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볕이 좋았다.

아침저녁 퍽 쌀쌀해진 기온인데.

 

이른 아침 달골 대문을 열어놓았다.

오전 햇발동 2층 시방 베란다 창문을 갈았다.

공사 중에 깨졌으리라 짐작되고도 여러 해도 넘게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어딘가 유리 작업을 할 때 같이 하리라 하고 미룬.

마침 사이집에 마루를 내면서 기둥 사이 유리를 달게 된.

점심께 작업을 마치고 내려오는 작업자들에게

남은 실리콘으로 학교 욕실 화장지걸이도 부탁했네.

 

민수샘 호수샘, 두 목수가 들어와 집 덧붙이 공사에서 남아있던 작업을 잇다.

창문을 다는 일에만 오후가 다 갔네.

전통 창문짝을 밖에 주문해서 네 짝 만들어왔고,

마침 유리 작업하는 결에 유리도 끼웠는데,

대패질도 필요했고,

문고리며 경첩도 달고.

잔손이 자꾸 가서 결국 한 짝을 남긴 채 해가 저물었다.

준한샘이 들어와 사이집 현관의 북쪽마당에 놓인 디딤돌들을 자리잡아 주다.

돌모양 대로 잔디를 도려내고 다시 돌을 놓고.

 

마루를 내니 마루에 대해 정리해본다; 대청마루, 누마루, 들마루, 툇마루, 쪽마루, 난간마루(헌함).

대청마루라면 몸채의 방과 방 사이에 있는 큰 마루.

사이집 안에 누마루라 부르는 높은 마루가 있는데,

다락과 이어져 높다는 의미에서 그리 부르지만

누마루라면 누대 위에 마루를 깔고 흔히 대청마루랑 이은 곳.

돌란대를 두르고 계자 난간을 사용하기도.

들마루(=뜰마루=뜰툇마루)는 툇칸에 평상처럼 움직일 수 있게 만들어

구들이라든가 작업할 일이 있을 때 들어내기 쉽게 만들어놓은 마루.

툇마루는 기둥 안에 길게 연결된 마루. 현대 건축물의 복도 형식쯤.

그러니까 사이집에 지금 낸 마루는 굳이 분류하자면 툇마루.

기둥 안쪽에 툇마루가 있다면 바깥쪽에 쪽마루(=바깥툇마루=실마루=실툇마루=부섭마루)가 있다.

누각이나 대청의 바깥쪽으로 돌아가며 놓은 마루는 난간마루(헌함).

 

목수샘들이 다음 현장인 함양에서 먹은 아침밥상과 물꼬의 밥상을 견주다.

어제 함양을 들어가 오늘 현장을 보고 작업 일정을 잡고 다시 물꼬로 넘어들 온.

극과 극이에요.”

아침밥상에 밥과 국, 그리고 갓김치가 올랐다고.

정갈하고 맛났을.

그건 자신 있는 밥상이었다.

내가 소망하는 밥상.

중심 요리 하나에 집중한.

그에 반해 물꼬의 저녁밥상, 도대체 몇 가지의 반찬이더냐.

단호박죽을 전채로 잡곡밥과 호박국에

김치가 세 가지, 고구마줄기무침에, 숙주나물, 양배추찜, 두부부침조림, 돼지고기김치찜,

애호박전과 고구마전, 밥상에 따로 내간 메밀 새싹채소 말이,

후식으로 요걸트와 복사쨈,

물론 아침밥상과 저녁밥상의 차이가 있었겠으나

역시 자신 없어 뭐라도 하나 걸려들어라 싶게 너절한 밥상이다 싶었네.

뭐라도 낼 만한 것들을 죄 찾아 올리려는 마음이야 좋았지만

역시 과하다.

밥과 국이나 찌개에 13, 다시 소박한 밥상으로!

 

그리 많은 시간을 쓰는 것도 아닌데, 날마다의 기록에 게으른 요새,
지난 집짓기 덧붙이 공사 때부터 랩탑을 열어보지도 못하고 날을 보내기 일쑤.

안 돼!

계속 이렇게 가면 어느 날 폭발할 테지, 일이 밀려서.

일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쌓이는, 그리하여 결국 하고 말.

오늘은 열었고, 썼고, 이제 닫는다.

글자 몇 기록하는 일이 커다란 돌 하나 옮기듯 하고 있으니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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