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있는 곳이 내 삶의 자리, 수행으로 여는 아침.

지난달 27일 백신 2차 접종을 하고 나흘을 앓고서야

몸이 자리를 좀 찾았다.

이른 아침 비가 내리는가 싶더니 물기만 남아있었다.

마당은 마을길에, 다음으로 깊은 계곡에, 바로 이어 산에 턱 가로막힌다.

여기는 오색. 지난 6월에 이어 다시 설악산에 깃들어 사흘째.

 

06시 수행, 07시 밥, 아침 8시 해가 나온 마을길을 나선다.

오늘은 산에 더 가깝기로 한다.

살살 걷는다.

오색 약수터탐방지원센터-주전골-용소탐방지원센터-만경대-약수터탐방지원센터(5.2km),

국립공원에서 만경대 운영 일정을 알리는 펼침막을 어제 보았더랬다.

그만큼이면 몸도 이번 걸음을 진행하는 준비운동이 되겠다.

인터넷접수나 현장접수를 한다니까 여기 와 있으면서 굳이 인터넷으로 할 것까지야.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사는 코로나19의 시절.

 

등록을 하고 주전골로 들다.

주전골에서 흘림골(십이폭포) 갈라지는 데크에서 슥슥 눈치를 살피다.

나무문이 길을 막고 선, 갈라진 흘림골을 기웃거리는. 안다고 말이지.

바로 그 길을 지난 6월 걸어 들어갔다, 썩어내려 바꾸기를 기다리는 계단을 따라.

지역에서 나물을 생업으로 삼은 산꾼을 따라 갔던 지라 가능했던.

나물을 뜯었고, 점봉산까지 내처 올랐던.

인적이 없을 적 문 넘어 살짝 조금 들어서다.

작업이 시작되어 안전하게 교체한 곳까지만 걸었다. 안녕하시더라.

 

바람 많은 만경대였다.

위쪽에 아주 자리를 잡고 앉아 차도 마시고 주전부리도 하고.

무리하게 움직이지 않을 일정이라 어쩌면 이게 이번 일정의 최고봉일지도 모른다고

오래 오래 숲에 있었다.

내려오다 볕 좋은 계곡 바위에 퍼질러 앉아서도 한참 놀다, 잘 놀다.

발을 담그고 판소리에서부터 기억함직한 노래를 다 쏟았던가 보다.

그야말로 폭포 아래 소리꾼의 목청 틔우기쯤이었달까.

그런 광경을 허용하는 벗이 곁에 있어 고마웠다.

 

저녁상을 물리고 마을 탐방.

민박촌이지만 지난 6월엔 이 마을 전체로 찾아든 이라고는 나 하나였던가 했는데,

때가 때이라.

오색에서 대청봉 올라 한계령으로 내려왔던 부부가

방을 구하러 다니다가 안터 민박촌까지 흘러들어와

이 골짝 제일 안쪽 우리(?) 민박집에 왔다.

호텔에서부터 방이 다 꽉꽉 찼더라지.

대체휴일까지 있는, 10월 첫 주말.

일흔의 두 남자 역시 매점(이 지구의 작은 가게)을 통해 이 집으로 왔다.

설악산이 벌써 술렁인다.

 

집 덧붙이공사가 끝나지 않은 학교에서 들어온 작업 문자;

햇발동 데크 장선 설치, 상판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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