단시 되는 한 종교의 동료들이기도 했는데,

그래서 때로 어려움을 겪고들 있었다.

내 동료는 신실했고 착했다. 나는 다만 그의 삶으로 그의 종교를 보았으므로

굳이 내가 거부할 어떤 부분도 없었다.

나는 다만 그들을 그들의 삶으로 보았던.

그걸 또 고마워한 동료였고, 동료의 신앙동지들이었네.

“(사람들이) 돈 갖다 바친다 하고...”

사람들이 그리들 오래한다지.

아니, 돈도 좀 내고 해야지.”

어떤 조직을 꾸리고 공간을 이어가자면 돈이 들고

그걸 같은 구성원들이 십시일반 나눠내는 데야 넘들이 뭐라 할 게 아닌.

그리고 영혼을 살 찌웠으면 더더구나! 받은 게 있으면 그리 내놓기도 해야지!”

그리 응원해주었네.

물꼬만 해도 그렇게 살아가지 않는가.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이들이 나눈 것들로.

물꼬가 삶에 끼친 좋은 영향을 잊지 않고 그걸 새겨 자신의 것을 나눠준 사람들로.

 

이른 저녁을 먹고 돌아갈 걸음들이었으나

길어진 이야기로 밤에야들 떠났네,

마침 대처 식구들이 들어왔던 차에.

종교든 무엇이든 자기 삶을 흔든 것들이 있고

그것이 지닌 가치를 나누고자 하는 열정들을 흔히 본다.

다 제 삶의 몫으로 사는 것.

물꼬만 해도 때로 이상한 종교 아닌가 하는 의혹으로 보는 이들을 마주치곤 한다니까.

내게 좋았으니 그걸 내가 좋아하는 이들과 나누고 싶은 것 아니겠는지.

모든 종교를 ()하라, 모든 교육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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