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빗방울 좀, 오후 개더니 밤에 다시 비 내린다.

늦은 오후 비 그은 틈에 사이집 북쪽마당 돌담 아래 꽃밭의 풀을 맸다.

 

울산의 한 교사가 지난 4월 코로나19 온라인 개학 아래

담임을 맡은 초등 1학년인 학급 아이들에게

자신의 속옷을 직접 빠는 모습을 찍어 학급밴드에 올릴 것을 과제로 냈다.

그런데 학생들이 학급 밴드에 올린 과제 사진과 자기소개 사진들에

분홍색 속옷. 이뻐여(예뻐요)’, “이쁜 잠옷, 이쁜 속옷(?) 부끄부끄같은 댓글을 달아

논란이 됐다.

학생이 올린 속옷 빨래 동영상에 섹시팬티, 자기가 빨기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유튜브에 게시하기도.

학생들의 자기소개 사진에 매력적이고 섹시한 XX’ 등의 부적절하게 단 댓글도

시민과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학부모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 5월 그를 검찰에 고발했다,

아동들을 상대로 한 신체적·성적·정신적 학대행위와

아동들의 사진과 영상을 양속에 어긋나는 목적으로 인터넷에 무단 게시했다고.

그를 파면해달라는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2만여 명이 넘게 동의하기도 했다 한다.

이후 울산교육청은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감사 결과 해당 교사는 학생뿐 아니라 동료 여교사에게도

머리를 묶어야 섹시하다’ ‘오빠랑 살자같은 부적절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그는 복무 지침을 다수 위반하였다고 최종 파면 결정을 받았다.

 

이 건은 지난 7국민참여재판이 열렸고, 그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또 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 수강, 아동청소년 관련 시설 취업제한 5년도 선고.

당시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그의 아동학대 등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그는 학생을 성적 대상화 하려는 의도가 없었고, 동료 교사에게도 농담했을 뿐이라며 

징계가 부당하다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의 언행이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추행 내지 성폭력의 정도에는 이르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객관적으로 보통사람이 성적 굴욕감이나 불쾌감을 느끼기에 충분하고

자신이 교사인 것을 알 수 있는 블로그 등에도 성적 음담패설을 올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교원 품위를 손상했다...

또 학생 동의 없이 동영상을 게시해 성실의무를 위반했고

유튜브에 자극적인 제목으로 동영상을 게시한 점 역시

교육공무원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속옷 빨기! 아이들에게 제 손으로 속옷을 빨게 하는 좋은 숙제였다.

최소한의 제 일상을 건사하는 것을 교육의 중요한 축 하나로 보는 물꼬로서는

더욱 지지할 일이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고 제 양말과 속옷을 빤다.

그 교사 역시 출발은 일상을 챙기게 하기 위한 의도였으리라.

어떤 게 아이들에게 좋은 숙제일까를 고민한 결과였으리라.

하지만 그것이 전개 되는 과정에서 삐거덕거렸다.

좋은 의도가 꼭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보통의 가정들에서 아비가 아내를 때리던 가정이 흔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그러려니 했던.

성인지 감수성 역시 낮은 세월을 건너온 나는

오랫동안 부엌일에 남자 아이들보다 여자 아이들을 더 많이 부르고는 하였다.

시대는 달라졌고, 더 높은 성인지 감수성을 요구한다.

그것은 교육 과정을 더 예민하게 꾸리게 하기도.

그런데 울산 교사 건 같은 결과들이 교육에서의 좋은 의도들을 움츠려들게 할까 염려된다.

어떤 일이 맥락 속에서 이해되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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