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 7.나무날. 갬 / 설악·8

조회 수 360 추천 수 0 2021.12.07 12:15:32


 

수행을 하고 밥을 챙겨먹고 짐을 쌌다.

날마다 싸고 날마다 풀며 날마다 하루를 모시고 날마다 살고 날마다 죽는다.

나흘살이도 한 살이라고 적잖은 짐이다.

머문 곳을 나서는데 주인장이 다음 걸음에서는 마을에서 판소리 특강을 하자한다.

좋다. 그리 또 머물게 되겠다.

 

동행인이 며칠 전 다친 일이 있었고,

상처를 돌보러 속초 시내 병원에 들렀다 다시 수산시장에도 걸음했다.

생선을 사서 물꼬로 또 인사를 넣을 곳에 보내다.

지난 설악행에서는 나물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생선이 있네.

오색으로 다시 들어가 한 농원으로 갔다.

허브를 다 패내고 캠핑장을 만들고 있었다.

설악 인연이 거기 있어 에키네시아며 라벤더며 로즈마리들을 챙겨주었다.

 

언제나 모든 날씨는 합당하다.

비가 와서 좋았다고 하겠다. 잘 쉬었다.

남설악으로는 만경대, 점봉산 소금밭,

외설악으로는 비선대, 미시령옛길과 오색령과 필례약수터.

끝에는 바다도 구색처럼 담겼다.

공룡능선과 미시령 등산길은 숙제로 넘겨졌다.

벗이 나서서 충북 영동 민주지산 아래서 양양 속초까지 길을 오고갔다.

연중기획 설악행 2회차를 닫는다. 여드레 일정이었다.

 

결국 산에 드는 일도 사람이든 자연이든 만나는.

산이 남았고, 그리고 사람이 남았다.

기꺼이 내는 마음에 대해 배웠고,

곁을 살리는 마음을 배웠고,

열심히 자신의 삶에 바퀴를 돌리는 힘을 배웠고, ...

귀한 스승들이었다.

나는 시가 쓰고 싶었다.

한 아침 밥상 앞에서였던가

용대리의 황태덕장를 소재로 썼던 시가 있었다 하자

일행들이 읽어 달라 했다.

세월호와 함께 서해바다에 가라앉았던 아이들을 위한 조사였던 시였다.

읽으면서 알았다, 나는 시를 쓰고 싶어 하는구나.

그 마음을 다시 찾아주어 고마웠다.

 

10시 달골에 닿아 화분들을 부려놓고,

그제야 뭘 좀 챙겨먹고 나서 새벽 2시에야 사이집 다락으로들 갔다.

 

대해리는 맑았다 했다.

학교아저씨는 운동장 예취기를 돌리고.

상담 메일이 두어 통 기다리고 있었다.

여러 날을 기다려주어 고맙다.

주말 안으로는 답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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