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내리 비 쏟아지던 하늘, 오늘 쉬어가는.

내일 또 온다는 비인데, 고마운.

 

지난주에 이어 멧골책방이 있는 주말이다.

여름비는 풀을 얼마나 잘도 키우는지.

환삼덩굴만 해도 날마다 눈에 띄게 성큼성큼 자라는 걸 알 수 있는.

아침뜨락부터 돌아보기.

밥못이 넘치고 있다.

어제도 그제도 저녁답에 물을 한 번씩 빼주었다.

아직 산이 머금은 물들이 계속 흘러들 것이다.

수위를 넉넉하게 낮춰놓는다.

두어 가지 모종이 모종판에 담긴 채 여러 날이 흐르고 있다.

비 내렸으니 물을 따로 주진 않아도 될.

비 멈춘 뒤 하자 하고 밀어둔다.

모종판에서도 고운 꽃들이라.

 

주말에 품앗이샘들이 다녀가며 심어놓은 잔디를 밟는다.

뿌리야 사흘 비에 잘 뻗쳤겠지 싶다.

지금 밟는 것은 고르게 하는 일인.

솟은 것들은 힘을 더 세게 준다.

흘러내린 흙들이 묻힌 것이 있어도

굳이 따로 헤쳐주지 않아도 제 힘으로 올라올 것이다.

발이 너무 쑤욱 들어가는 것도 굳이 따로 일으켜 세우지는 않는다.

일어설 것이라.

어느새 땀이 스민다. 볕도 제법 두텁다.

 

늦은 오후에는 걸음을 따라서만 오솔길처럼 기계로 풀을 밀었다.

이 여름의 마지막 풀베기.

역시 돌이 많다.

이럴 때마다 뭔가 심는 것보다 풀을 뽑는 것보다 잔돌을 주워내는 게 더 중요하다 싶지만

때가 되면 심는 게 바쁘고, 풀이 자라면 또 풀을 따라가느라 그 일이 밀린다.

이렇게 쫓아다니다 저승으로 건너는 강가에 닿아버릴.

멧골 책방이 여름 일정으로서도 마지막.

가을이다 싶으면 벌써 겨울이 앞에 와 있는 멧골.

설악산행이 있고,

가을의 주말 일정들이 있고,

번역을 검토할 원고(번역까지 하는 건 아니고 낼지 말지 살피는)가 있고,

계약한 책의 원고 또한 있고,

두어 가지 공사가 잡혀있고(아직 견적서도 받지 않았지만, 어떤 부분은 손을 거들기도 하겠지만).

 

세상 소식이 삶으로 들어와 무기력을 만들 때,

그 소식을 더 자세히 뚫고 들어가면 또 어떤 힘을 찾을 수도 있다!

2017825일 미얀마 군부는 대대적인 로힝야족 학살을 시작했고,

인종 학살로 로힝야족 74만여 명이 집을 잃고 방글라데시며로 뿔뿔이 흩어졌다.

불교 인구가 90%에 가까운 미얀마에서 이슬람교인 로힝야족은

세계에서 가장 박해받는 소수민족 가운데 하나.

202121일 같은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켰고,

저항하는 시민들의 유혈사태가 있었다.

8월에도 미얀마의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런데 로힝야족을 비롯 소수민족들이 미얀마 안팎에서 민주화 시위에 가세하고 있다.

수십 년간 미얀마에서 주류 민족인 버마족에게 차별받아왔지만.

로힝야족에게 우리가 필요했을 때 우리는 없었지만,

그들은 우리가 필요로 할 때 우리와 함께했다면서 우리는 그들을 옹호해야 한다

어느 버마족 트위터 이용자의 글은 그러했다.

세상의 슬픈 안부들 앞에 인간사에 대해 우울을 앓지만

아무리 슬픈 이야기일지라도 그곳에도 우리를 저버리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게 결국 사람살이를 밀고가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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