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9.19~20.해~달날. 맑음

조회 수 340 추천 수 0 2021.11.18 23:22:14


 

한가위 연휴 이틀을 보낸다.

흙날부터도 따지겠으나 그날까지 이곳에선 집짓기 덧붙이 공사가 있었다.

목수샘들 들어와 열흘 가까이 보냈다.

18일 어둡도록 일하고 19일 이른 새벽에야 민수샘과 호수샘은 추석을 쇠러 떠났다.

아직 일은 남았고,

22일 나무날 저녁에들 들어와 다시 대엿새는 일이 이어지겄다.

공간 하나 내는 일에도 집 하나 짓는 품이 들어가는.

 

호두를 털어 바로 벗기고 씻었다

잘 말려 껍질을 삭히는 시간을 두기도 하나

그럴 일 없이 바로 작업이 되겠는.

껍질들이 이미 말랐거나 갈라졌거나.

대신 손은 시커멓다.

달골 창고동 2층 베란다에 걸렸던 커다랗고 커다랬던,

볼 때마다 풍선처럼 불어나고 있던 말벌집을

준한샘이 물을 쏘아가며 떨어뜨렸다.

압력을 높여 뿌리고 달아나고 다시 뿌리고 달아나기를 반복하였다.

아직 집을 찾아 헤맬 말벌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조심, 조심!

 

집안사람 하나가 하는 꽃나무가게를 들렀다가

두어 가지 소품을 샀고, 두어 가지 소품과 꽃들을 얼마쯤 얻었다.

인사차 한 방문이었고, 아침뜨락을 염두에 두고 얻은 물건들이었다.

달못과 밥못 가에, 자연스런 풍광을 거스르지 않게 숨은 듯 놓았고,

사이집 현관이 마무리 되면 벽에 걸 오브제는 벽에 기대 두었다.

 

명절이라면, 학교에 식구들이 많이 살았을 적에도

사람들 명절 다녀오는 동안 아이와 둘이 학교에 남았다.

박사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기락샘이 돌아와서는 셋이.

올해는 학교아저씨가 남고 집안어른들을 뵙는다.

하루는 북쪽으로 판교까지, 하루는 남쪽으로 마산까지.

남도 어르신이 오토바이를 타고가다 교통사고가 났고,

올해는 아랫것 움직임을 아셨던가 들여다 볼 수가 있었네.

다행히 찰과상에다 이마와 입술을 몇 바늘 꿰매는 것에 그쳤다.

사는 일이 늘 이리 고맙다, 더 험한 일을 겪지 않으니.

죽거리를 준비해서 갔다.

 

집안 한 어르신댁 청소를 했다.

한가위를 맞느라 욕실을 잘 청소해 두셨으나

천장은 미처 보지 못하였던 거다.

비가 많았던 날을 지난 욕실은

시커먼 곰팡이가 머리 위를 도배해두고 있었다.

뜨거운 물을 걸레에 적셔가며 닦아냈다.

어디 가나 그렇게 내 몫의 일이 있으니 고마울 일.

그건 세상에서 내 존재의 위치 같은 것.

 

올해는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들이

겨울 들기 전 물꼬 들리겠다는 소식으로 명절 인사를 해왔다.

조용하겠다. 마을도.

코로나19가 아니어도 명절에 오는 것도, 하룻밤을 넘기는 자식이 드문 것도

요새는 흔한 멧골 풍경이다.

 

저 달빛에 꽃가지도 휘겠다던 시인의 노래처럼

그대의 한가위도 만월같은 풍성함이시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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