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9.16.나무날. 흐리다 밤 비

조회 수 401 추천 수 0 2021.11.14 23:51:21


 

칡잎을 따서 마을로 내려갔다.

어제 목수샘들이 면소재지 장에 나가 고기도 사고 송이버섯을 사왔다.

때는 버섯철이라.

간밤에 달빛 아래 학교 마당에서 절반을 구워먹고, 절반을 남겨주셨네.

두어 개는 채를 쳐서 오전 참에 먹는 라면에 넣어 드시라 다시 드리고,

나머지를 칡잎에 싸서 살짝 쪘다.

칡과 송이가 어울려 달콤도 하였다.

사실 그리 수선스럽지 않아도 송이만으로도 넘치게 맛났을 테지만.

그런 비싼 값을 치를 만큼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굳이 사서까지 먹어야겠다 생각은 들지 않는데,

그래도 해마다 송이 맛은 보고 가는 멧골이다.

 

어제 인근 도시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후다닥 한 세차로 차가 얼룩져 있었네.

달골 주차장 개울에서 제대로 차를 닦았다.

달골 컨테이너 창고에서 자투리 목재도 점검했다.

학교의 목공실에서도 나무를 챙겨보았다.

책방 현관 앞에 있는 야외테이블이 썩은 부분이 한 두 곳이 아니었다.

덧붙이공사가 한참인 이번에 덩달아 그걸 고치리라 마음먹었다.

현장에서 투바이포(2인치×4인치)라 부르는 각재로 만들어진 테이블에서

심하게 썩은 부분을 뽑아내니 그것만도 네 개가 필요하다.

2×6이나 2×8은 여럿 있는데, 원형톱으로 2×4로 자르자면 일이겠지.

원형톱 쓰는 게 늘 부담이다. 겁이 좀 난다.

손쉽게 다루지 못하는 도구다. 사실 어디 그것만 어렵겠는가.

대부분의 기계톱이 그 소리만으로 나를 주눅 들게 하는 면이 있다.

원하는 길이가 없다면 두 동강 길이로 맞춰서 이어야지 싶다.

그렇게는 어찌어찌 필요한 만큼이 만들어졌다.

오늘은 거기까지! 제습이 가습이 산책도 시켜야지.

덧붙이공사 현장에서는, 목수샘들이 저녁을 좀 늦게 먹자고 했다.

준한샘 트럭 들어온 김에 치목하고 오일스텐을 칠한 나무를 올리겠다고.

저녁 먹고 하자면 힘 빠진다고.

실어뒀으면 내리는 거야...

준비로 반나절을 쓴 걸 빼고도 치목에 무려 닷새가 쓰였다. 집 덧붙이 공사로는 이레.

하루면 할 거라는 애초 의견이 있었지만 이틀 걸리겠다 했고

막상 작업에 들어가서 사흘이겠구나 했더니 나흘이었고,

오일스텐을 바르고 싣고 옮기니 닷새가 흘렀다.

민수샘과 호수샘이 힘 많이 썼다.

일이 고되니 저녁마다 곡주를 한 잔씩 했더랬는데,

그래도 오늘은 술을 하루 쉬어가십사 제안했다.

오늘은 차를 달이겠습니다!”

 

작은 청소기가 망가졌다.

먼지거름망이 걸려있는 고리가 망가져 툭 내려앉아버리는.

못 쓴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아주 고정해버리면 거름망을 털어내지 못하니 안 되고.

조각을 찾았다.

길이 10mm에 두께라야 2mm. 그걸 붙이자니 쉽지 않다.

하얀샘이 들어왔기 불러다 같이 붙들고 하다.

1mm 깨어져 나간 조각 자리는 이쑤시개를 다듬어 끼워 넣다.

내친김에 다음 일도!

토스터 뚜껑의 모서리가 깨져있었거든.

조리대 위에서 바닥으로 뚜껑이 떨어졌던.

없어도 기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제 몸을 유지하고 있으면 미관으로도 나을 테지.

조각이 싱크대 너머 깊숙이 들어가진 않아 금세 찾아두었던.

오늘 순간접착제 잡은 김에 내처 붙이다.

청소기도 토스터도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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