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9.24.쇠날. 맑음

조회 수 309 추천 수 0 2021.11.24 15:47:41


 

은행이 후두둑 떨어져 내린다.

 

많은 일이 일어나는 하루라.

하기야 그 하루를 한 생으로 보자면 왜 아니겠는지.

별일 없다는 말이야말로 어떤 인사보다 좋은 인사.

부디 별일 없으시라.

 

집 덧붙이공사 현장은, 사이집 툇마루(베란다)에 서까래 올리다.

마룻바닥이 생각했던 기준보다 낮아져 원래 생각했던 대로 높이를 올리게 되면서

다시 기둥에 홈을 파는 시간이 더디고 있다.

나무가 여간 단단하지 않아서.

조명도 둘 주문.

전선은 2017년 공사에서 남은 걸 쓰면 되겠고,

밖으로 전선을 보이게 하려니 애자도 주문.

 

눈을 뜨자마자 아침뜨락에 들어 풀을 뽑는다.

들머리 계단을 오르며 당장 눈에 걸리는 감나무 아래를 좀,

오죽 둘레는 오죽이 드러나도록 마무리.

그리고 아고라 쪽에서 일하다.

들어가는 양쪽의 철쭉 아래, 창포 둘레, 더하여 아래쪽 측백 세 그루 아래.

훤해졌다.

가을이 오는 들이니, 여긴 독사가 산에서 내려오기도 쉬워,

언제 맞닥뜨릴지 모르니 풀섶을 조심조심 헤치며 일한다.

아직 그렇게 만나보지는 못했으나.

비온 뒤 미궁 남쪽 측백 너무 바깥으로 풀더미에서

몸을 말리는 걸 본 적은 있었고나.

뱀과 이별과 배신, 익숙해지지 않는다는 면에서 같은 낱말이란 생각이 들었네.

아침 9시에 뜨락을 나와 비로소 해건지기.

늘 하는 일이고, 그러나 새로운, 몸 풀고 대배 백배, 그리고 명상이라.

 

자주와 노랑으로 국화 화분을 스물 들였다.

가을이면 얼마쯤 들인다.

절반은 햇발동 앞에, 나머지는 학교에 놓았다.

햇발동 거실에 있던 낡은 소파를 학교에 내려놓았던 게 지난 계자 무렵.

아직 내보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오늘 실어나가다. 담부터는 대문까지 꺼내놓으라는 한 마디를 들었네. , .

한 시절을 또 그리 보내다. 바닥이 내려앉는 순간까지, 끝까지 잘 쓰인 물건이었다.

그런 순간마다 우리도 어느 날 그렇게 이승을 실려나가리, 생각한다.

잘 죽기 위해서도 잘 살.

 

이달 말과 10월에 걸쳐 있는 설악산행을 위해 동행할 이들과 문자 혹은 통화들.

공사가 끝나지 못해도 나는 떠난다 선언하다. 그래야 다음 일이 되니까.

하여 930일부터 일정이 진행되는 것으로 확정.

공룡능선 오를 때는, 일정 중간쯤 될, 민수샘과 호수샘도 동행키로 함.

준한샘도 합류의사를 밝히니 제법 여럿이 되었다; 신혜샘, 점주샘, 그리고 남자샘들 셋

그리고 보육원에서 자라 성인이 된 아이의 연락이 들어왔네.

고맙다, 이곳을 잊지 않고 때때마다 안부를 물어주어서.

내가 물어야 할 것을 그들이 먼저 알려주어서.

우리, 잘 살자. 아프지 말고, 안전하게, 평화롭게!

 

물꼬운영비 통장이 바닥임을 보고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네.

여름계자 뒤 나머지 정리가 되어있지 않아 남은 재정이 이월이 안 돼 있었던.

날이 얼마나 무섭게 가는지.

공사로 민수샘 들어오던 8일 오후(호수샘은 다음날)부터는

인부들 있으니 밥을 짓는 일도 적잖이 힘이 들어가게 된.

아침 6시가 지나며 들로 나가 하루를 시작하는,

그리 이른 아침인 것도 아닌데 자정까지 하루가 길다. 재는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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