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17.해날. 갬 / 첫얼음

조회 수 406 추천 수 0 2021.12.09 17:14:56


 

빳빳했던 고개들이 꺾여있었다.

초록의 기세는 한순간에 그리 무너졌다.

아침 6시 아직 어둑했지만 사물의 모습들은 선명했다.

영하 1도에 처참할 지경의 모습이었다.

수련이 살던 물항아리 표면에 살얼음이 얼었다. 첫얼음이다.

겨울이 시작되었다.

준비한다고 해도 뜻밖의 일이 되기 일쑤인 겨울인데 일러도 퍽 이르다.

 

오늘 설거지를 하며 더운물을 넉넉하게 썼다.

가마솥방 난로 위 주전자 물을 쓰는 건 기본이다.

그런데 그 물을 다 썼을 때도 순간온수기를 틀어 썼다.

꼭 영하로 떨어진 날씨 때문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온수기를 켜는 걸 아껴왔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에너지를 아끼고자 한 것이고, 결국 전기료를 아끼고자 한 것이며,

좀 더 적게 쓰고 살겠다는 건강한 지구인의 의지였던 셈인데,

웬만해서는 온수기를 틀지 않았다.

따져보면 따뜻한 물에서 설거지도 더 잘 된다.

세제를 쓸 일에도 따슨 물에서 더 잘 풀리고,

헹구는 것 역시 더 깔끔하게 되는.

찬물에 설거지를 할 때도 한 번씩 뜨거운 물로 그릇들을 부숴 소독을 했더랬다.

결국 더운물을 쓰고 마는.

그간 뭘 그렇게까지 아껴왔나. 그렇게 해서 남긴 게 무엇이었나.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별 소득도 없는 일이었다.

참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미련했다.

물꼬에는 그런 구석이 적잖다.

과한 게 문제이지!

편리를 적정 수준에서 지혜롭게 잘 쓰기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174 2023. 9.18.달날. 흐림 옥영경 2023-10-01 431
1173 2023. 8.31.나무날. 흐림 옥영경 2023-09-06 431
1172 2021.11.22.달날. 먹구름과 해와 비와 우박과 바람 옥영경 2021-12-24 431
1171 2021. 1.24.해날. 맑음 옥영경 2021-02-11 431
1170 2020.12. 1.불날. 맑음 / 은행나무와 공룡과 같이 살았던 나무 옥영경 2020-12-24 431
1169 2022. 7.10.해날. 다저녁 소나기, 밤에도 두어 차례 옥영경 2022-07-30 430
1168 2021. 1.12.불날. 해 난 아침, 펑펑 눈 내리는 밤 옥영경 2021-01-27 430
1167 2023.11.13.달날. 맑음 옥영경 2023-11-25 429
1166 2023.10.19.나무날. 밤 비 옥영경 2023-10-30 429
1165 2023. 2.15.물날. 맑음 / 회향 옥영경 2023-03-13 429
1164 2022. 4. 2.흙날. 맑음 / 설악산 아래·2 옥영경 2022-05-03 429
1163 청계 여는 날, 2021.12.25.흙날. 맑음 옥영경 2022-01-08 429
1162 2021. 9.30.나무날. 맑음 / 설악에 깃들다·1 옥영경 2021-11-24 429
1161 2021. 1.11.달날. 흐림 옥영경 2021-01-27 429
1160 2020.11.23.달날. 맑음 / 논두렁 명단 정리 옥영경 2020-12-23 429
1159 2020. 2.20.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0-03-28 429
1158 2021.12. 6.달날. 맑음 옥영경 2021-12-31 428
1157 2020.10. 4.해날. 어둑하다 비 몇 방울 다녀간 오후 / 4주간 위탁교육 여는 날 옥영경 2020-11-15 428
1156 2020. 8. 7.쇠날. 채찍비, 작달비, 장대비 옥영경 2020-08-13 428
1155 2023. 3. 9.나무날. 맑음 / '어처구니없네' 옥영경 2023-03-29 427
XE Login

OpenID Login