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 1.쇠날. 새벽비 / 설악·2

조회 수 416 추천 수 0 2021.12.01 23:56:13


 

문자가 들어왔다.

학교에는 집 덧붙이공사 현장이 돌아가고 있다.

작업 내용이 몇 줄로 온; 출입문 설치(사이집 베란다), 마루 샌딩하고 칠하기, 마감 점검.

햇발동 현관 구조재 칠하기, 데크 장선설치.

 

새벽비 다녀갔다.

아침수행을 하고, 물꼬에서 챙겨온 차를 마루에서 달였고, 씻긴 마을길을 걷다.

대추를 보고도 안 먹으면 늙는다고 해!’라는 주인장의 말을 듣고

집 앞 대추나무 가지에 손을 뻗어 대추를 따먹었다.

여기는 대청봉 아래.

지난 6월 열하루를 묵었던 낡은 집에 다시 찾아들었다. 연중기획 설악산행 2회차.

그간의 시간들을 팔십 주인장과 나누다.

이곳에서도 물꼬의 일상처럼 살겠지.

지난 일정처럼 여전히 내 집 부엌처럼 쓰기로 했다.

찐 고구마와 찐밤과 바나나를 아침상에 내고,

낮밥으로 주인장의 텃밭에서 나온 쪽파와 끝물인 송이 두어 개와 황태가 들어간 된장찌개와 달걀찜과 오이고추를 쌈장과 내고,

저녁으로 김치국밥에 두부조림과 풋고추와 애호박부침과 간장장과 마늘쫑과 고구마줄기나물을 먹었다.

 

15시 오색 안터를 떠나 오색약수터를 들렀다 망월사에 올랐다.

티벳불교색이 짙은 작은 절이었다. 도르제와 마니차가 있었다.

(돌아와 자료를 찾아보니 한국에도 마니차을 쓰는 종단이 있네. 밀교를 표방하는 진각종, 진언종, 총지종)

티벳의 도르제는 인도에서는 바즈라이고 중국과 일본에서는 금강저(번개).

제석천이 아수라와 싸울 때

코끼리를 타고 금강저를 무기로 삼아 아수라의 무리를 쳐부수었다는 신화에서 유래했다던가.

수행의 도구이자 금강령과 한 짝으로 쓰는 의식법구.

금강과 같은 지혜로 마음속에 깃든 망상을 깨고 지혜 광명을 발현하라고 지니는 물건.

마니차는 측면에 만트라를 새기거나 원통 안에 불경 두부마리를 넣놓고 돌리는.

문맹자에게 불법을 전하는 방식이기도 했을.

티베트어로 마니’(여의주), 마니 콜로(여의주 바퀴), 콜로(바퀴).

마니 락 꼬르!”는 여의주를 잡고 돌린다는 말.

마니차를 돌리며 저녁수행으로 삼았더라.

한 번 돌리면 불경을 한 번 읽은 것과 같은,

혹은 육자진언(옴 마니 반메 홈) 한 번 왼 것 같은 공덕이 생긴다지.

 

오색약수터 상가에서 몇 십 년 세월을 지킨 가게들을 둘러보았다.

나물잔치(부산식당)며 감자바우며 만물수퍼며.

예서 40년 나물을 팔았다는 나물잔치네는 시어머니가 하던 가게를 며느리가 잇고 있었다.

돈은 못 벌어도 사람이 남았다는 며느리가 굵은 산다래를 한움큼 나눠주었다.

미국 뉴욕으로 갔다가 아비의 고향으로 다시 들어왔다는 트래블러 주인장과 선 채로

오색 케이블카 사업이 화제가 되었다.

강원도와 양양군의 오랜 숙원으로

1982년 처음 설치를 요구했으니 40년간 찬반 논란을 빚어온 일이다.

오색지구에서 설악산 대청봉 인근 끝청까지 3.5km 계획,

20158월 조건부 허가가 났으나 산양서식지 보존 등의 이유로 착공을 하지 못하고,

20199월 환경부의 부동의 결정을 내려 제동이 걸리고,

강원도와 양양군이 지난해 12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행정심판에서 승소.

이에 환경부가 원주지방환경청을 통해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을 다시 요구하자,

양양군이 국민권익위원회에 또 다시 행정심판 청구.

권익위 관계자가 예정지를 찾아 현장조사를 벌인 게 지난 9.

주민들은 설치무산에 격렬하게 반발하고, 환경시민단체는 설치에 강경하게 반대하고.

당장 생업에 걸린 일이라고 나서면

환경문제는 그렇게만 접근할 일이 아니다.

하기야 어디 환경분야만 그러할까.

이해는 늘 충돌하기 마련이고, 우리가 더 큰 관점을 지니고 해결점을 찾을 수 있었으면.

카페 데크에는 엄홍길 대장 캐릭터 인형이 서 있었다.

엄대장님을 한 번 모시고픈 바람이 있다셨네.

제가 작년에 트레킹기를 하나 냈어요. 거기 추천사를 쓰셨지요.”

 

주전골 들머리며 남설악탐방지원센터까지 걷고 나왔다.

 

저게 뭔지 아시겠어?”

을을 나설 때 동행하고 있던 점주샘한테 대단위 콘도 같은 거대한 건물을 가리켰더랬다

저게 주차건물이라요.”

단풍절정기 얼마나 많은 차량이 들어오는지 보여주는 상징이다.

이제 시작된 설악의 단풍은 천불동 계곡까지 빨갛게 물드는 이 달 18일께 절정일.

올해는 오색의 단풍철 주차난을 해결할 수 있으려나.

아쉽게도 그때는 피해서 설악산행 3회차가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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