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은 한 해 가운데 9월이 가장 한가하다.

호젓한 산오름이 좋은 때. 당연히 묵는 곳을 찾는 데도 수월한.

10월이 왔다. 술렁이기 시작한다.

남설악에서 외설악으로 거처를 옮기다.

지난 6월 열하루 일정에서는 남설악 오색에서 다 묵었지만

이번 일정은 지난 번 묵은 오색 그곳에서 나흘 밤을,

나머지 사흘 밤은 외설악 도문동에서.

설악산(이때는 주로 설악동을 거쳐 들어가는 곳을 의미)은 산과 바다가 다 가까우니

다양한 숙박시설이 많다.

설악산을 가려면 강릉, 양양과 속초 시내를 잇는 7번 국도에서 설악동이 갈라지는,

설악동 들머리인 속초시 대포동 물치삼거리로 들어선다.

미시령 쪽 목우재 터널을 이용하는 경우를 빼고.

물치삼거리에서 C지구까지 가기 전 도문동에도 길가에 민박집이 많다.

(물치삼거리-도문동/하도문,중도문,상도문-설악동 민박마을-집단시설지구인 C지구-B지구-A지구-설악산)

설악소공원이 있는 A지구는 관광호텔 하나를 제외하고는 음식점 몇과 기념품 가게가 전부,

A지구와 B지구의 중간에 호텔 하나,

설악소공원에서 바닷가(동쪽)2km 떨어진 B지구에 여관과 모텔이 모여 있고,

B지구에서 다시 바다 쪽으로 1km 떨어진 C지구에는 여관과 민박집들.

속초 시내나 낙산사 근처, 양양읍내에도 묵을 곳이 많고,

속초시와 양양 사이의 바닷가 마을에도 민박집이 흔하며,

7번 국도변 역시 숙박시설이 넘친다.

 

남설악에 다 있다!”

오색 사람들은 그리 말한다, 유명한 큰 봉은 거기 있다 그런.

대청봉도 오색으로 들어가고, 한계령도 오색에 있고.

하지만 그 말은 또한 그렇지 않기도 하다.

설악산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은

수학여행 가던 권금성, 울산바위, 비선대들이며 천불동계곡 공룡능선!

설악을 동서로 나누는 내설악과 외설악의 경계는

설악산을 관통하여 북쪽 미시령에서 시작하여 남쪽 한계령으로 연결되는 긴 능선.

미시령에서 황철봉 저항령을 거쳐 마등령,

마등령에서 공룡능선을 지나 신선대에서 가파른 산등을 따라 중청과 대청을 밟고

다시 내려와 끝청 지나 서북능선을 타고 서쪽으로,

한계령 삼거리부터는 남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한계령까지.

 

밤에는 이슬비 내리는 후포항에 있었다.

파도소리에 잠겼다가 일행 넷은 회센타에들 앉았다.

누군가 한 사람을 향해 툴툴거린다. 동석한 나머지 사람들은 내막을 알 리 없다.

그러므로 그의 툴툴거림을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

툴툴거림은 긍정적인 영역은 아니다, 그것이 아무리 온당한 상황이라 해도.

그렇다면 만나든가 만나지 말든가 할.

만났다면 굳이 그 불편함을 끌고 갈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툴툴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나는 그 툴툴거림을 이해한다. 왜냐하면 그 행위자가 나였으므로.

나는 설악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그는 서울 이야기를 한다.

나는 잘난 사람들에 관심 없는데, 그는 잘난 사람들(이라고 흔히 여기는)을 자꾸 이야기에 불러들인다.

그는 그런 사람들을 동원하지 않아도 오롯이 한 존재로 충분한데

자신을 결핍자로 생각하고(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지만) 그 모자란 공간을 메우기 위해

자신이 아는 유명인들을 들먹인다.

그런데 그것이 이야기의 대부분이라는 게 듣는 날 불편케 한다.

그걸 또 못 견딜 것은 무엇인가, 그는 그렇구나 해도 될 것을,

이 일정이 그저 사람 교제나 하려고 오지 않았다는 바쁜 마음에도 그랬을 테지.

아니 사실은, 내가 그런 걸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다.

이곳에 와서도 나는 나를 본다. 어디를 간다고 내가 다른 사람이 되는 게 아니다.

결국 제 생각, 습은 늘 자신을 따라다니니까.

왜 나는 그를 못 견디는가?

혹시 그 결핍이 내게도 있기 때문은 아닌가?

그의 결핍에 대한 안쓰러움이 결국 나 자신을 향한 것이었던가?

결국 내가 극복하지 못한 내 결핍이었나?

늘 숙제가 많은 자신이다. 하지만 자신을 미워하지는 않기로 한다.

나는 마음이 많은 사람이구나, 이 말은 두루 정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 잡다한 생각의 갈래가 많다는 뜻이기도.

그렇구나하고 그저 보면 될!

사람 하나 받아들이는 일이 이리 어렵다.

날마다 하는 수행도 별 소용이 없다.

사는 일이 결국 마음 넓히는 일일진대.

저 마음에 드는 이만 받아들이는 게 무슨 '수용'이란 말인가.

 

그리고... 알았네.

한강에서 뺨 맞고 종로에서 화풀이한다던가.

툴툴거림의 한 마음은 배출이었다.

동행한 이가 다친 일에 그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이 있었다.

좋은 사람에게도 나쁜 일은 얼마든지 일어나고,

스물네 시간 돌보던 아이조차 한 순간에 사고를 만나기도 하는 걸,

하지만 일말 자신의 책임은 없는가 자신을 나무라는 마음.

미안하다, 좋은 날 좋은 곳에서 내 툴툴거림을 견딘 이들이여.


연중기획 설악산행 2회차.

1회차에선 남설악 오색에서 열하루, 하루 걸러가며 산에 올랐던. 산나물도 뜯고.

점봉산 두 차례, 대청봉, 한계령-끝청-중청-봉정암-오세암-영시암-백담계곡 20km를 걸었던.

그 일정 끝에 공룡능선을 잡았으나 산나물 군락지에서 벌레에 물려 얼굴이 퉁퉁부어

설악동 권금성으로 마무리 지었더랬다.

하여 공룡능선이 이번 일정 중심이 된.

그런데 비 소식 이어지고 있는.

갈 만하면 가고, 못 가면 또 다음에 가라는 말이겠거니 하기로.

혼자라면 그예 가고말지도. 하지만 산오름에 그리 익숙치 않은 동행인들이 있다.

 

오늘 낮 한계령에 들리는 일정이 있었는데 놓았고,

허브농원에 들어갈 일도 놓다.

동행한 이가 이른 아침 조금 다쳤고,

더 큰 액을 그가 막는다는 생각이 다 들었다.

느릿느릿 지내자는 일정에 걸맞게 상황들도 그리 돌아가고 있었더라.

무리하게 공룡능선을 돌지 않아도 아직 설악산행 회차가 남아있고,

속초 병원을 들렀다가 옮긴 숙소에서 새로 합류한 이를 맞았다.

산 동지들로서 한 방에 같이 뒹굴.

, 한 사람에게 인사를 나눌 일도 세 여성 동지들이 같이 수행했더랬네.

 

학교에서는 아침에 목수샘들이 학교를 나섰단다.

98일부터 들어와 중간에 한가위 나흘 연휴를 빼고 105일 나가는.

사이집에 공간 하나를 덧붙이는(남쪽으로 베란다, 북쪽으로 현관) 공사였다.

하루 이틀 더 마감이 필요한 일은 이번 설악산 일정 이후 만나서 확인하고 진행하기로.


비가 무거워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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