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많았다.

그 속에도 사람 여럿 오가다.

 

같이 농사일을 하던 부부가 인사를 왔다.

뒤늦게 쓰는 여름휴가 가운데 물꼬를 하루 들린.

함께 땀 흘리면 가까워진다.

(물꼬에서 같이 하는 노동이 우리 관계에 남기는 진함도 그런 것일.)

우리들에게 우정을 나누게 해준 그 밭주인은 지금 대해리에 없다.

안주인은 세상을 버렸고, 바깥주인은 암투병으로 서울의 한 병원에 있다.

그런 일을 같이 겪었다는 것으로 또 얼마쯤 가까운 관계가 되었던가 보다.

공동의 경험은 사람 사이의 많은 것을 연결한다.

동시대란 것도 그런 힘이 있을 테고, 같은 사건을 겪었다는 동감 역시도.

그러고 보면 고향을 따지고 동향이란 걸 알았을 때 나누는 반가움도

고향의 풍광을 같이 안고 있다는 의미였겠고나.

물꼬 사람들, 이라고 할 때의 그 물꼬 역시 우리를 하나로 묶는 것도

물꼬의 불편한 공간을 알고 그곳에서 보낸 시간을 짐작하는,

그 온도와 습도와 바람을 같이 경험했다는 뜻이겠다.

물꼬 아이들, 샘들을 그리워함.

 

목수 민수샘도 점심께 들어오다.

엊그제 들어왔다 다시 다른 현장 상황을 보러 다녀온 것.

물꼬 공사 일정을 잡아본다.

다음 주 불날 그의 백신 접종 후 물날에 들어오는 걸로.

사이집 남쪽 덧대는 공사의 골조는 전통목구조가 될 듯.

벽은? 유리냐, 아크릴류(렉상?)로 하느.

기초는? 콘크리트로 가지 싶은데.

지붕은 판넬로.

본채의 현관 쪽은 남은 나무로 골조 세우고 남아있는 징크로 덮기.

준한샘도 들어와 공사 건에 대해 생각을 보태다.

두어 달 같이 고민을 해오던 터다.

이웃 도시에서 적절한 사람을 구해 일을 하자고도 하였으나

여의치 않던 차에 민수샘이 시간이 난.

골조를 철이나 알류미늄으로 하자던 의견도 있었던.

사이집 현관 징크는 따로 기술자에게 맡기기로.

 

장순샘도 들어와 같이 현장을 보며 머리를 맞대기로 하였으나

이런! 저온창고에 비상이 걸렸단다.

자두를 다 따내 창고에 넣었는데.

기술자가 왔으나 해결이 안 되고 있다는.

저녁에 듣자니 그때까지 대기 상태였다.

힘들게 농사지었는데 저장 시작에서 저 고생을 하는.

사는 일이 정녕 멀고 길다.

다들 내일 오전 다시 모이기로 한다.

 

작년에 낸 트레킹 산문집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 저마다의 안나푸르나가 있다>

오디오북이 만들었다는 출판사의 연락.

책을 하나 더 낸 기분.

물꼬의 살림에도 출판사에도 도움이 되면 좋을.

 

영성 관련 영어 원서 하나를 검토 중.

89일 들어온 일인데 한 달 말미를 받았고,

그 한 달을 믿은 채 미루다 이제야 부랴부랴.

톨텍 인디언의 유산이었다.

좋은 책이 나오는 것에 기여한다면 좋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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