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소를 지킨 지난밤이었다.

경사는 초대를 받아야 간다지만 애사는 적이어도 가는 법.

나아가 두루 알려 같이들 가는 게 좋을.

스물 중반의 두 딸이 상주인 상가라고

마음이 내내 결리더니

그들의 친구들이 같이 밤을 샜다.

그들 가운데 부모가 세상 뜨기로는 대체로 첫 번째이지 않을까 싶었네.

새벽 3시까지도 왁자하다가 어느새 잠시 고요하더니

04시에 불이 밝았다.

06시에 하기로 한 발인이 한 시간 당겨졌다.

공간을 비워주어야 다음 빈소가 마련될 것이다.

 

05시 발인.

제를 올리고 영결식을 끝낸 고인이 장례식장을 떠났다.

벽제 화장장으로 이동했다가

유골을 수습하여 남양주의 한 추모관에 봉안하다.

점심께 이제는 떠난 고인의 집 가까이에서

남은 이들이 밥을 먹었다.

우리는 사는 동안 이런 일을 반복하면서

종내 자신의 죽음에 이를 것이다.

 

빈소에는 태희 수연 다은 도은,

기표 희중 화목 재훈 휘령 연규 하다 준한 영경,

윤호 건호 ...

그런 물꼬의 이름자들이 함께 있었습니다.

슬픔은 나누어져도 작아지진 않았지만, 더 커지지는 않았습니다.

어린(?) 상주들은 의연했고,

동기들 가운데 어머니를 가장 먼저 여의였을 듯한 친구들이

장지까지 든든하게 자리를 지켜주었습니다.

모다 고맙습니다!

떠나신 분은 떠난 대로 하늘길 비단길을,

남은 우리는 우리 대로 또 하루를 정성껏 모시고 걷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오늘을 기록했다.

 

 

장례

-() 김영선

 

 

스무 살 상주의 친구들이 꼭두새벽 밥상을 차렸다

상에는 컵라면이 밤을 샌 푸석한 얼굴처럼 불고 있었다

누군가 또 세상을 버렸고, 빈소를 비워주어야 했다

 

겨울이라기에 일렀으나 두터운 외투를 입고도 이가 덜덜거렸다

죽은 이가 많은 벽제에 죽을 이들이 더 많이 왔다

화구에 관이 들어갔다

불이 꺼질 때까지 산사람 입으로는 핫초코가 들어갔다

 

장지를 떠나 식당가 애니골에서 점심을 먹었다

채소가 많았다
건강한 밥상이라고들 했다

언니는 없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나무에서

새 한 마리 앉았다 갔다

길 잃은 어린 새일지도 모른다고 여기고 있을 때

나뭇잎 하나 날렸다

꽉 찼던 식당이 헐거워졌는데

장례를 마치고 돌아온 사람들은

 

일어나

 

지 않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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