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영하 1도일 거라는 밤이다.

서둘러 온 겨울.

학교 현관의 추위를 잘 타는 화분들만 먼저 중앙통로 안으로 들였다.

햇발동 데크에 널려있는 것들 역시 베란다로.

그리고 느티나무 삼거리에 있던 로즈마리 일곱 개의 화분도 사이집 툇마루로 들였다.

 

더하기공사로 부산할 쇠날이라고

오늘 늦은 아침에 기락샘이 들어왔다.

습이들 산책도 시켜주었다.

똥 치워주고 산책시켜주는 기락샘을 제일 좋아하는 제습이와 가습이다.

젊은 날에는 거들떠도 보지 않던 개들인데

이제 여유가 생겼나, 개들일 돌보는 기락샘.

내 눈에도 별 친하지 않던 개들이 들어오는 요 몇 해.

사람은 조금씩 그리 변하기도 하는.

 

오늘 지름 10cm 정도 되는 뚜껑(덮개?) 하나를 한쪽으로 치웠다.

사이집 부엌 개수대의 배수구 덮개.

201712월 마지막 며칠에 싱크대를 사다 설치했고

2018년 한 해는 비웠지만 이듬해부터 쓰고 있는 공간.

그러니까 무려 만 3년을 거의 날마다 쓰는 곳.

덮개는 한 번도 써본 일이 없이 거기 있었다.

물을 막아 쓸 일이 없었던.

특별히 냄새가 나서 덮는 일도 있겠지만 그럴 일도 없던.

, 쓰지 않는 동안 덮어둘 수는 있었겠다. 하지만 그렇게도 써보지 않았네.

그걸 수세미를 담아두는 망에 그대로 세워둔 게 3년이었다는 거다.

청소할 때마다 꺼내 닦았다.

물을 쓸 때 어쩌다 툭 건드려져 떨어지기도 했다.

거기가 자리인 줄 알았다. 그냥 거기 두었다.

잘 말려 한쪽으로 아주 치워두고 필요할 때 써도 될 것을.

, 얼마나 많은 물건이 관성으로 거기 그렇게 있고

얼마나 많은 일이 관성처럼 이루어지고 있을 것인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곳곳에서 그런 일을 만난다.

수행은 결국 정신 차리자는 일 아닌지!

정신 차려 살아야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5794 2021.11. 6.흙날. 맑음 / 기차의 모래주입구 옥영경 2021-12-20 699
5793 2021.11. 5.쇠날. 맑음 / 이곳에서의 애씀이 누군가를 구할 수 있게 한다면! 옥영경 2021-12-19 464
5792 2021.11. 4.나무날. 맑음/ 내 감정의 책임은? 옥영경 2021-12-19 350
5791 2021.11. 3.물날. 맑음 / ‘무위는 존재의 뼈대이다’ 옥영경 2021-12-18 360
5790 2021.11. 2.불날. 맑음 / 그래서 MSG가 뭐? 옥영경 2021-12-15 399
5789 그리고 2021.11. 1.달날. 흐리다 정오께 맑음 / 천천히 서둘러라; Festina Lente 옥영경 2021-12-15 406
5788 2021.10.31.해날. 맑음 / 지적담론은 어디로 갔나 옥영경 2021-12-15 386
5787 2021.10.30.흙날. 맑음 / 대왕참나무 한 그루 옥영경 2021-12-15 455
5786 2021.10.29.쇠날. 맑음 / 지적장애 옥영경 2021-12-15 393
5785 2021.10.28.나무날. 맑음 / 앞으로 확 자빠져! 옥영경 2021-12-15 363
5784 2021.10.27.물날. 정오를 지나며 말개진 하늘 / 일상을 붙드는 일이 자주 쉽지 않다 옥영경 2021-12-15 333
5783 2021.10.26.불날. 맑음 / 생의 어떤 순간이 우리를 후려치지만 옥영경 2021-12-15 315
5782 2021.10.25.달날. 맑음 옥영경 2021-12-15 309
5781 10월 빈들모임(10.22~24) 갈무리글 옥영경 2021-12-10 431
5780 10월 빈들 닫는날, 2021.10.24.해날. 맑음 옥영경 2021-12-10 335
5779 10월 빈들 이튿날, 2021.10.23.흙날. 맑음 옥영경 2021-12-10 393
5778 10월 빈들 여는 날, 2021.10.22.쇠날. 맑음 옥영경 2021-12-10 349
5777 2021.10.21.나무날. 해와 구름 사이 옥영경 2021-12-10 340
5776 2021.10.20.물날. 그런대로 맑음 / 풀을 검다 옥영경 2021-12-10 353
5775 2021.10.19.불날. 정오께 한 차례 비 옥영경 2021-12-09 35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