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9.23.나무날. 맑음

조회 수 331 추천 수 0 2021.11.21 12:20:59


 

가는 날이 장날이었네.

배앓이를 해서 녹초가 된 아침.

여느 날이라면 목수샘들보다 일찍 눈을 떠

그들이 일을 시작할 땐 벌써 아침뜨락에 가 있는 걸

하필 오늘은 심지어 느티나무삼거리에서 만나기로까지 해놓고 늦어버렸더라.

아침뜨락을 안내해주기로 했던.

20여 분을 새벽빛에 서성이게 한.

천천히 아침뜨락을 같이들 걷다.

아고라에서 돌아가며 말씀의 자리에 앉아 객석을 향해 자신의 말을 주기도.

사람이란 게 저마다 서사가 있고, 할 말이 있는.

신기하게도 아고라는 어렵지 않게 말하게 하고 귀를 쫑긋 세우게 한다.

아가마길 끝에 있는 돌담 위에는 뱀이 허물을 남기고 갔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았던 시간에도 저마다 그리 살아가고들 있다.

뜨락을 나와 다시 삼거리에 둘러섰을 때

동쪽 산이 해를 밀어올리고 있었다, 그리 맞추라 한 시간이었던 양.

오늘도 하루를 정성껏 모시라는 해였네.

 

오늘 공사는 사이집 현관 뼈대 세우기.

일주일이면 되려니, 늦어도 한가위 전에 끝내겠다던 덧붙이공사 일정이었으나

마무리를 못한 채 한가위가 왔고, 다시 한 한 주를 더 움직여야지 않을까 싶은.

명절을 쇤 목수샘들이 엊저녁 들어오다.

툇마루 바닥이 아무래도 낮다.

거실에서 마루가 편안하게 이어지는 흐름일 수 있어야.

고를 올리기로 최종 결정했다.

그러자면 장선이랑 기둥과 중방과 상인방이 짜맞춰진 곳을 더 따내 위로 올려야 한다.

일이 많아진.

그래도 쓰면서 내내 불편한 거보다야 고치고 가야지!

 

오후에는 재봉질을 했다.

거의 새로 옷을 만들 듯하였네.

목수샘들한테도 바느질거리 있냐 했더니

호수샘이 작업복 하나를 가져다 놓았다.

주머니로 자꾸 톱밥이 들어간다고 아예 닫아달라는.

그거야 어디 고칠 것도 없이 재봉틀 쑤욱 돌리면 되는.

 

목수샘들이 들어와 여러 날 일을 하고 있으니

아무래도 밥상이 신경 쓰인다.

힘을 쓰니 고기반찬을 하루 한 번은 올려야지 싶기도.

그런데 먹을 게 없다 해도 또 어찌어찌 밥상이 되는 멧골살림.

오늘은 무잎을 솎아서 나물로 무쳤다.

도토리가루로 부침개도 부쳐 무생채를 싸서 먹을 수 있도록 냈다.

감과 밤과 대추, 호두가 걸음을 붙드는 철이다. 가을이다.

목수샘들이 걸어 내려오며 주워온 것들을 내놓았다.

삶아서 후식으로 배식대에 올렸네.

 

논두렁이자 학부모인 가정에서 방문을 요청했다.

마침 가까운 곳에 올 일이 있어.

에구, 번잡한 때라 다음을 기약하십사 했다.

그런데 연이어 세 차례 거절이 되었다.

이곳은 또 이곳 삶이 있는 지라.

죄송합니다, 담엔 꼭 서로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누리집에 10월 흐름과 산오름 일정을 고쳐 안내하다.

산오름 일정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9 10일부터 진행하던 공사가 더뎌지고 코로나19 백신 접종일까지 밀리게 돼

산오름 일정까지 영향을 받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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